영남교화의 종가宗家, 하단성적지 복원 위한 천일 정성

▲ 영남 최초의 교당 하단성적지가 2000년 부산대법회를 기해 정비됐다.

소태산대종사가 5번이나 행가(行駕)하여 영남교화의 근본이 됐던 하단교당. 원기16년 8월에는 부산지역 교도들이 '전라도 생불'을 초청해 법설을 들을 정도로 신심이 높았다. 이때 대종사가 10여일간 체류하는 동안 40여명이 불법연구회에 입회했다. 원기17년에는 김기천 종사가 부임해 영남지역의 교화를 활발하게 펼쳐가도록 했다. 원기19년 10월에는 하단교당의 재가임원을 직접 임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하단교당에는 대종사의 은혜가 살아 숨쉬고 있다.

자신 변화에 즐거움 커져
교단 초기 대종사의 행가로 인해 영남교화가 비롯됐던 하단교당엔 요즘 '하단성적지'복원을 위한 천일기도가 진행 중이다. 매일 새벽5시 10여 명의 교도들은 빠지지 않고 기도에 동참한다. 이 자리에서 2천여 명이 넘는 명단을 정성스럽게 부르며 성적지 복원에 온 힘을 모은다. 26일이면 200일이 되는 하단성적지 복원 천일기도. 평일에는 교도들 각자의 집에서, 일요일에는 법회시간에 다함께 기원문을 봉독한다. 기원문 단어 하나하나에 간절함이 배어 있다. 합장한 두 손엔 금방이라도 대종사가 현신하여 자비스럽게 손을 잡아 줄 것만 같다.

문성숙 교도는 "아침마다 기도하러 올 때 천일기도를 생각지도 못했는데 스스로 기도에 동참하게 되니 뿌듯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사실 교도들은 기도를 하고 싶어도 홀로 기도를 결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교당에서 함께 기도를 해 가니 그만큼 힘이 쌓여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문 교도는 "기도 명단을 부르면서도 이름 한자 틀리지 않게 정성으로 임한다"며 "기도가 거듭될수록 교도들의 기운이 하나로 뭉쳐져 활동이 저조했던 교당 봉공회를 되살려 활동 할 정도가 되었다"고 말했다.

김낙정 교도 역시 "이번 천일기도는 '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는 신념을 가지고 새벽마다 교당에 와서 기도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단교당 교도들은 기도를 하면서 '이왕 대종사님의 딸 되기로 약속했으니 제대로 된 딸이 되어보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교도들간 의견통합도 잘 된다. 각자의 할 일을 찾게 되니 교당을 더 자주 오게 된다고. 이렇듯 자발적 참여를 하게 되니 작은 일에도 보람을 느낀다.

▲ 전 교도가 하단성적지 복원 천일기도문을 합독하며 정성을 다하고 있다.

공부로 거듭나야 할 때
남자교도들 역시 자발적으로 교화 분위기를 바꿔 가고 있다. 일요법회 후 친목 모임을 만들어 등산을 시작한 것이다. 앞으로는 부부가 함께 산행하고 공부하는 모임으로 진행 한다는 계획이다.

정근영 교도회장은 "요즘 금강경 공부를 해 오고 있는데 정리가 거의 다 됐다"며 "한문으로 되어서 교도들이 공부하기가 어려워 외우기만 하는데 한글로 풀어서 이해가 쉽도록 해 교도들과 공부 해 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교도는 기도에 대해서도 "우리 교당이 성적지로 기도가 많이 이뤄지는데, 개방된 기도 장소를 두어 특정일에 교구 교도들이 와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는 아직 하단교당이 성적지로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해 여러 가지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하단성적지 조성을 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구상 중에서도 교도들의 공부와 신앙 수행, 지역사회와 아우른 교화계획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이렇듯 교도들은 천일기도를 통해 자신변화의 모습을 지켜보며 즐거움에 기도가 절로 된다고.

하단성적지 복원 추진
하단성적지 복원을 위해서는 부산교구나 하단교당 역시 아직 구체화 되지 않았다. 다만 하단성적지에 대종사가 행가 했고, 이로부터 영남지역의 교화가 활발하게 진행 되는 시발점이 됐다는 사실이다. 이로인해 원불교100년까지 그 규모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단성적지의 역사적 배경을 소홀히 하고는 앞으로 영남교화의 활성화는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성원 교무는 하단성적지 복원에 대해 "이곳은 영남지역 교화의 전진기지이다. 그 당시에는 영남의 총부 역할을 할 정도였다"며 "과거 선진들의 유품을 복제하고 성적지 복원에 대해서는 교구와 상의해서 진행 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현재 하단성적지 복원(안)에 대해 생각한 바를 말했다. 양 교무는 "박물관 내지 기념관 형태로 될 때 하단에 오신 대종사님에 관한 자료 전시실, 초기 선진들의 유품 전시실, 교구 교도들의 희망관, 수행관을 만들어 신앙심 유발에 도움이 되게 할 것이고, 영남지역 대호법 교도들의 신앙유품을 전시하고, 9인 선진기도실을 만들어 그 분들의 장한 점을 체 받으며 수시 기도와 정진의 분위기를 교도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구상을 말했다.

하지만 아직 교구와의 협의가 안 된 상황에서 이러한 계획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은 모든 계획을 뒤로 하고 오로지 교도들과 천일기도에 온 정성을 다 할 뿐이다.
▲ 교무와 함께 기도를 주례하는 교도들.
이처럼 기도를 통해 하단성적지의 염원을 이루겠다는 교도들의 간절함이 묻어난다. 김대권 교도부회장은 "문제는 행복한 교당을 만드는 것이다"며 "교도들이 부담을 덜 느끼고 교당에 와서 마음에 평안을 찾고 행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도는 "교무님은 교도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는데 우리 교도들은 형편 닿는 대로 합력하고, 여유 있는 사람은 조금 더 부담을 느끼면서 행복과 즐거움이 넘치는 교당 운영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행복한 교당 만들기를 위해 교도들은 각각의 업무를 분담했다. 꽃꽂이를 배우는 교도. 피아노를 담당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는 교도. 상시일기를 기재 해 발표하는 등 자발적 참여로 더 행복한 하단교당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원불교100년을 맞이할 생각에 교도들은 지금부터 가슴이 설레고 즐겁고 행복하다. 그 이유가 바로 천일기도를 하며 교도들 가슴마다에 '우리 교당에 오신 대종사'를 모셨기 때문이 아닐까. 취재를 마치고 교당을 나오는 길, 하단성적지의 복원된 모습이 상상속에서 펼쳐진다. 순간 영남일대가 일원의 법음에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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