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배 교도/한겨레중고등학교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 통일을 이루자.' 어릴적부터 습관적으로 불러오던 노래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 노래! 혹시 아시나요? 북한의 인민학교(초등과정)에서도 같은 곡, 같은 가사로 가르치고 있다는 것, 그래서 북한 사람들도 누구나 다 아는 이 노래…

북한을 이탈하여 모진 고난을 이겨내며 목숨 걸고 넘어온 이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이 악물고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새터민)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 한 구석이 측은해 진다. 그 중에도 북한에서는 한참 공부해야 할 나이에 산에서 땔감 구하고 밭에서 삽질하며 생계를 꾸려야 했고 제3국(중국, 태국, 몽골, 미얀마 등)에서는 말도 잘 안 통하는 낯선 땅에서 은둔과 공포, 연명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 아이들이 참으로 불쌍하고 가슴 찡하다.

그런 북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 정착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는 나는 아이들과의 상담과정에서 도저히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더욱 느낄 수 있다.

자다가 잠꼬대로 사경을 헤매는 아이,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 소리를 지르는 아이, 얌전히 복도를 지나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몸부림치는 아이, 분노를 못이겨 시간내내 운동장을 돌고 있는 아이,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그냥 눈물부터 나오는 아이, 한글이 익숙치 않아 중국어 번역판 도서를 읽는 아이, 식당 이름을 알려줘도 간판을 읽을 수 없어 주변에서 맴돌다 밥 때를 놓치는 아이 그리고 이런 일 저런 일 글로 다 표현 못할 일 겪으며 살아온 아이들, 나는 이런 아이들과 살고 있고 여기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통일되면 어떻게 할래?" 물었더니 "당연히 고향으로 가야죠. 열심히 살아서 성공하면 고향에 가서 도와줄 꺼예요." 모든 아이들의 살아온 경험이 다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통일이었다.

고향을 두고 온 경우가 아니라면 과연 통일을 원할 이유가 딱히 있을까? 그저 우리 정서가 통일이 되어야 한다고 하니까, 어려서부터 통일, 통일, 통일 노래하다 보니 막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항간에는 통일이 되면 남한이 더 피해가 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고, 북한 사람들 하면 아직도 공포스러워 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탈북 청소년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니 그러한 경우를 더 많이 접한다. 분단된 조국이 하나 되는 것에 진정으로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앞으로 우리 민족이 감당해야할 역사적 과제다.

정치적인 통일은 그저 껍데기일 뿐, 진정한 통일은 필요나 요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진심이 통하는 이웃사촌으로 만들어 가는데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이들에게 '남남북녀, 북남남녀' 서로 결혼해서 시댁과 처가가 통일 한국에 골고루 퍼져나가야 진정 통일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날이 오면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마음이 서로 통하는 한민족이 될 것이다.

북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도 버려야 할 것이고 보다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 국가적으로 화합할 기회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차세대 통일의 주역이 될 북에서 온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나는 정말 뿌듯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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