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봐도 삼의 특징을 알수 있어요"

산삼캐기 20여년, 어인마니
4월부터 10월까지 산행

대전 계룡산 동학사 초입에 위치한 이뭐꼬 식당에서 이뤄진 첫 만남. 누구나 첫 만남은 설레기 마련이다. 심마니로 불리는 임순택(60) 씨. 그는 예리한 눈빛과는 달리 온화한 미소를 간직하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후 1년간 탄광생활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중에 심마니를 따라 다니면서 번 돈으로 대학교를 가게 됐습니다. 군 장교로 있을 때도 삼과 약초에 관심을 가졌어요. 그러다 삼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 육군본부에 근무하면서 부터입니다."

그의 삼 경력은 심마니 규율에 따르면 어인마니에 해당된다. 5년 이하가 초마니, 5년부터 10년까지가 중간마니라 불리는 것에 비해 그는 스승의 자격을 얻은 셈이다. 그의 제자는 200여명.

"오래 다니다 보니 삼이 있는 곳이 한 눈에 들어 옵니다. 능선보다는 계곡을 타고 올라가 주변 100m를 살핍니다. 그 다음 능선을 넘어 다음 계곡을 타고 내려오죠. 하루 산에서 보내는 시간은 4시간을 넘지 않아요. 다음날 지장이 있기 때문에 오후 1시에 하산합니다."

그의 이런 일과는 4월말 부터 10월 말까지 계속된다. 일주일 중 약초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토·일요일을 제외하고는 주로 혼자 산을 다닌다. 이처럼 그의 경험 축적은 산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우선적으로 삼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옛날부터 오랫동안 인삼재배를 했던 곳과 방향, 수종, 개천이 흐르는 곳 등을 들었다.

"삼은 4월이면 좁쌀만한게 하얗게 떠 오르면서 꽃이 핍니다. 7월 초면 빨갛게 익게 되는데 새나 동물들이 먹습니다. 열매는 달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 새나 동물들이 물을 먹고 난후 골바람 타고 올라가 큰 나무에 앉습니다. 씨를 먹은 새나 동물들은 자기 둥지에서 2㎞ 반경을 벗어나지 않아요.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80%의 통계수치를 보이는 북동 방향과 활엽수와 침엽수가 잘 어울려 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그는 삼이 나올 수 없는 자리에 대해서는 산불이 많이 난 곳이나 간벌한 곳, 항상 물이 많이 고여 있는 곳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에 천종은 10뿌리 미만이라고 간주했다. 거의가 새들이나 동물들이 씨로 퍼뜨린 지종이 90%를 차지한다고 보았다. 인종은 산양삼(장뇌삼)을 지칭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그동안 채취한 산삼도 지종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뇌두-몸통-미(잔뿌리)가 확연한 4구삼 사진을 보여주며 나이를 측정하는 법에 대해서도 간략한 설명을 덧붙였다.

"씨가 떨어지면 1엽, 2엽, 3엽, 4엽, 5엽을 거쳐 1구가 됩니다. 그 다음 5엽 가지가 두 개인 것이 2구, 4개인 것이 4구입니다. 저는 만달이라고 불리는 6구까지는 채취해 보았습니다. 골짜기 방향이 맞으면 안 가 본데가 없습니다. 없다 싶으면 바로 하산합니다."

그가 설명한 1구는 4∼6년생, 2구는 6∼12년, 3구는 20년생 이상, 4구는 30∼40년생, 5구는 그 이상이다. 6구는 그만큼 캐기 힘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삼이 있는 곳은 다른 잡풀이 없이 깨끗한 것을 볼 수 있어요. 삼은 7∼8부 능선에서 캔 것이 좋습니다. 정상쪽에는 삼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감정도 하고 있다. 몇 구인지, 미 발달 상태, 뇌두 길이, 1년에 하나씩 생기는 약통(형지), 뇌두의 턱수를 살핀다.

"삼은 오래 묵은 것일수록 잎이 뒤로 넘어져 있고 낮은 곳에서 캔 것은 잎이 왕성하게 자랍니다. 사진으로 봐도 몇 년생인지, 어떤 나무 밑에서 채취했는지, 어느 정도 높이에서 채취했는지, 어떤 곳에서 채취했는지 가늠할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산삼이 있는 곳을 알려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을 스스로 금하고 있다. 어느 산, 어느 마을 정도의 정보만 있어도 100% 찾아 들어가기 때문이다. 종자 번식을 위해 남겨 놓은 삼도 흔적을 찾지 못한 것이 부지기수다.

"산삼 48뿌리까지 발견한 적이 있어요. 증조에서 고조까지 있는 가족삼이었습니다. 캐 보면 그것을 알수 있어요. 오랜 세월동안 씨가 떨어지고 그 자리에서 자라기를 반복된 것이지요. 몇 뿌리만 캐고 남겨 두었지만 없어져 아쉬운 마음을 가진 적이 있어요. 필요한 분들에게 조건없이 나눠줄 양이 줄어 든 것입니다."

이것은 60%는 판매하고 40%는 이웃과 나눈다는 그의 6:4의 원칙과 연관이 있다. 한 동안 아쉬운 표현을 짓던 그는 삼을 먹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 나름의 지론을 펼쳤다.

"산삼은 암환자는 물론 원기회복에 탁월하고 노화방지, 혈압조절에도 용이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산삼을 사가는 사람에게 이틀동안 흰죽을 먹고 속을 비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런후 새벽 6시에 일어나 뇌두에서 미까지 천천히 씹게 하죠. 입안에서 소화시켜 넘겨야 합니다. 자연의 선물을 소중하게 하라는 의미도 들어 있습니다."

1시간의 대화를 끝낸 자리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 "얼마가 지난뒤 산삼을 먹고 몸이 좋아졌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평범한 말이지만 온화한 마음이 전달된다. 서로에 대한 배려이며 감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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