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교화 행정체계의 출발점

교단의 제문제와 교화 한계 극복 방안

▲ 10일 열린 특별좌담에서 참석자들은 결국 공의에 의해서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물같이 합할 수 있는 교단적인 의식개선이 교구자치제의 성공 열쇠임을 말했다.

원불교100년을 앞두고 시대변화에 상응할 수 있는 교단 행정의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 이에 교정원은 자율과 책임, 공의와 합력으로 결복교운을 열어갈 성공해법으로 ▷100년 성업봉찬 ▷교화대불공 ▷교단혁신 ▷교구자치제를 핵심정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4대 핵심정책 중 교구자치제는 교구의 교화와 행정을 교구 내 출재가 교도들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해가도록 하는 제도로서, 또한 교구의 특성에 맞게 다양성과 자율성을 살릴 수 있는 효율적인 교화행정체계라는 점에서 중요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교구자치제가 교단의 제문제와 교화의 한계성을 극복하여 현장교화가 살아날 수 있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본사는 '교구자치제 확립 방안을 말한다'는 주제로 박정원 교수, 김창규 회장, 배현송 기획실장, 박중훈 사무국장과 함께 10일 오후2시 중앙총부 법은관 1층 소회의실에서 특별좌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교단의 성장과 더불어 교구자치제는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며 "우리 모두가 하루빨리 합의와 결단을 내려서 다같이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정원 교수 ·········· "교화침체 및 구성원의 역량 신장 가능"

김창규 회장 ·········· "개방·참여·공유라는 집단지성 시대"

배현송 기획실장 ······ "서울부산·전북에 우선 시행"

박중훈 사무국장 ······ "교화 행정체계의 책임과 권한 분명해져"


■  교구자치제는 왜 필요한가

배현송= 원불교100년을 앞두고 그동안의 교단을 평가해 보면 교법을 실천하고 실현하는데 있어서 다소 미흡하고 아쉬웠던 여러 가지 사항들이 있었다. 이러한 사항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꾸준하게 논의하고 추진된 교구자치제에서 물꼬를 트고자 했다. 교단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서 교구자치제를 확립하고 교단의 제반 문제들을 정비해 간다면 원불교100년 성업을 향해서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박정원= 교구자치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심정책이다. 급속한 지방분권화, 정보화, 사회참여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교단 운영의 시스템도 능동적으로 갖춰나가야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교단의 인적 물적 역량을 키워서 교구자치제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지금의 교화침체 및 구성원의 역량신장 등이 가능할 것이다.

김창규= 교화발전과 교단 행정면에서 교구자치제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한다. 원불교100년과 관련해서도 국내기반이 갖춰져야 세계교화의 포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교구자치제를 한 단계 성숙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박중훈= 교구자치제는 효율적인 교화 행정체계의 출발점이다. 그동안 교정원의 정책이 교구나 교당 현실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교정원과 교구 교화 현장간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서는 교구자치제 강화를 통해 교단정책 결정-집행-지원조직의 기능 재정립과 인사권, 재정권, 교화권이 적절하게 배분되고 이양되어야 한다.

■ 교구는 교구자치제에 맞는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는가

박중훈= 현재의 교구자치제 출범 당시 실제 행정을 맡은 교구의 교구장, 사무국장, 사무국 소속 직원들에게 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교육이나 학습, 훈련의 과정이 부족했다.이처럼 자치행정에 대한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권한이 시나브로 이임되다보니 그 권한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사용하여 어떤 효과를 거둘 것인가 보다는 갑작스런 업무 증가가 잡무이양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교구자치제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재정권 이양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기반한다고 본다.

김창규= 대체적인 평가가 교구자치제는 교구의 역량에 문제가 있었고, 교단이 교구자치제 실행에 따른 충분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진정한 의미의 교구자치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교단의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것은 교구 역량문제는 후차적인 것이며 이와는 별개로 인식해야 한다.

박정원= 현실적으로 인사권, 재정권, 업무이양이 체계적이고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달리 말하면 교단이 안고 있는 행정문화, 교단의 문화가 종교가가 갖는 특성상 위계적 사고가 강하고 수평적 측면보다는 종명을 향한 수직적 측면이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 사실 우리 구성원 안에서 강하게 팽배되어 있다. 업무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교육, 학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상당부분 형식주의로 흘러왔다.

권한과 책임이 동반되어야 함에도 핵심적 권한을 교구에 넘기지 못했고, 그 결과 교구에서도 책임을 회피하는 교단문화가 저변에 깔려있다. 이것이 계속 진행되면 결국 교단발전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현송= 원기80년 광역행정조직에 맞춰 교구자치제를 본격 시행한지 벌써 15년이 되었다. 하지만 시기상조라는 교단의 분위기 속에서 상당히 지연되고 머뭇거렸다. 물론 교구의 자치력과 역량 또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구자치제는 발전적인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 박정원 교수 / 남중교당·원광대

■ 대교구제 시행에 대해서는

박정원= 또 다시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교구에 일률적으로 교구자치제를 시행했을 때 상당한 에너지 낭비와 형식주의에 치우치게 된다. 물론 대교구제의 경우에도 어려움은 있다. 그러나 교구자치제만을 놓고 봤을 때 대교구제는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선 서울, 전북, 부산과 같은 서너곳을 시범적으로 대교구제를 시행했으면 한다. 설사 총부의 직접 권한이 약화되더라도 서울교구의 경우는 되도록 빨리 교구자치제를 실시하여 교단의 시범을 보이고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 본다. 큰 방향을 잡고 물꼬를 터 주면 가능하리라 본다.

김창규= 대교구제는 마이너교구(약세교구)들을 통합해서 교구자치제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구자치제를 위해 약세교구들을 통합하고 대교구제로 나아가는 것은 좀더 신중해야 한다. 정책수단에 있어서도 메이저 교구와 마이너 교구에 선택적으로 적용해야 하고 교구의 역량과 준비되는 과정들을 살펴서 점차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교구자치제를 위해 현재의 13개 교구를 또 다시 조직 개편하는 문제는 선후본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박중훈= 다른 규모의 교구체제보다는 지금 규모의 교구단위를 유지했으면 하고 교구자치의 본격시행도 우선 서너곳을 해 보는 것도 장점이 있겠지만 가급적 다수의 교구가 함께 출발 했으면 한다. 다만 현재 교구의 재정실력으로는 온전한 역할을 다 할 수 있을지 의 문이다. 그러므로 일단 중앙재정의 지원으로 교구사무국이 기본적인 틀을 갖추고 시작하면 교구자치제는 빠르게 정착할 것이다. 이에 앞서 교정원에서는 각 교구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적정 인원과 비용에 대한 산출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배현송= 교단적으로 서울, 부산, 전북에 먼저 교구자치제를 시행하고 이후 남은 교구에 순차적으로 시작하자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대전충남교구는 먼저 교구자치제를 해보겠다는 합의를 도출해 냈다. 교구자치제가 바람직하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바로 현장에서 그런 싹이 트고 그 안에서 자치 역량이 형성되어야 한다. 다만 총부에서는 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최대한 지원할 것이다. 교화현장을 살리고자 하는 이런 제도로 인해서 오히려 약세교구들이 부담감을 갖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다.

▲ 김창규 회장 / 남서울교당·국제교화사업회

■ 교구 법인분립에 대한 기대는

김창규= 미래를 준비할 때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현실적인 필요에 의해서 분리된 교구유지재단은 한정된 목적으로 가동시켜야 한다. 그런데 법인분립과 교구자치제가 같은 의미로 진행되는 것에는 의문이 있다. 교구자치제의 본질적인 속성과 기능은 교구장, 교구교의회, 상임위원회 등 우리의 의사결정 속에 있다. 엄밀히 교구 법인분립과 교구자치제는 별개로 보아야 한다. 교구유지재단에서 교산의 관리 및 산하기관을 일정 부분 관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인사권, 재정권 등 교구 교화행정기능에 있어 중요정책결정까지의 권한을 부여할 것인가는 깊이 검토할 문제다.

배현송= 교단적으로 교구자치제 확립을 위해 재산권, 교화권, 인사 및 행정권을 교구에 이관하고 교구별 법인분립의 방안으로 교구유지재단을 형성한다는 방안을 내 놓았다. 결국 교구자치제를 확립한다는 것은 교구별로 법인을 따로 분리한다는 전제가 있다. 법인분립이 교구자치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이유는 그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재산권을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재산의 처분이나 확산, 교구내의 희사자가 생겼을 때 그동안 중앙으로 집중된 재산이 그 교구법인의 재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교구에 구심점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박정원= 교구 법인분립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법인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모든 조직운영의 기본 원리는 견제와 균형을 통한 발전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독주하면 부작용이 따른다. 그런 점에서 교구자치제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면밀한 법적 검토, 체제의 소규모라도 견제와 균형이 드러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교단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박중훈= 현재도 교구자치제는 시행되고 있다. 다만, 교구상황을 살펴보면 재정시스템이 대단히 열악하다. 이 시점에서 법인을 분리한다면 총부 또는 각 사업회에서 관장하고 있는 기관들을 전향적으로 위임할 때 교구자치제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 배현송 실장ㆍ교정원 기획실

■ 교단혁신과 교화대불공에 영향은

박정원= 물론 교구자치제가 교단혁신과 교화대불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결코 교구자치제가 능사는 아니다. 어려운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출가와 재가가 함께한다는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동안 급속한 사회변화 속에서 대종사님의 근본 취지가 구체화되지 못하고 상당기간 출가위주로 흘러왔다.

오늘날 교화침체는 상당 부분 재가교도들의 참여가 배제되고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제라도 우리 교도들이 큰 책임감을 느끼고 거진출진이라는 양대 축을 다시 살려서 교구를 활성화시키고 교화가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중훈= 교구자치제는 교단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고 교화의 한계성을 극복하고자 주안점을 두고 추진하는 만큼 책임과 권한이 분명해질 것이다. 그동안 명쾌하지 못했던 행정의 신속성과 책임의 명확성 속에서 구성원들의 교화대불공도 우리가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배현송= 한마디로 교단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있어서 첫 단추가 교구자치제이다. 교화현장에 권한을 주고 현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교구자치제가 잘 형성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들의 의식도 교단혁신도 이뤄질 것이다. 그러면서 교화대불공의 불을 지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규= 이제는 '개방·참여·공유'라는 집단지성시대이다. 결국 출재가 교도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공유하는 속에서 교단혁신도 나온다. 교화대불공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교구자치제는 교단혁신과 교화대불공에 있어서 상승효과가 기대된다.

▲ 박중훈 사무국장ㆍ전북교구

■ 교구자치제 정착을 위해 시급한 것은

박중훈= 일찍이 대산종사께서 '공화제도의 체제'에 대해 법문한 바 있다. 그렇지만 교단은 '협의·합의·공의'가 중심이 되는 공화제 보다는 종교가의 특성인 '종명'이 우선할 때가 없지 않았다. 이제는 교단의 문화가 행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결정을 존중하며 나아가 행정을 통해 '종명'을 잘 받들고 해결해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박정원= '모든 제도는 의식의 소산이며, 모든 의식 또한 제도의 소산이다'는 명제 아래 교역자들이 기존의 관행과 의식을 과감하게 떨치고 관리자의 심성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교구자치제가 형식으로 흐르지 않고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다. 현재의 교단 행정은 총부, 교구, 교당의 업무들이 얼키설키 섞여 있다. 교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제도적인 틀을 바탕으로 서로 협의하고 실무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업무이양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다소 지루한 일인지 몰라도 원활한 업무이양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김창규= 지금까지 교당 신설(신축) 등과 관련하여 입지, 규모, 재정에 대한 타당성 검증과 조정이 단독 교당 차원에서 이뤄지다보니 부적절한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있었다. 교구자치제를 통해 이러한 부분은 교구에서 관장해야 한다.
교구재정시스템이 공식적으로 확립되어야 한다. 재산관리권에 그치지 말고 상시조달 원천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교구에서 도매를 하고 교당봉공회에서는 소매를 하는 경우처럼 중앙의 유통사업을 교구로 확대해야 한다. 또 하나 교구의 교당재정통제권을 갖고 전략적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청소년, 대학생, 군종 교화를 지원하는 등 재정의 공식적인 입장과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교구자치제를 위해서 교구, 교당 등 사무국 운영의 기능과 역할에 있어서 보완 정리되어야 한다.

배현송= 수위단회 결의까지 모든 정책결정이 끝난 지금은 주먹을 불끈 쥐고 분발심을 나타낼 때이다. 담당부서로서 교구자치제 정착을 위한 교육과 훈련, 홍보에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위해서 오랫동안 언급된 중앙총부 인력의 구조조정이 상당부분 필요할 것이며 각 교구에서는 재정적인 역량과 자력을 갖추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결국 공의에 의해서 결정된 것에 대해서는 물같이 합할 수 있는 교단적인 의식개선이 교구자치제의 성공 열쇠다.

사회 육관응 편집국장 yuk@wonnews.co.kr
사진 나세윤 기자 nsy@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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