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우진 교도 / 여주교당·걷는사람들의모임여강길 대표
'오늘 우리들의 기도가 새들이 창공을 마음껏 날고 물고기가 자유롭게 헤엄치고, 아이들과 강아지가 송아지와 망아지가 토끼와 다람쥐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하는 생명의 숨길이게 해주시옵소서.....'

며칠 전 여주 신륵사 매표소 입구에 컨테이너 두 대를 놓고 '여강선원' 개소식을 벌였는데, 그 때 수경스님께서 울먹이며 반복한 어구였다.

오늘 우리들의 이 기도가… 수경스님의 기도문은 온 국토를 자벌레처럼 기어다니다가 이제 마지막 기원을, 망가져 가는 저 남한강물에, 여강물에 푸는 소리처럼 나에게 다가왔다.

대종사님께서 지금 계셨더라면,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떤 말씀과 입장을 취하셨을까 궁금하다. 가끔 학생들을 대하다가도 대종사님이시라면 '지금 이 시점, 이 상황에서, 이 학생을 두고 어떻게 말씀하시고, 취사하셨을까?' 자주 되뇌인다. 한 때 기독교에 몸 담았을 때, 가장 좋았던 표현이 '예수님이라면?'이었다.

지난 해 말 쯤 천주교 경인교구 사제단과 신자 1,000여분이 여주 남한강을 찾아 자연에 미사를 올리고, 4대강 사업구간을 걸었다. 올 초 대보름을 앞두고 불교계 성직자와 신도 1,500여명이 여주 신륵사 앞에서 생명의 수륙제를 올리고 자연과 생명을 위한 발원을 펼쳤다.

하지만 지난 해 두 대통령의 국장·국민장을 통해 국민 앞에 나타난 원불교는, 이 지역에 국토가 무차별 파괴되고 있는 이 고통의 현장에 아직 발걸음이 없다. 대종사님께서 살아 계시다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취사 하셨을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천지은과 부모은, 동포은과 법률은 이 4가지 은혜는 우리 모든 교도의 신앙의 대상처이자 우리 온 삶을 비추는 은혜의 뿌리이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이 4대강은 전 국민을 먹여 살리는 젖줄기이다.

어린 식견으로 4대강 살리기라는 명목하에 진행된 이 사업이 4은에 크게 배은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지자연의 은혜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고, 삼세의 부모님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으며, 같은 동포인 금수초목의 삶 터를 완전히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환경영향 평가부터 현행법률 뿐만아니라 사생(태란습화)일신이라는 정법을 무참히 깨트리고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보았다. 원불교도로서 4은이 무참히 깨져나가는 현장을 매일 지켜보아야만 하는 아픔을 혹시 공감하시겠는가? 어머니인 강이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되고, 포크레인 삽질로 난자당하고, 습지가 파괴되어 동포인 고라니와 오소리가 용산 철거민처럼 이리 저리 불안 속에 도망쳐 다니고 있다.

뱁새라 불리는 붉은오목눈이가 제 집이 완전히 파괴되어 어디에 집을 지을지 조차 모르는 이 저녁에, 5년 뒤에 펼쳐질 원불교 100년 기념축제는 축제일 수 있겠는가? 그것이 자식된 도리이겠는가? 그 뜻을 아는 제자의 도리이겠는가? 과연 사은을 아는 이들의 기쁨이겠는가? 사은이 망가져가는 현장을 나 몰라라 하고 벌이는 축제는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이고 무엇을 위한 축제란 말인가.

더 깊고 큰 뜻을 모르고 섣불리 행동하여 '대종사님의 온 제자가 아니라 반 쪽 제자'라고 평가 받을지라도 이 상황에서 4대강, 제가 살고 있는 남한강, 여강의 고통에 눈 감을 수는 없다.

굳이 종교로서 원불교가 아니라 소태산 박중빈 선생님의 제자로, 여주지역의 한 줌 안되는 소수의 교도가 있었다는 자부심으로도 이미 족하다. 무시선법의 종지, '육근이 무사하면 잡념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며, 육근이 유사하면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라.' 물질과 탐욕이 정점에 이른 시대에 어울리는 큰 울림으로 다가 온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