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광 교무·원광대학교
    (논설위원)
최근 정부의 교육과정 개정 내용을 보면 학교에서나 진로지도 및 직업교육이 중시되고 있다.
물론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직업의 중요함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그리고 갈수록 치열한 취업난 속에서 학생이나 학부모, 사회가 그런 교육을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요구하는 현실을 잘 반영해주는 부분이 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학교에서 직업교육이나 진로지도는 대체로 직업에 대한 사실적인 정보 제공과 자기 진로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왜 인간이 직업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은 뒷전이다. 그저 직업을 얻기 위한 온갖 방법에만 몰두한다. 물론 그런 형태의 직업교육을 나무랄 수만도 없다. 문제는 수단과 목적의 선후가 뒤바뀐데 있다.

그런데 통상적인 학교의 직업교육과 전혀 다른 학교를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 학교는 "직업선택에 열 가지 경계할 점"을 가르친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모든 조건이 갖춰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앞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것으로 가라,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부모나 아내, 약혼자가 결사반대하는 곳이면 틀림이 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왕관이나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왜 꿈 많은 젊은이들에게 통상적인 직업교육 대신 이런 교육을 하는 것일까? 그 의도가 내심 궁금했다. 자칫 학생들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어쩔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직업교육에 우선순위는 "정신교육"임을 세삼 강조하고 있는 데서 놀랐다. 이런 정신으로 직업세계에 나간다면 어디서든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확신이다. 실제로 졸업생이 이를 입증해준다고 한다.

일찍이 전인교육을 몸소 실천에 옮긴 일본의 옥천학원 설립자인 오바라(小原國芳)는 온전한 인격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려면, 머리(학문), 가슴(예술), 몸(건강), 손발(직업), 혼(종교) 그리고 도덕교육 등 여섯 방면의 교육을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여기서도 가장 중시하는 것은 역시 혼을 일깨우는 교육 즉, 정신교육이었다.
그런데 이런 직업교육은 아쉽게도 학교, 가정, 사회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것이 진학, 사회·경제적 지위를 획득하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 일까. 아니 역설적으로 그런 외재적 목적을 얻기 위해서라도 학교에서 혼을 일깨우는 교육을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본래 정신교육을 강조하는 뜻은 그것이 온전한 인간을 교육하는 비롯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몫을 학교에만 지우기에는 버겁다. 가정과 사회가 분담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보다 종교가 그 부담을 안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기가 배운 학문과 기술을 돈 버는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그렇게 사는 사람이 참으로 위대한 사람이요, 높은 이상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다"라고 가르치는 스승, 그렇게 가르치는 학교, 가정, 사회의 모습이 그립다. 이런 학교를 일러 혼을 일깨우는 학교라고 명명해도 좋다. 아니 영성교육, 종교교육이라고 한들 무엇이 문제인가.

대종경에도 말씀하시기를 "마음이 바르지 못한 사람이 돈이나 지식이나 권리가 많으면 그것이 도리어 죄악을 짓게 하는 근본이 되나니 마음이 바른 뒤에야 돈과 지식과 권리가 다 영원한 복으로 화하나니라"(요훈품 4)하셨다.

이 시대에 아니 앞으로도 가장 먼저 해야 하고 소중한 것은 혼을 일깨우는 교육이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경계해주신 바와 같이 아이에게 칼을 들려주는 것과 다름이 없어 그 화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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