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35: 원불교에서도 육식을 금합니까?
대답: 원칙적으로 금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교리상으로 30계문에 연고 없이 살생을 금하고 있어서 묵시적으로 육식을 장려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정전> 제3 수행편 법마상전급 십계문에 보면 법마 상전급이 되면 '연고 없이 사육을 먹지 말 것'을 계문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초기불교에서도 원칙적으로 육식을 금기시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삼종정육(三種淨肉)'이라고 해서 자기를 위해 죽이는 것을 직접 보지 않았거나, 타인에게 그런 사실을 듣지 않았고, 자신을 위해 도살했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없는 고기의 섭취는 부처님이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육식이 계율로 금지된 것은 대승불교 이후입니다. 중생에 대한 이타행과 보살행을 강조하는 대승불교가 구제대상인 중생의 육신을 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외는 있었습니다. 환자 등 특수상황인 경우만 육식은 한시적으로 허용됐었습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원불교 교도라면 연고 없이 육식을 장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원불교에서도 인간이 육도로 윤회하는 것을 믿기 때문에 그 윤회의 법륜에서 사육의 동물 중에는 자기 전생의 인척 또는 내생의 인연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육도의 윤회 측면에서 인간에게서 가장 먼 식물을 먹고 사는 것이 가장 죄를 적게 짓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굼벵이에서 개가 되려면 수십 세대를 도를 닦아야 했는데 개를 죽이는 것은 굼벵이 수십만 마리를 죽이는 것보다 과보가 무겁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채식을 하는 것은 가장 죄를 적게 짓는 일이 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인간과 비슷한 동물을 먹게 되면 그 만큼 병에 감염될 위험이 커지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개를 잘못 먹으면 광견병, 소를 잘못 먹으면 광우병 등이 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생선의 병은 인간에게 감염되기 어렵고 더욱이 식물의 병은 인간에게 감염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육보다 채식은 영양적 측면에서는 조금 모자라지만 그만큼 독성은 적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영국에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일주일에 하루라도 육식하지 말자'는 캠페인이 일어날 만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고 없이 육식을 금하고 있는 원불교의 깊은 뜻을 이해해야 합니다.
<한양대·중곡교당>
윤광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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