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국 원로교무, 치열한 기도정진 경험
제자에게 '좌선하지 말라'는 가장 큰 벌 내려

"출가이후 총부 기념관에 서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고 첫 마디를 연 박은국 원로교무는 설렘이 가득한 천진부처의 모습으로 보였다.

14일 대각개교절 법잔치로 열린 교리강습에서 박 원로교무는 "일반대중이 원하는 내용을 법문하겠다"며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했다.
박 원로교무는 영산에서 공부하다가 총부에 와서 대종사를 뵙고 공부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박 원로교무는 "처음 말로 듣던 대종사님을 뵈니 하늘을 날듯이 좋았다"고 회상했다. 총부에서 박 원로교무는 조실 청소를 담당했다. 청소를 하려고 조실에 갔는데 대종사님은 뒷짐을 지고, 정산종사님은 손을 앞으로 모으고 말씀을 나누는 중이었다. 그런데 아직 철이 덜 든 박 원로교무가 그 앞에서 빗자루 질을 했다. 그때 대종사께서 "얘가 누구냐"하니 정산종사는 "이 아이가 부모가 교도도 아닌데 서원서를 냈습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종사는 박 원로교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너희 집은 명당을 썼나 보구나"하셨다고. 또 대종사는 자상하게 빗자루 질 하는 법을 알려 주셨다. 대종사는 박 원로교무에게 "얘야, 비질을 할 때는 끝을 죽여야 한다"고 가르쳐 주셔서 지금도 빗자루 끝을 눌러 사용한다고 말했다.

박 원로교무가 방 청소를 위해 걸레질을 하는데 대종사께서 "얘야, 걸레질은 방을 닦으면서 네가 뒤로 가거라"하고 가르쳤다. 교단초기 스승과 제자 간의 맞춤식 지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간격 없는 자상함에 공부하는 재미가 진진했다.

박 원로교무는 치열한 기도정진에 대한 경험도 후진들에게 설파했다. 박 원로교무는 "기도원력을 세운 동기"에 대한 물음에 "'무한정진적공 희사만행불공'의 서원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로교무는 "유일학림 때 학생들이 '기도를 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아 정산종사께 여쭈었다. 그런데 정산종사가 21일 이상을 못하게 했다. 조실에서 기도를 하는데 일심이 안 되었다. 입정하는 시간이 10분 이내 인데 어찌 일심이 안될까? 걱정걱정했다. 어떻게 해야 입정이 될까? 의심이 걸렸다. 그러다가 운봉교당 교무로 갔다. 바쁘지 않아 공부를 해 봐야겠다 생각하고 100일 기도 했다. 사실 교무로 나갈 때 일심이 안 모아지는 것과 어떻게 해야 선이 잘 될까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기도했다. 100일이 되고 나니 '이것이 무시선이구나'하고 깨달았다. 이후 신앙수행에 대해 '무한정진적공 희사만행불공(無限精進積功 喜捨萬行佛供)'이라는 서원을 세웠다. 내가 내생에 나더라도 정진적공을 쉬지 아니하고 불공을 쉬지 않겠다. 정진이 잘 되어야 불공이 된다. 그래서 어떤 일이 있더라도 '희사만행 불공하자'고 서원 세우니 대종사, 정산종사, 대산종사를 모시고 한없는 생을 모셔야겠다는 서원이 서졌다. 무한정진적공 희사만행불공만 쉬지 않으면 스승님들을 세세생생 따라 다닐 수 있다"고 정진과 불공에 대해 강조했다.

또 부산 배내골훈련원에서 "잔디에 제초제를 뿌린 사람에게 좌선을 하지 말라"고 한 일화를 듣고 "왜, 좌선 못하게 하는 벌을 내렸는지"를 물었다. 이때 박 원로교무는 "세상에서 제일 하기 어려운 것이 좌선이다. 수행자는 좌선은 안 되어도 해야하고 되면 더 잘해야 한다. 좌선을 못하면 성불을 못하는데, 나는 좌선 하지 말라는 것이 가장 큰 벌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원로교무는 "한 평생 좌선을 했는데도 이 근자에 좌선 맛을 조금 본다"고 응답해 정진적공의 치열함을 깨우치게 했다.

출가 이후 한 번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는 박 원로교무는 이렇듯 도미(道味)에 푹 빠져 신앙 수행자의 삶을 일관했다.

▷다음주에는 한정원·전이창 원로교무의 교리강습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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