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분쟁의 다수는 종교분쟁
근원적 가르침에 바탕해 화해해야

3월초 나이지리아의 중부 플래토 주의 조스에서는 기독교인과 무슬림간의 유혈 충돌이 발생해 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 1월에도 두 세력간 충돌로 300여 명이 숨졌다.

이런 종교 분쟁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세계분쟁지역 DB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86건(2002년 11월 현재)의 분쟁이 진행 중이며 이중 종교분쟁은 약 38%정도인 32개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

대개의 종교의 교리를 압축하면 사랑, 자비 등 평화적 언어로 압축된다. 그럼에도 종교간 분쟁이 전체 분쟁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또 분쟁의 강도 또한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종교분쟁을 문명간 충돌로 본 사무엘 헌팅턴은 자신의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21세기 분쟁은 문명과 문명의 단층선 지대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종교분쟁의 이면을 살펴보면 종교분쟁에는 단순히 종교적 차이와 이에 따른 문명의 대립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민족, 영토, 자원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례도 많음을 주목해야 한다. 이 경우 종교는 이해관계에 대한 분쟁에 명분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마르크가 "종교는 인민의 아편과 같다"고 지적한 것처럼 종교에 대한 맹신은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킴으로써 이러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도 한다.

이처럼 종교로 인한 분쟁도 있었지만 대화를 통한 종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도 계속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산하 종교평화국제사업단(IPCR)은 필리핀의 종교분쟁 지역인 민다나오에 종교문화간대화평화센터를 개원했다.

센터는 이슬람, 천주교, 개신교의 종교 지도자들이 종교간 대화를 진행하는 종교간 대화와 화해센터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또 민다나오 지역의 3개 부족에서 종교 청년들을 선발, 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언어(Mormao, Tausog, Magvidimo) 및 이슬람 언어를 교육시켜 상호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선발된 종교 청년들은 상호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 교육뿐만 아니라 종교간 대화 교육, 평화교육을 병행함으로써 이들이 이 지역에서 갈등 해결을 위한 평화의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토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종교분쟁에서 역시 종교의 근원적 가르침으로 돌아간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종교를 넘어선 종교〉의 저자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는 책의 머리말에서 "비본질적인 것들을 넘어 종교 본래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지금 세계의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종교분쟁 또한 이러한 비본질적인 것들에 사로 잡혀 벌어지는 현상의 결과물은 아닌지 다시 한 번 돌아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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