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잊고자 하되 잊을 수 없는

'…안으로 버리고자 하되 버릴 수 없고 잊고자 하되 잊을 수 없고 숨기고자 하되 숨길 수 없으며, 밖으로 길흉이 능히 그 뜻을 움직이지 못하고 순역이 능히 그 마음을 유혹하지 못하고 백가지 묘한 것이 능히 그 생각을 끌지 못하면 이것이 이에 바르게 깨친 진경이니라.'(권도편 39장)

진리에 대한 바른 깨침을 얻으면 이렇게 된다는 정산종사님 말씀입니다.

이 법문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개운하고 법열이 솟아납니다. 내 마음이 이럴 때 파란고해도 더 이상 파란고해가 아니고 역경 난경도 더 이상 역경 난경이 아니게 됩니다. 누가 뭐래도 내 삶에 자신이 있고 누가 뭐래도 내 갈 길을 즐겁게 갈 수 있습니다. 행복의 지름길을 걷고 있으니 이 길을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 법문을 단장님들의 사명에 적용해보면 이렇게 되겠지요. 내가 대종사님을 대신하는 교화단장이라는 사명을 버리고자 하되 버릴 수 없고, 잊고자 하되 잊을 수 없고, 숨기고자 하되 숨길 수도 없습니다. 단장이라는 기쁜 사명이 마음에 사무쳐서 도저히 버릴 수도, 잊을 수도 없으며, 숨길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죠. 세상 온갖 유혹에도 단장의 사명과 역할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서원과 사명은 누가 강제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스승님들과 동지님들이 도와주실 수는 있어도 결국은 내 안에 어떤 깨달음이 피어나야 합니다.

이 깨달음이 내 삶을 통째로 바꾸고 주변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4월, 대각의 달입니다. '잊고자 하되 잊을 수 없는' 깨달음과 도저히 숨길 수 없는 서원 그리고 버릴 수 없는 사명이 우리들 마음에서 아름다운 봄꽃들 처럼 피어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최정풍 / 교화연구소장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