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흰민들레 부활에 정성 다 해야죠"

씨앗 발아가 핵심 기술
전초, 약성 뛰어나고 차맛 담담

▲ 강법성 연구실장이 씨앗을 받기 위해 꽃대를 채취하고 있다.

영광군 길룡리 원불교 영산성지에 있는 성래원 찻집에서 흰민들레 차 한잔을 마셨다. 부드러우면서도 담담한 맛이 느껴진다. 올해 처음 수확한 민들레로 차를 덖었다니 그 맛이 오죽하랴. 차를 마시고 나서 비 내리는 성래원 주변을 살폈다. 화단 곳곳에 흰 민들레가 무리지어 얼굴을 내밀었다. 그 근원을 알기 위해 차로 2분 거리에 있는 민들레 농장으로 향했다. 비닐하우스와 노지에는 흰 민들레의 숨결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비닐 하우스안에는 밀식된 씨앗과 묘종을 심은 포트를 비롯 꽃을 피운 민들레 등 다양했다. 이곳에서 민들레 꽃대를 꺾어 모으고 있던 강법성(호적명 성용·48)영산 민들레 작목반 연구실장으로부터 다양한 내용을 들었다.

"영산선학대에서 근무한 이후 쉬는 날이면 정관평 흰 민들레 군락지에서 씨앗을 채취하고 뿌리를 파오는 작업을 했습니다. 차도 팔고 텔레비전도 다른 곳으로 보낸 것도 오로지 흰 민들레 번식 작업에 매진하기 위해서죠."

그가 흰 민들레 재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6년경. 간이 좋지 않아 50세도 되지 않아 이 생을 하직한 부모를 생각하면서 부터다. 일찍 흰 민들레를 알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그를 더욱 흰 민들레 연구에 빠져들게 했다. 어느날 지인으로부터 영산에 흰 민들레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 씨앗 채취를 부탁했다. 그는 이미 1년 6개월 전에 결단을 내렸다. 흰 민들레 재배를 성공시키기 위해 이벤트 회사를 정리하고 영산으로 내려왔다.

"토종 민들레를 부활시킬 수 있겠다는 각오가 섰어요. 처음에는 노지 10평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영산과 신안에서 부탁한 씨앗을 싹 틔운 후 따로 파종하여 실험을 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신안 것은 어렸을 때 서양민들레 잎과 비슷하여 모종 때 버렸습니다. 이와달리 영산것을 정성껏 키워 밭에다 심었습니다. 그런데 전부 노란 민들레였어요. 나중에 2세 1번의 잎이 하얀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오히려 신안것이 토종민들레 였다는 사실도 체험했어요."

이로인해 그는 노란민들레로부터 수정받은 흰 민들레 씨앗은 100% 노랑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그가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 얻은 연구 결과다. 그는 더 이상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 정관평 언덕에서 채집한 씨앗을 발아시켜 파종한 후 1년 정도 계속 씨를 받았다. 그는 씨앗을 채취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설명했다. 마치 관찰일지를 읽는 느낌이다.

"민들레는 벌과 나비를 통해 수정을 받으면 꽃을 안 피우고 누워서 씨를 익힙니다. 하루나 하루반 정도 있으면 꽃대가 쑥 올라옵니다. 종자 번식을 위해 꽃씨를 바람에 날리기 위해서죠. 그런데 동그랗게 피기 직전에 꽃대를 따야 합니다. 어느 정도 놓아두면 씨가 날아가지 않습니다. 이렇게 채집한 씨앗은 냉장고에 이틀 정도 두었다가 꺼낸 다음 찬물에 하루정도 담가두어 발아 시킵니다. 여기에 핵심이 있습니다."

그는 흰 민들레는 자가 번식을 하는 노랑 민들레에 비해 발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보았다. 그가 흰 민들레 씨앗을 채집해 50% 발아 시킨 것만 하여도 대단한 것이다. 발아 후 상자에 뿌린 다음 수분이 마르지 않게 황토를 얇게 덮어준다. 이때 직사광선을 피하게 한다. 싹이 나오면 포트에 심어 두었다가 노지에 옮기는 작업을 한다.

정상국(55) 반장은 그에 대한 신뢰를 보냈다. 1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후 50% 발아율을 끌어올린 것에 대한 반응이다. 공동생산, 공동가공 및 판매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였다.

"영광군 농업기술센터 특화사업 중 하나가 민들레라는 것을 나중 알게 되었어요. 작목반 권유를 받았지만 저희들도 안 해본 작물이라 처음에 망설였습니다. 다행히 강 선생과 함께 육묘과정을 같이 하고 있어 앞으로 기대가 큽니다."


산죽 꼬챙이로 모종을 포트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던 최현숙(38)씨는 애로사항에 대해 말했다. 광주에서 시집와 이곳에서 농사 지은지 17년이 된 그녀지만 아쉬움은 있다.

"임시 작업대이다 보니 어린 모종을 포트에 옮겨 심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아직 초창기라 이런 점이 있을 것입니다. 민들레작목반이 주위에 알려지면 형편이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옆에서 이들의 말에 미소만 짓던 강 실장은 작업장만 살폈다. 자신의 뜻을 알아줄 날이 올것라는 확신 때문이다.

"흰 민들레 홍보를 위해 7월초에 행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흰 민들레는 열을 내리고 해독, 염증은 물론 위장병과 간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고 되어 있어요. 이러한 효능이 있는 흰민들레를 가지고 비빔밥을 비롯 쌈채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사라져가는 흰 민들레를 부활시키는 캠페인도 예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민들레 차도 대접해야지요."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리 중에서 2번째로 컸던 길룡리에 젊은 인구의 유입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남원 실상사를 예를 들며 귀농인구가 늘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영산 민들레 작목반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의 시선은 벌써 흰민들레 꽃대에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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