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들과 함께하는 생일잔치, 365일 법잔치

▲ 법회 전 웃음꽃으로 긴장된 몸과 마음을 풀어주고 있다.
교무가 정진해야 교도도 공부목포 신도시인 하당에 위치한 하당교당. 교당 현관에 들어서자, 안내판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말은 후하게 하고 일은 민첩하게 하라'는 법훈편 41장의 말씀이 요즘 보기 드문 붓글씨로 정갈하게 써져 있어 묵향이 그대로 전해졌다.

옆 게시판에는 법회안내가 빼곡이 적혀 있다. 매주 목요일 다도교육은 물론, 토요일 서예교육까지 일주일이 법회와 취미활동으로 꽉 짜여 있었다.

이런 하당교당은 교도 생일잔치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교당에서 4월에만 하는 공동생일잔치가 아니기에 관심을 끈다. 법회를 보는 주에 생일인 교도가 있으면 법회후에 생일잔치를 한다. 법회로 법잔치를 하고 육신의 생일도 챙겨 영육쌍전의 도량으로 거듭나고 있다.

마음 생일로 법잔치

법당에 들어서자 법회 30분 전부터 성가로 영성을 깨운다. 성가를 2~3곡 부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6~7곡을 연이어서 계속 불렀다. 특히 성가 159장 '총부를 찾아가리'를 부를때는 간절함이 사무쳐 총부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신봉은 교무는 "우리 교당은 지극히 가족적인 분위기죠"라며 "법회에 앞서 성가로 영성을 일깨우고 요가로 몸을 깨워낸다"고 말했다. 하당교당은 그야말로 가족처럼 오순도순 정답게 사는 따뜻한 훈김이 돈다.

몸과 마음을 깨워낸 뒤 신 교무는 한바탕 웃음으로 법당에 아드레날린을 충전시킨다. 교도들의 웃음소리가 많이 해 본 솜씨다. 이어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명상시간. 편안한 음악과 함께 신 교무의 명상 멘트가 흐른다.

"명상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며 자기를 주시하는 일이다. 또한 욕망과 무지를 본연의 모습으로 바꾸는 일이다. 명상은 가장 뛰어나게 자기를 보는 일이며 자기를 거룩하고 성스럽게 가꾸는 일이다." 깨달음의 달 4월에 입정에 든 교도들의 모습 속에서 의연함이 느껴졌다. 오래 숙성된 깊은 맛이라고 할까. 그대로가 입정이었다.

나해운 부회장의 '부모은'에 대한 강연을 했다. 나 부회장은 "편모 슬하에 살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받았지만 경계를 대하고 힘이 들때는 "왜 나를 낳았느냐?"고 어머니를 원망했다고 한다. 철이 들면서 원불교의 연원인 어머니의 고마움과 사랑을 알게 되었지만 직장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실제적인 표현을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다 정전공부와 사경을 통해 부모은을 알게 되었고 이제 어머니께 효도하려고 했지만 돌아가시고 안계신다고 울먹였다. 저녁에 108배를 할때마다 부모은 대목에서는 참회의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난다고 고백한다. 순간 법당이 숙연해졌다.

'풍수지탄(風樹之嘆)'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奉養)하려 하나 어버이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말은 그냥 있지 않은 듯 하다.

마음의 생일잔치는 이현도 원로교무의 성리 설법으로 더욱 풍성해졌다. 설법의 제목은 '새 세상의 비전'이다. 이 원로교무는 "성리는 진리를 깨쳐 들어가는 길이다. 배워서 아는게 아니다. 깨쳐서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생활에 갖다 써나가는것이 성리다"고 말했다. 우주만유가 진리 아님이 없기에 우리는 진리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법을 그대로 믿고 실행하는 힘이 성리라고 말했다. 그러면 극락을 수용하게 된다.

대종사 대각을 이루시고 그 심경을 성리품 1장에 밝혔다. '청풍월상시 만상자연명'이라. 청풍은 맑은 바람이다. 바람이 뜨거우면 병이 생기고 차면 춥다. 맑은 바람은 모든 번뇌와 망상이 떨어져 나간 상태다. 공부를 하면 맑은 마음이 된다. 맑음은 남에게 해롭게도 안하며, 속상하고 시끄럽게도 하지 않는다. 오직 다른 사람 마음을 시원하게 열어준다. 그러므로 맑은 바람은 진리의 바람이요, 대각의 바람임을 제시했다.
▲ 이현도 원로교무와 함께 한 생일잔치.

육신 생일로 은혜잔치

이렇듯 마음의 법잔치가 끝나자 2부 순서로 육신의 생일잔치가 이어졌다. 11일 오늘 생일 축하 교도는 김성수 교도회장, 오덕근, 서인욕행 부부, 김성준 아기의 돌이다. 돌잔치까지 겹쳐 법회전부터 잔칫집 분위기다.

신 교무는 자연스럽게 기도문을 올린다.
"생일을 맞이하여 소중한 도반들은 기도하옵나이다. 육신의 생일을 맞이하여 마음의 서원을 세웁니다. 마음의 생일은 큰 서원을 발하여 경계에도 맑고 밝은 마음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언제나 감사생활로 은혜와 감사를 나투기를 바랍니다. 만나는 인연마다 상생의 인연으로 가꾸어가게 하소서."

벌써 5년째 교도들의 생일잔치를 하고 있는 신 교무는 "교도들이 생일기도를 하면 너무 좋아한다"며 "기도식도 간단하게 심고식으로 하고 생일선물도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준비한다"고 말했다.

신 교무는 생일잔치로 교화한 사례에 대해 "일요일에는 밥을 많이 해놔요. 교당오면 편안하고 즐겁게 해요. 교도들 눈높이에 맞추어 찻감도 준비하고 찻물도 끓여놓고 해서 드시게 해요. 교도들도 교당이 편안해지니 법회때 일찍 와요. 저는 교도들이 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교도들의 생일에 맞추다 보면 한달에 2~3번 생일잔치를 할때도 있다. 생일잔치의 가족 같은 분위기가 어느새 법잔치로 이어졌다. 7년째 하고 있는 강연이 그러하며, 한달에 한번 일기감정과 매주 하는 사경노트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설교만 듣고 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신 교무는 "교무가 정진하면 교도도 공부하게 된다. 11과목으로 삼학병진 공부를 해야 변화가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마음일기를 통해 자기 마음을 바라 본 만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세가 든 교도들에게는 "저녁에 주무실때도 애착 탐착을 놓고 생사연마를 해야한다.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웃으면서 가셔야 가족교화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어떤 교도는 "저는 죽을때 성가를 부르고 갈랍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리고 명상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입정에 들어가야 오롯하게 법문이 전달 된다"며 "교도들도 공부를 쭉 시켜야 변화도 되고 주인이 된다"고 강조했다.

생일을 맞이한 서인욕행 교도는 "교당에서 생일을 보내니 너무 기쁘다. 너무 감사하고 교무님 덕택이다. 올해 생일은 공휴일이 아니라서 애들도 오지 못해 그럭저럭 보냈는데 교당에서 도반들과 함께 생일상을 받으니 모두가 대종사님 덕분이다"라고 기뻐했다.
▲ 교도들의 사경노트.

생일잔치가 어느정도 마무리 될 즈음에 박정상 교도가 교전 사경노트를 교무에게 슬쩍 내놓는다.
교무님의 도장을 맡고 가야하는 학생처럼 약간의 긴장감이 돈다. 매주 법회를 마치면 빠지지 않고 하는 인사다.

매일 2~3페이지 교전을 사경한다는 박 교도는 "이런 공부를 할 수 있다는게 너무 감사하고 공부와 법에 대한 서원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박 교도는 "법문사경이 너무 재미있고 상쾌하다"며 흐뭇한 함박웃음을 짓는다.

법회를 마치고 교당을 나서는데 4월의 매화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진다.
마음꽃이 핀 교도들의 법향에 취한 탓일까. 매화향기보다 진한 하늘꽃이 푸른 하늘을 감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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