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디자인, 무시선·무처선 만나다

최근에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며 커뮤니티 디자인의 개념 안에 문화상품을 디자인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어 원광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학과에서는 2007~2008년 졸업상품으로 원불교 교리와 연계해 문화상품을 콘텐츠화 했다. 이는 원광대 건학이념인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원불교 개교정신에 바탕한 것이다. 새 문명 건설의 주역으로 과학과 도학을 겸비한 인재양성에 두었기 때문이다.

시각정보디자인학과 양학철(57) 교수는 "10여 년전부터 총부앞 기념품센터에 가보아도 원불교 문화상품이라고 할만한 게 너무 드물어 차제에 우리가 개발해서 연구를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21세기가 되면서 물질보다는 문화로 그 정체성과 화두가 바뀌고 있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의 노력이 필요하다.

디자인도 사유공간의 디자인보다, 공공의 공간적 디자인을 더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자본에서 문화로, 물질에서 정신으로, 개인의 사적 사유에서 공적영역으로 바뀌고 있다. 공공디자인도 지역의 정체성 즉 자기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원불교 교리를 문화상품화 한 것은 다양하다.
▲ '감사드림' 문화상품

감사드림

감사드림 문화상품은 원불교 교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사은(四恩)을 디자인으로 컨셉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은혜를 감사하는 행위는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순 우리말인 '감사드림'이라는 브랜드를 네이밍함으로써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시켰다.

이는 어원 그대로인 감사를 드린다는 뜻과 감'사'에서 숫자 4로 표현함으로써 사은을 상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름 하나를 통해서도 이 문화상품이 어떠한 의미와 기능을 담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감사드림'을 사용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는 것이다. 결국 우리를 존재하게 해주는 것들에 대한 은혜를 잊지않도록 역할을 한다.
▲ '마음거울' 문화상품
마음거울

마음거울은 일상수행의 요법을 돕는 보조기구의 기능을 가진다. '심지는 원래 요란함이 없건마는 경계를 따라 있어지나니 그 요란함을 없게 함으로써 자성의 정을 세우자' 마음자리를 비추게 해준다. 경계에 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마음의 한계를 알고 그를 다스리기 위한 제품이다. 마음공부를 컨셉으로 항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잊었던 내면의 본래 자아를 자각하고 확인하게 해준다.
삼면의 거울을 통해 비춰지는 형상의 변화무쌍함을 보는 만화경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했다.

이 제품은 쉽게 변화하고 다스리기 힘든 일상의 경계를 잘 보여줘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 보는 것 같은 효과를 줌으로 유념의 상태에 이르도록 도와준다.

마음거울은 총 3개의 제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삼학의 교리를 담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흐트러진 마음을 정비하게 해준다. 디자인도 일원상을 응용해 동그란 원형 안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색깔과 빛의 움직임을 보면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 '바라선' 문화상품
바라선(禪)

바라선은 우리 모두가 명상을 통하여 욕심 등을 버리고 선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또한 생활속에서 무시선·무처선을 함으로써 일상속에서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다스린다. 특히 방석은 일원상의 형태를 나타내며 음이온이 첨부된 재질 때문에 소화불량과 변비가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휴대하기가 용이하여 어디서든지 일상생활에서 지쳐있는 몸과 마음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나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 '심안' 문화상품
심안(心眼)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패션 안대로서 언제 어디서나 정신수양을 할 수 있는 제품이다. 헤어밴드, 안대, 목폴라 등으로 사용이 가능한 다기능 역할을 하며 눈의 피로감을 덜고 정신수양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시각적인 요소와 청각과 후각을 자극 시켜주는 마이크로 칩이 제품 표면에 장착되어 있으며 후각을 자극시켜주는 솔향의 아로마 칩은 진정, 긴장 완화, 행복감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상품의 표면 디자인도 원불교의 일원상을 주제로 패턴을 만들어 심미적으로 표현했다.

이외에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몸 상태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시방선', 한지로 파티션을 이용한 선방 '화광동진', 조약돌 같은 것을 만지면서 자기 마음상태를 체크하는 '심지고요', 소태산 대종사의 아동교육인 심교와 행교, 언교, 엄교를 통한 아동교육과 다문화 가족을 위한 한글교육 보드게임인 '누리보듬', 손을 물로만 씻는게 아니고 공기놀이를 하며 빛과 열과 바람으로 씻는 신개념 핸드워시 '각(覺)', 자살방지 캠페인 캡슐식물 '오블리비아테', 등 핵심적이고 함축적인 내용만을 골라 문화상품화 했다.

양 교수는 "대학문화의 정체성을 위해 이런 작품들을 작업했는데 그냥 졸업작품으로 진행하는게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총부안에 전시공간도 마련하고 문화상품화 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원광대학교에 30년 가까이 재직하고 있는 양 교수는 "원불교를 문화상품화 하면서 모르고 있었던 원불교 교리에 대해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며 "동양의 사고는 원에서 나오며 원형에는 모든 정신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간과 공간은 일체이기에 무시선법이 가능하며, 물질의 보여지는 것 이면에는 보여지지 않는 정신을 개벽하자는 것이 내포되어 있다. 이는 음안에 양이 내포되어 있고, 양안에 음이 내포되어 있어 문화상품은 교리를 실용화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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