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강, 하류 수변 공간 확대로 전환 꾀해

▲ 2007년 미국 오리건주는 연어를 보호하기 위해 1년에 74억원의 전기를 생산해 내던 마못댐을 허물었다.
인류의 문명은 강에서 시작했다. 강은 인류 이전부터 태어나 수많은 생명체를 키워낸 곳이다. 하지만 '강은 흘러 바다로 간다'는 상식과 달리 세계의 많은 강들은 바다에 이르기도 전에 말라 가고 있다.

이집트의 나일강, 중국의 황허강, 파키스탄의 인더스강, 미국의 콜로라도강·리오그란데강, 오스트레일리아의 머리강 등 세계의 주요 강이 물을 가두고 돌리는 인간의 대규모 토목 공사에 죽음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아메리카에서 다섯 번째로 긴 리오그란데강은 물길이 300km 이상 사라져 '잊혀진 강'이 되고 있다. 댐의 건설로 흐르는 물을 사유화시킨 결과 하류의 강은 하얀 바닥을 드러내고 물 분배의 불평등을 야기하며 물 분쟁을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92개국의 대형 댐 건설에 약 750억 달러를 지원했던 세계은행은 2000년 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댐을 건설해서 얻는 이익보다 손실이 휠씬 크다'며 용수확보, 홍수예방, 수력발전 등 댐 건설의 목적으로 내세운 명분이 전부 미달했음을 싣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댐 건설이 홍수의 규모를 키웠고, 습지를 파괴시켜 생태계를 교란했으며, 장기적으로 지출대비 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것이다.

1950년부터 지구상에는 날마다 대형 댐이 두 개씩 건설됐고, 그 결과 전 세계 강바닥의 60%가 구조물에 의해 절단되어 왔다.

미국 미시시피강의 경우 둑 붕괴를 막기 위해 물줄기를 바꾸고 보를 쌓는 등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지만 홍수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대규모 토목공사 결과 미시시피강의 홍수 발생 횟수는 줄었으나 규모는 휠씬 커졌다.

반면 네덜란드는 홍수 피해를 대비해 라인강 제방을 계속 높이던 정책에서 탈피해 강의 홍수 수용 공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독일 또한 1300km에 이르는 범람원을 원상태로 돌리는 계획을 세워 30여 년 전 간척된 거대한 경작지를 포기하고 자연상태로 복원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홍수위를 저하시켜 반복되던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대전대 토목공학 허재영 교수는 "미국은 1912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43개 주에서 650개 이상의 보와 댐을 철거했다"며 "특히 2007년에만 12개 주에서 54개의 댐을 없앴다"고 밝혔다.

또 허 교수는 "일본도 2001년 4월까지 전국 하천에서 농업용수 취수용 보 326개를 제거했다"며 "두 나라에서 철거된 시설물은 모두 높이 15m 미만의 소규모 댐이나 보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세계적인 추세는 보나 소형 댐 등 물론하고 기능을 유지하는 댐까지 철거해 하천을 복원시키는 룸 포 더 리버(Room for the River:강을 위한 여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이 보를 준설해 물길을 막는 것과 달리 미국, 일본 등 환경 선진국에서는 하천의 폭을 넓히는 등 친수 공간 확대를 통한 신개념 치수정책으로 전환했다. 즉 보를 만들기보다는 하구의 강폭을 넓히는 정책으로 하천 복원에 힘쓰고 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