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실천으로 환경을 사랑하는 법

▲ 평범한 일상속에서 지구온난화 해결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그려넣은 마음지도
저는 환경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다음과 같은 비유를 자주 인용합니다. 환경문제의 뜨거운 감자인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높은 언덕의 정점에서 브레이크가 고장났을 때 자동차는 가속도를 내며 언덕 아래로 치닫게 됩니다. 이 순간 자동차 운전자와 자동차를 함께 탄 동승자는 속수무책으로 자동차와 함께 파국을 향해 가는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자동차의 기어를 3단, 2단, 1단으로 낮추다 핸드브레이크를 채우게 되면 최소한 파국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우리의 지구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환경을 염두에 둔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의 기어를 낮추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연조미료 사용

결혼 후 살림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족의 건강을 위해 화학조미료 대신 멸치·다시마·마른새우·표고버섯 등으로 만든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사용하였고, 된장·고추장은 물론 매실과 포도주스도 만들어 먹었습니다. 직접 만든 천연조미료와 장류들로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이 인스턴트 식품과 화학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외식을 멀리 하도록 하였고 자연적인 먹을거리를 찾기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농업살림, 밥상살림, 생명살림!", "생산자는 조합원의 생명을, 조합원은 생산자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문구와 함께 알게 된 '한살림'은 무한한 신뢰와 함께 매력으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1991년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한살림'에 가입하게 되었고 인공적이지 않고 전통적인 우리의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심은 차츰 농업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었고 결국에는 환경에 대한 지독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환경에 대한 저의 관심은 실천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집안의 여러 생활양식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생활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지만 일상으로 자리잡을 때까지는 많은 불편과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였습니다. 지금은 대학생이 된 우리집 아이들이 집에서 가장 불편해했던 곳이 화장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손과 채소를 씻은 물을 양동이에 모아 변기 물로 대신 사용하게 하였고 비온 날에는 빗물을 모아 변기에 사용하게 하였지요. 당연히 번거롭고 귀찮고, 거기다 게을러지면 냄새까지 났습니다.(지금은 아이들의 거센 항의로 이러한 저희 집 화장실 문화는 세면기에 세숫대야를 놓고 사용하는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한 번 용변을 처리하는 데에 물 10~14리터가 소비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아이들과 확인한 적이 있습니다. 한 가족이 하루에 변기로 버리는 물을 계산하면서 한 가정의 화장실에서 사용되는 물의 양도 유추해 본 적이 있습니다. 물 사용량을 계산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변기에서 버려지는 물은 저희 가족에게 화두가 되었습니다.

폐식용유로 비누만들기

방학이 되면 우리 아이는 물론 이웃 아이들에게 폐식용유를 모아오게 해서 폐식용유를 이용한 세탁비누를 만들고 그 비누를 각자 나누어 사용하게 하곤 하였습니다. 비누를 만들면서 아이들이 집에서 가져온 비교적 깨끗한 폐식용유와 치킨집이나 시장에서 모아온 폐식용유를 비교하며 안전한 먹을거리가 그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의견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생리를 시작하게 되면서 일회용 생리대 대신 천 생리대를 사용하도록 권하였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지만, 엄마의 권유에 마지못해 몇 번 사용하던 아이들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외출 시의 생리대 처리 문제만 아니면 매우 편하다며 오히려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더니 친구들에게도 권하고 싶다는 말까지 하였습니다.

작은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어느 해에 한 달간 여행을 다녀 온 적이 있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온 얼마 후 아이와 함께 생협 매장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천 생리대의 구입을 고민하고 계신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의 딸아이는 자기가 긴 여행을 할 때 천 생리대를 챙겨가지고 가서 스스로 빨아 사용했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며 자기의 천 생리대 사용경험을 그분께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여행지에 딸 아이가 천 생리대를 가져갔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던지라 한 편으로는 놀라웠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딸아이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지구온난화 대비 전기코드 뽑기

요즘의 저는 지구온난화 지연을 위한 실천의 문제를 많이 고민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실천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기사용량을 가능한 줄여 보기로 결심하고 실천 중입니다. 오래된 습관을 바꾸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조명등의 합리적인 사용을 고민하고, 멀티탭을 이용하여 사용하지 않는 전기코드를 뽑고, 저녁시간에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집안의 등을 모두 끄고 식구들이 귀가할 때까지 휴식을 취하거나 명상을 합니다. 오히려 이런 생활 습관은 TV소음과 환한 조명 속에 하루 종일 지친 저에게 하루 중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돌아옵니다. 일거양득으로 전기요금도 5천원 정도 절약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삶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환경문제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의 이런 삶의 실천은 나의 가족과 내 자신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시작된 나의 작은 환경실천이 이 세상을 사랑하는 한 방법임을 깨닫고 이 세상을 위한 작은 발자국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다른 사람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부족과 환경을 무시한 물질과 속도 지향적인 생활방식에 화가 날 때도 있지만 나로부터 시작된 실천들이 모아져 이웃으로 점점 확산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일에 한 몫을 보태고자 합니다.
▲ 고영 / 서울 한살림 환경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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