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와 정진에 사무친 교도들

▲ 〈정전〉이 너무 쉽고 잘 짜여졌다는 최도진 원무(가운데)가 솔직한 삶의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교도들이 주축이 되어 수요선방과 목요마음공부방을 이끌고 있는 동대전교당. 매주 수요일에는 허묘성 교도가 염불과 독경, 사은헌배로 선방문을 열며, 목요일에는 최도진 원무가 〈정전〉공부를 진행한다.

6일 동대전교당의 문을 열자 '웃음'이라고 써진 나무 액자가 먼저 반긴다. 목요마음공부방이 진행되는 1층 다실은 통유리로 바깥 풍경이 보이며 한적한 카페를 연상케 한다. 저녁7시, 최도진 원무(34)가 마음공부를 리더한다.

제98호 마음공부 회보까지 만들어 교도들에게 한 장씩 건넨다. 공부 순서는 〈정전〉공부와 정기일기로, 교리공부는 '일원상의 진리'다. '일원상의 진리'를 어떻게 풀어낼까. 마음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공부에 임했다.
최 원무는 "일원이 진리인데 이야기를 각자 하시면 좋겠네요"라고 말문을 연다. 서경련 교도는 "일원상의 진리의 한 조목 한 조목을 이야기 해보자"고 의견을 낸다. 그냥 참석한 것이 아니라, 미리 연마하고 왔음이 역력했다.

이어 이수원 교도는 "이 자리는 대각여래위자리인데 제가 분별을 하면 원래 자리를 까먹게 된다. 부처님의 자리요, 본원의 자리를 잊어버리고 산다. 이제 공부를 하면서 분명한 것을 아는데 잘되지 않는다"고 솔직한 고백을 했다. 공부가 안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마음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보고 있지만 본래 마음을 비추어 가져다 쓰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마 교무는 "그건 일원의 체성에 합해지지 않는다는 말이네요"라며 "선악업보에 차별이 확실하게 있는데 어떤 상황이 오든지 끌리지 않으면 된다. 본성자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끌리지 않으면 극락이다"고 거들었다.

최 원무는 "우리가 공부를 할 때 중요한 것은 진공에서 묘유가 나타남을 볼 수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먼저 쉽지 않은 가정사 이야기를 꺼냈다. 실직으로 수중에 보여 줄것이 없는 남편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제불제성의 심인으로 연결했다. 제불제성의 심인이 멀리 있는게 아님을 자각 시켰다. 어느날 '남편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최 원무. 남편의 마음이 그대로 하나가 되어 전해졌다. 한마음이 되니 이유가 없어지고 함께 아파하고 안타까워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최 원무는 마음공부를 가르칠 때도 "순간마다 경계가 온다. 업그레이드 할래, 다운 시킬래"라고 묻곤 한다.

다양한 공부모임 활성화

동대전교당이 이런 자발적인 모임이 이루어진 것은 교당의 분과 모임이 원활하게 운영되면서 부터다. 교도들의 공부가 일주일에 1번, 법회 2시간으로 부족하다는 데 착안했다. 일주일을 살아가는 마음의 힘을 보강하기 위해 다양한 소그룹의 공부모임을 교도들이 스스로 만들었다. 선방과 마음공부, 다도, 아침 좌선 등 교도들은 자기 구미에 맞는 법식을 골라 먹는다. 교도가 주례하기에 선방이나 공부방은 쉬는 날이 없다. 숫자에 개의치 않은 자율 참석이 신앙체험도 깊어져 교당의 주인으로 거듭난다.

특히 신입교도들은 선방과 마음공부를 통해 기초교육을 습득해 일반법회로 올라가 탄탄한 교도로 자리잡아 강점으로 작용한다.

윤도종 회장은 "대종사님 당대에는 동·하선을 6개월 나고, 6개월 교화하고 봉공했다. 불교가 부러운 점도 동·하선이다. 교무님들도 빨리 그렇게 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교무님들이 6개월씩 정진할 수 있도록 교도들이 실력을 갖추어 교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구경화 교도가 '주인의 마음과 직원의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발표한다. 일기 내용은 '8평이 안되는 곳에서 주인님 내외와 일을 하려니 일거수일투족이 다 드러난다. 처처작주. 주인의 마음으로 일에 임한다고 하지만 일은 그렇다 치고 나오는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정말 시도 때도 없이 장사가 잘 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변화되어지는 주인의 그 마음. 그 마음 따라 일원상서원문을 외워도, 그럴수 있는 주인 마음도 이해하면서 아무리 세상 이치가 그렇다 하더라도 나도 따라 한없이 흔들리는 마음. 같이 흔들리고 나면 맥이 풀린다.' 이어 마음공부 결론으로 '경화 마음에 원래 없건마는 지금 경계를 따라 있어진 이 공부를 눈물 나도록 해본다. 지금 이 자리에서…'라고 밝혔다.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전해진 일기였다. 솔직한 일기이기에 참석자들은 위로의 말을 먼저 건넨다. 이수원 교도는 "경화씨가 직장생활을 늦게 시작해서 그래"라며 마음을 합한다. 구 교도는 "정말 꼭 한번 주인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순간 순간 일어나는 마음에 대처하지 못하는 내 마음이 보인다"고 말했다.
▲ 수요선방을 이끄는 허묘성 교도.
이때 마 교무는 "마음공부는 나를 바라보는 공부다"며 정산종사의 예화를 제시했다. 어느 날 제자가 마당을 쓸고 있었다. 정산종사가 "너 무엇하고 있느냐"고 물으니 제자가 "마당을 쓸고 있습니다"라고 하니, 다시 "너 무엇하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때 제자가 "공부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단다. 일심으로 일을 하다보면 일어나는 마음이 들어올 틈이 없음을 일깨우는 대목이다. 일심으로 걷다보면 그것이 사상선이 되듯, 일어나는 마음을 보고 보고 또 볼 뿐이다. 우리가 상대방이 요란하면 끌려다니는게 문제다. 경계는 우리에게 신호를 준것이다. 공부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번뇌즉 보리요, 중생즉 부처라고 했다. 번뇌를 통해서 보리심을 키우는 것이 실다운 마음공부이기 때문이다.

매주 공부한 소득 감상을 묻자, 원로에 속하는 서 교도는 "저는 젊은 분들에게 배워요. 생활에서 전달되는 삶의 이야기가 어찌나 진솔한지요. 나는 왜 젊어서 저렇게 못살았을까? 공부를 하다보니 생활하고 법문하고 체성에 합해져요. 법문들으러 간다는 심경으로 공부하러 옵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수원 교도도 "생활 따로, 법 따로, 행동 따로인 저를 보면서 마음공부로 합했죠. 대종사님 법대로 안한 것을 느끼고 반성하고 자각하는 계기가 됐죠"라고 밝혔다.

가르치는 것이 빠른 공부길

마음공부 참석이 고르지 못하다는 이철원 교도는 "공부 자체가 좋다"며 "제가 연마한 것을 발표할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한, 구 교도는 "제가 처음 감동받은 법문이 '모든 사물을 접응할 때 공경심을 놓지 말라'는 것이었다"며 "한 해 한 해 쉬지 않고 하다보니 힘이 쌓인다"고 공부 재미를 내비쳤다.

꾸준한 법회 참석이 수요선방까지 진행하게 되었다는 허묘성 교도는 "자기가 먼저 가르쳐 보는것이 가장 빠른 공부임을 실감한다"며 "교당에 한번 더 나오니까 깊이가 달라진다. 염불30분, 일원상서원문 10독으로 힘을 타고 있다"고 일과득력을 강조했다. 공부를 하면서 교당을 더 자주 내왕하다보면 주인의식을 말로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살피게 됨을 드러냈다.

최 원무는 "마음공부가 감사한 것은 제가 원무 서원을 세우게 해주었다"며 "너무 쉽게 잘 짜여진 정전을 공부할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 원무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상담은 물론 교당 어린이법회를 도맡고 있다.

마무리 즈음에 공부내내 잔잔한 미소로 응하는 마 교무에게 "교도들의 마음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어떠세요?"라고 묻자, "저는 그냥 같이 공부하는 도반이예요"라며 활짝 웃는다. 마음공부는 희로애락의 어떤 상황에도 사람을 웃게 만드는 묘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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