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부처, 버릴 아이 한 명도 없다"

교사·학생·학부모 등 폭넓은 소통으로 대안교육 발전 이끌어

서라벌 옛 터전 토함산 기슭에 자리 잡은 경주화랑고등학교.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자 넓지 않은 평수의 아담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조용해 보이는 학교의 풍경과 달리 너나할 것 없이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네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생기가 넘쳐났다. 교실마다 학생들과 교사는 경직되지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임을 반갑게 맞아주는 서종호(62) 교장의 인사에서도 금세 알 수 있었다.

5월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정에서 만난 서 교장은 정산종사탄생1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문을 연 경주화랑고등학교에서 마음대조공부 등 인성중심의 열린교육을 다양하게 시도하며 더 나은 삶과 교육을 교사, 학생, 학부모와 함께 고민해 가고 있다.

- 교육경력은 얼마나 되는가
금년 36년째이다. 처음 공립학교 6년, 이후 근로청소년들을 위한 교육기관에서 20년을 종사했고 1998년 당시 초대이사장인 이정무 대구경북교구장의 추천으로 이곳에 몸담게 됐다. 다양한 교육계의 경력이 대안학교를 운영함에 있어서 장점이 되고 있다.

- 평소 교육철학은
아이들이 부처다. 버릴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끌어안을 수 있는 교사의 힘이 부족할 뿐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존재해야 할 가치가 있기 때문에 존재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는 의미를 가르치고 깨닫게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행복해지는 방법을 가르치고, 연습하고 실생활에 적용시켜주는 학교는 드물다. 인성교육 바탕 위에서 모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대안교육의 장점들이 우리 공교육에 많이 접목되고 있고 교육의 효과를 인정받으며 대안교육의 꽃을 피우고 있다. 다만 10년 전 우리 교육을 걱정하면서 어렵게 태동했던 그 시절 즉 초심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 필요한 때라 생각한다. 지금부터 직시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그 역기능이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 화랑고의 교육프로그램 특징은
대안학교는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곳인 만큼 생활자체에 대한 교육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나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활을 버리고 자리이타 정신으로 남과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을 배운다는 점에 일반계고등학교의 교육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공부 잘 하는 학생들은 많아도 행복한 학생들은 적다. 시대적 변화와 함께 자살률, 이혼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출산율, 행복지수 등은 낮아지고 있다.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최종목표는 행복한 인간을 만드는데 있는 만큼 우리는 학생들에게 지식교육보다 인성, 환경, 생태 교육을 우선 하며 꼴찌도 당당할 수 있는 학교로 지적능력뿐만 아닌 봉사, 예·체능 등을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을 발굴하고 있다.

- 대안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초창기 대안학교는 입시위주의 교육제도와 학벌위주의 사회풍토가 만연함에 따라 공교육제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개인적 특성에 맞는 교육을 받고자 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현재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로는 고등학교 15곳, 중학교 4곳뿐이다. 화랑고는 경북 유일의 대안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로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을 갖출 때까지 수업 부담을 최소화하고 학생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지도하여 모든 학생들이 '행복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 인생에서 청소년기는 어떤 시기인가
흔히 학자들은 청소년기를 '질풍노도기'라 정의한다. 물론 공교육계에 있을 때는 공부 잘 하고 모범적인 제자들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곳에서 에너지가 강한 아이들을 대하다 보니 그동안 '문제'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에너지'임을 알았다.
청소년들의 이 에너지를 조화롭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우리 사회가 경제성장 일변도로 달려오면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할 아이들, 소위 문제아를 제대로 끌어안지 못하고 방치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질풍노도기의 청소년들을 교육의 힘으로 또한 가정, 사회, 국가에서 제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여 보살펴야 한다. 당장 청소년들에게 나타난 현상만 보고 전부인양 판단하는 것은 긴 장래를 보았을 때 옳지 않다.

- 화랑고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지난 10여년 동안 경주화랑고는 교육과정의 자율운영, 소규모학급운영, 학생 주도적 수업운영, 수행평가의 적극적 도입운영, 가족회의의 수시운영 등을 실시한 결과 사학기관 평가 우수학교(2002, 2006, 2009년 경상북도), 전국봉사 우수학교 선정, 아름다운학교 선정, 전국일본어경시대회 금상 등을 수상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졸업생 가운데는 영화배우, 개그맨, 성직자 등이 배출됐으며, 명문대 등 대학 진학률 90%의 합격률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졸업해서 몇 %가 대학진학을 하고 취업을 했는지 등의 이런 통계자료는 대안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없다. 시작부터 기존과는 다른 삶을 사는 사회인을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졌기에 얼마나 바람직한 교육 모델을 만들어 내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부모들을 위한 조언
대안학교에 자녀를 보낼 때 환상을 갖고 오면 안된다. 언론에서 미화하는 면들이 없지 않은데 '이 학교가 내 아이에게 맞는지' 꼼꼼히 알아보길 바란다.

학교를 방문할 때도 아이들과 꼭 같이 찾아와서 선생님들도 직접 만나 얘기도 해보길 권한다. 학교를 보내기 전에 아이들과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며, 학교를 정한 후에는 학교에 맡겨주길 바란다. 이 같은 검토 뒤에 결정해야 대안교육의 효과를 볼 수 있다.

- 하루일과 및 수행생활은
일년이면 2천여 명이 학교를 방문하여 마음공부를 한다. 전국 초·중·고등학교 800여 곳에서 다녀간다. 개인적인 입장에서 어려움을 신앙에 매달리고 있다.

부임하고부터 24시간 학교에서 숙식을 하면서 매일 좌선과 요가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까지 2800여일 기도를 올리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과 어떤 경계에도 살아나는 마음을 보면서 세세생생 이 공부 이 사업을 할 생각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대안학교 10여년을 운영하면서 많은 박수와 격려를 받았다. 그 동안 단기목표와 중기목표는 어느정도 달성했다. 초창기 재정적인 어려움이며, 각종 사회적 지원사업도 많이 해결했다. 이제 장기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방어를 해 주고, 끝까지 참 스승의 교육관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사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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