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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마당/한국 동서철학회 춘계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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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관 교무
  • 승인 2010.05.28
  • 호수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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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의 화합과 회통사상 대산 김대거의 종교연합사상과 연원
"일원상一圓相의 입장에서 유교의 중中과 불교의 원圓을 원중불이圓中不二라 하여 화회시켜"
▲ 대산 김대거 종사.
종교의 유통기한
종교의 유통기한은 지났는가?
과학의 업적과 복지행정이나 레저, 스포츠, 예술 등이 유익함과 달리 종교는 인간의 실제적 삶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유해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한다.

이제 모든 종교가 근본 원리와 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 하나임을 깨닫고 내적으로 종교들 상호간의 갈등과 분쟁을 화회(和會)하고 친목해야 하며 외적으로 종교 밖의 과학 등의 비판과 도전들에 대하여 종교들이 연합하여 인류에 봉사함으로써 슬기롭게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이 시대의 종교들에게 주어진 화두이다.

이는 대산 김대거(大山 金大擧, 1914~1998)의 종교연합사상을 나오게 한 시대정신이다.

종교연합운동(United Religions)
종교연합사상에서 사용된 '종교(宗敎, Religion)'의 개념은 기성의 조직화되고 제도화된 교파적 성격의 기성 종단만이 아니라 성(聖, Das Heilige)의 가치체험과 관련된 모든 정신활동과 개인 및 집단을 포괄하는 폭넓은 의미이다.

연합이란 말의 개념은 '둘 이상의 것이 단결함', 혹은 '일정한 목적 아래 개별적인 조직체가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서로 어울려 하나를 이룸' 등으로서 그 연대감이 아주 강하면서 구체적 행동성을 지녔다.

따라서 종교연합운동이나 종교연합기구 그리고 United Religions라는 말에는 단순한 대화나 일시적 협력기구 정도 이상의 강력한 연대감을 형성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있다.

따라서 종교연합사상은 성(聖, Das Heilige)의 가치체험과 관련된 모든 정신활동과 개인 및 집단을 포괄하는 폭넓은 의미의 종교들이 강력한 연대감을 가지고 화회(和會)하고 친목하며 인류의 무지·빈곤·질병 등을 퇴치하는 봉사를 함으로써 종교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종교무용론 내지 종교유해론에 대응하고자 하는 시대정신이다.

그런데 이러한 종교연합사상은 전통사상과 연원적 관계를 맺고 출현한 것이기에 그 연원을 탐색하는 일이 이 사상의 구체적 실천을 위해 무엇보다 요청되는 일이다.

종교연합사상의 연원
탐색해 온 바와 같이 가깝게는 '모든 종교의 근본 원리가 본래 하나'라고 한 원불교 소태산 박중빈의 일원상사상(一圓相思想)과 정산 송규의 삼동윤리사상(三同倫理思想) 그리고 간디가 후년에는 '신이 진리다' 라고 말하는 것 대신에 '진리가 신이다' 라고 말한 열린마음의 시대정신과 연원적 관계를 맺고 있으며 멀리는 유·불·도와 기독교의 화회사상과 연원적 관계를 맺고 있다.

유교의 화회사상은 동진의 손작(孫綽)이 〈유도론(喩道論)〉에서 '주공즉불 불즉주공)(周孔卽佛 佛卽周孔'이라 함에서 시작하여 주렴계가 태극도설(太極圖說)과 〈통서〉에서 불교의 진여연기설을 용융(鎔融)함에서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은 주자 등의 송명성리학에서 이어져 나타났다.

대산 김대거는 일원상(一圓相)의 입장에서 유교의 중(中)과 불교의 원(圓)을 원중불이(圓中不二)라 하여 화회시켰다.

중국불교도 도교와의 관계에서 '본무(本無)'를 불교의 '공(空)'을 통해 이론적으로 화회시켰으며 실천적으로는 도교의 '단전호흡법'을 수용하여 '단전주선법'이나 '법륜식'으로 진전시킴으로써 실천적으로 화회했다. 또한 유교와의 관계에서는 '효 윤리'를 수용하여 중국불교의 부모은 등 '은(恩)사상'을 나오게 함으로써 이론적으로 화회했으며 유교의 '예악'을 수용하여 선종불교의 '청규(淸規)'를 나오게 함으로써 실천적으로 화회했다.

이러한 인도불교의 화회사상과 중국불교의 화회사상은 원불교사상의 '일원상의 진리', '단전주 선법', '사은사상', '예전과 성가 및 계문' 등으로 이어져 나오게 함으로써 대산 김대거의 종교연합사상을 출현케 하는 기반이 되었다.

한국 종교의 화회사상
한국불교에서 이러한 화합과 회통사상의 전통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서산 휴정(1520~1604)이 진리가 배타적으로 독점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그의 저서 〈삼가귀감〉 가운데 선가귀감의 제1송에서 "'여기 한 물건이 있는데 본래부터 한없이 밝고 신령하여 난 것도 아니며 죽음도 없었다. 이름 지을 것도 없고 모양 그릴 수도 없다.' 한 물건이란 무엇인가?이다. 옛 어른이 송(頌)하기를 '옛 부처 나기전부터 한 바탕으로 두렷하도다. 석가도 다 알지 못했거늘 어떻게 가섭만이 전할 수 있을까(古佛未生前 凝然一相圓 釋迦猶未會 迦葉豈能傳) …삼교의 성인이 이 말에서 나왔느니라(三敎聖人 從此句出)…'"라고 함에서도 찾아진다. 그리고 서산 휴정의 이러한 삼교화회사상은 함허 기화(1376~1433)의 삼교회통사상, 보조 지눌(1158~12310)의 선교화회사상, 화쟁 원효(617~686)의 화쟁원융사상에 연원하고 있다.

종교연합사상을 주창한 대산 김대거는 서산 휴정의 이 구(此句)를 원불교 교단백주년 기념성업의 '대적공실 화두법문' 가운데 하나로 제시함으로써 서산 휴정, 함허 기화, 보조 지눌, 화쟁 원효의 화회사상에 연원하면서 한국인이 지닌 화합과 회통의 맥을 잇고 있다.

한국기독교의 김흥호(1920~ )목사는 "불교·유교·도교 알면 알수록 기독교 이해하기 쉬워져요" 라 했는데 이 역시 기독교·불교·유교·도교 등이 서로 화합되고 회통될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김흥호의 스승 다석 유영모는 종교융합주의사상을 주장했는데 이는 첫째, 그가 한국인으로서의 주체성을 지니면서 세계인으로서의 열린정신을 향해 모든 사상을 회통융합하려 한 한글해석학의 회통사상과 둘째, 그가 "기독교를 비롯한 인류가 남긴 모든 사상은 자기가 해 본 생활의 정도를 발표한 '미정고(未定稿)'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사상, 어떤 종교를 내세워 이것을 따르지 않으면 죽는다고 하여 '완전고(完全稿)'처럼 떠들지만 실은 그것이 아니다"라고 한 점에서 종교다원주의의 선구사상으로 요약된다.

즉 다석 유영모가 "예수는 이 독생자를 그리스도라 하였고, 석가는 달마(Dharma, 부처)라 하였고, 노자는 도(道)라 했고, 주희는 성(性)이라 했다"라고 하면서 "〈요한복음〉이 말하는 독생자란 한아님의 생명인 '얼'의 존재를 깨달은 자다. 그는 한아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참나(眞我)다. '나지 않고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이다'"라고 하면서 "'얼'의 몸 입음은 예수만의 일이 아니오. 모든 사람의 공통된 일이라 보아야 옳다. 〈요한복음〉 기자가 예수에게만 '얼'의 몸 입음을 한정시킨 것은 결정적 오류다"며 "삼위일체의 교리가 예수를 신으로 받들려는 신학화 작업이라는 것을 안다면, 이것은 누구보다도 예수 자신이 반대하고 거부할 내용일 것이다"라고 했다.

대산 김대거 역시 '하나', '한' 등의 한글 용어를 자주 사용하고 〈천부경〉과 〈삼일신고〉라는 한국인의 주체적 고유사상을 해석학적 방법을 통해 하나의 진리와 하나의 세계를 열어가는 세계인으로서의 회통사상으로 연결 지어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다석 유영모가 한글해석학을 통해 보여주었던 회통사상과 일치한다.

뿐만 아니라 〈4대종교의 개관〉 4. 기독교에서 '여섯 가지 전 인류에게 전해주신 예수님의 교훈' 가운데 "왼 뺨을 때리면 오른뺨까지 내맡기라한 것은 대무아(大無我)의 희생적 정신을 가르쳐주심이오. 남에게 주는 데는 왼손으로 줄 때 오른손도 모르게 주라 한 것은 대무상(大無相)의 희사심(喜捨心)을 가르쳐주심이오. …그러므로 우리가 기독교의 신도가 아닐지라도 진리의 절대이신 하나님에게 돌아가서 의지하여야 할 것이오, 또한 하나님에게 합일하여 나와 하나님이 둘이 아닌 한 덩어리가 되어 자타력 병진하는 공부를 원성(圓成)하여야 될 것이다"라 하여 예수님의 교훈을 무아(無我)의 희생적 정신과 무상(無相)의 희사심이라는 불교적 개념으로 해석했다. 특히 독생자를 진리의 절대이신 하나님과 합일함에서 찾아 해석한 점이 종교다원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대산 김대거는 다른 곳에서 "석가모니 붓다의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 함과 예수님의 '독생자(獨生子)'라 함과 소태산 대종사의 '만세멸도 상독로(萬歲滅度常獨路)'라 함에서 독존과 독생과 독로가 모두 진리당체(眞理當體)의 깨달음을 의미하는 것이다"라 한 점에서 다석 유영모와 상통한다.

한국을 종교간 갈등지역 내지는 극단적으로는 종교간 분쟁지역으로까지 여기는 이들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종교무용론 내지는 종교유해론을 제기할 수 있게 하는 동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상당한 정도의 책임이 샘물교회의 아프가니스탄 선교단 등이 보여 주었던 바와 같은 타종교를 배려하지 않는 배타적 확장주의나 정권과 결탁한 불공정하고 편향된 포교활동 등에 있다.

이에 반해 한국기독교에 다석 유영모와 이를 이은 김흥호, 함석헌 등과 같은 위대한 화합과 회통의 열린정신이 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희망의 싹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바로 대산 김대거의 종교연합사상과 곧바로 만나는 사상적 동지관계의 것이다.

이 학술논문은 6월4일 동서철학회 춘계학술대회에 발표할 원고를 요약했다.
▲ 김성관 교수
    원광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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