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자연을 읽다"

친환경 건축재료 통해 연구 거듭
흙은 생명공간 창출, 건강 좋아져

▲ 흙의 효용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황혜주 교수.

얼마전, 김제 지평선중학교 기숙사 벽면에서 그의 손길을 느껴보았다. 흙 미장재로 마감된 벽면에는 훈훈함이 감돌았다. 흙 재료에 관해 조예가 깊은 황혜주(46) 교수의 연구 성과물이다. 무안군 청계면에 있는 목포대 건축학과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흙이 성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들이 흙벽을 어린 동생 대하듯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성격이 부드러워지고 조심스러워졌다는 것이죠. 그만큼 정서적으로 순화된다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실내 공기질이 좋아지니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한 것은 자연재료가 주는 효과다.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특히 그는 실내 공기가 피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다 보면 아토피와 새집증후군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인공재료는 문제를 일으킵니다. 흙을 상업적으로 왜곡되게 판매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흙에다 본드를 섞는 것은 안하는 것보다 못합니다. 흙을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실내를 흙으로 마감하면 건강해질 수 있어요."

그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그가 석사과정에서 콘크리트와 관련된 건축재료분야를 연구했던 것. 그러다 박사과정에 입학하고 나서 첫 애가 태어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아이들이 친숙하게 만질 수 있는 재료에 대해 고민하다 흙으로 귀결됐다. 이런 노력의 결과, 반응 메카니즘으로 흙 관련 최초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만큼 흙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시멘트와 황토로 모형집을 만들어 4주 동안 생쥐의 생장과정을 관찰한 적이 있어요. 황토 모형집에 있는 생쥐들이 체중이 늘고 활동을 잘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와달리 시멘트 모형집에 있던 생쥐들은 심지어 죽기까지 했어요. 이러한 차이를 보고 황토가 훨씬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흙의 장점은 대체로 4가지로 분류된다. 생쥐들의 실험처럼 생명공간이며 탈취력이 우수하다는 것과 습도조절 능력과 원적외선 방사량이 높다는 것이다.

"흙은 냄새를 없애주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한편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하죠. 더 나아가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원적외선 방사량이 높습니다. 그만큼 자연과 가깝게 하면 건강에 좋습니다."

그에게 있어 흙은 자연과 소통할수 있는 매개체로 자리잡고 있다. 오랜세월 동안 인류역사와 함께 해 온 만큼 깊이있게 쓰여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일반 건축에도 흙을 사용하는 용량이 많아지는 것을 원하고 있다.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이라도 한 숟가락의 흙이 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한 숟가락이라도 흙이 쓰여지면 한 발자국 자연과 가까워집니다. 흙을 많이 쓸 수 있는 노력들을 하면 환경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급적이면 흙의 쓰임새를 넓히려는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자연과 가깝게 다가서려는 그의 노력이 엿보인다.

흙을 현대적인 건축재료로 쓸 수 있는 방안을 창출한 그는 흙벽돌, 흙미장, 흙 콘크리트 건축재료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것은 그가 화두처럼 들고 있던 문제가 흙을 통해 풀렸기 때문이다. 흙이 생명과 공존, 상생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보았다. 그의 연구실 한 켠에 흙 미장이 되어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둥글게 만든 흙을 집어 들었다. 강도가 엄청 세다는 것을 나타나기 위해 두드려 보기까지 했다.

"흙이 대중화되지 못한 것은 무르고 약하다는 관념이 자리잡고 있어요. 그래서 흙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연구한 것은 이미 선조들이 흙에다 석회를 섞어 벽돌보다 단단하게 만들었어요. 저는 다만 고강도 흙 재료를 만들기 위해 비율을 맞춘 것입니다. 실내는 흙 재료가 좋고 지붕이나 벽체는 물이 닿는 부분이기에 강도가 있어야 합니다."

그의 노력은 국립 중앙박물관 바닥 공사를 비롯 지평선중학교, 서천 산노을 마을, 국립 생태원 등에 그의 흔적이 묻어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친환경 건축재료인 흙에다 가공을 덜한 것이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원래 흙 그대로 쓰는 것이 자연과 가깝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좋은 집에 대해서도 일반상식을 뛰어 넘고 있다.

"인공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자연과 멀어집니다. 좋은 집은 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연에 흔적을 남기기 않아야 합니다. 자연재료로 집을 짓고 살다가 집이 허물어지면 배추를 심는 것입니다. 내가 왔다간 흔적이 없어야 합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흙에 대한 그의 신념이 전해져 온다.

20∼28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국제 흙 건축 지도자 세미나에 참석해 아시아 대표로 발표하는 그의 열정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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