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믿어주면 믿음에 보답해

사람 중심에 비중, 가족같은 분위기 조성
현대라이프보트, 현대요트, 바다중공업 등 경영

▲ 진양곤 회장은 "무엇인가 해보려는 직원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역삼동에 소재한 빌딩 13층에 자리잡은 그의 사무실은 깔끔했다. 사람 중심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에이치엘비 진양곤(45)회장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가 앉은 의자 뒤쪽 벽면에는 유성펜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긴 현황판이 보인다. 월 매출 실적 현황이 우선 눈에 띤다. 상장회사인 하이셀을 비롯 현대라이프보트, 현대요트, 바다중공업, 라이프리브 등이다. 현대요트 설립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M&A(인수합병)로 인수한 기업들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적자회사가 흑자회사로 돌아서는 과정을 지켜 봤다.

그는 "사람의 생각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많이 새긴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 습관을 만들면 저절로 성공이 쫓아 온다"며 "단 한 명의 종업원 해고도 없이 회사를 좋게 만들어 협력업체나 주주들을 행복하게 만든 것이 보람된다"고 말했다.

31일 바다의 날을 앞두고 해상 안전과 해양레저 문화를 선도하는 초 일류 기업이 되는 것을 미션으로 삼고 있는 그의 신념을 들어 보았다.

―빚을 내지 않고 M&A를 하는 비결은

M&A를 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기자본과 은행에서 돈을 빌려 한다. 그렇게 하면 두가지 문제에 처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 되었을 때 헤어날 수 없다. 매일 옥죄는 빚에 대한 이자로 단기적으로 성과를 보려고 한다. 그러다 무리수를 두게 된다. 결과적으로 안 좋게 끝난다. 나의 경우는 배운게 M&A요, 공부한게 M&A요, 쌓은게 대부분 M&A이기 때문에 빚내서 했다면 남들보다 빨리 성정했을 것이라 본다. 그러나 재작년같은 경기침체가 왔을 때 하루 하루 불안에 떨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수하는 기업의 60∼70%는 개인자금으로 처리하고 나머지 부분은 투자자들의 도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것은 신뢰에 바탕이 되어 있다. 이로인해 나를 믿고 투자한 사람을 실망시킨 적이 없다. 그런 소문이 퍼지니 사람이 몰려 드는 것 같다. 작년 11월 28년간 기업을 운영하였던 동아산전 인수도 그런 경우다. 수소문하다 나와 연결이 된 것 같다. 매각한 사람도 기뻤고 나도 기뻤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M&A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SK, 두산, 현대, 삼성, ST중공업과 STX 모두가 M&A로 성장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80%는 성공을 했고 20%는 안 좋은 모양새로 귀결됐다. 사람들은 이런 부정적인 모습만을 기억한다. 사실 기업을 매각한다는 입장에서는 한계에 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태가 지속이 되면 주주와 종업원, 협력업체들도 어려워진다. 그러나 흑자로 돌아서게 되면 누구나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M&A는 가장 효율적인 출구 전략 중 하나다. 주주나 거래처, 종업원, 채권은행들 조차도 괜찮다. 좋게 만들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시각과 평에 연연하지 않는다.

―M&A를 통해 인수한 현대라이프보트와 바다중공업은 어떤 회사인가

현대라이프보트는 2007년 7월에 M&A를 통해 인수 했을 때 시장점유율 세계 8위였다. 현재는 4위다. 100% 수출기업이다. 주 거래대상은 세계 1대부터 7대 조선소에 구명정을 납품하고 있다. 모두 다 한국에 있는 조선소다. 현대중공업을 비롯 STX가 여기에 포함된다. 현대라이프보트가 만든 구명정은 배의 핵심 부품중의 하나다. 구명정은 자체동력으로 누구나 손쉽게 운전할 수 있고 GPS가 달려 있으며 비상식량이 비치되어 있다. 엔진이 배를 가게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구명정은 배에 장착이 되지 않으면 진수를 할 수 없다. 이런 관계로 조선사에서는 현대라이프보트 경영상황에 대해 긴밀하게 체크를 하고 있다.

현대라이프보트는 2011년까지 세계 1위로 간다는 목표를 이미 정해 놓은 상태다. 가능하리라고 본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함과 동시에 구명정만으로는 사업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2년 전부터 선박용 강화유리섬유인 엑포시 파이프(GRE PIPE)와 같은 해양 복합소재를 개발해 왔다. 올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매출이 일어나면 아마 2년 이내에 국내에서 우량한 회사로 성장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08년 8월 인수한 바다중공업은 조선기자재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철강 기자재 쪽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 보 관련한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바다중공업은 2013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요트를 설립하게 된 배경은

2008년 5월, 현대요트 설립할 때 장래성에 비중을 두었다. 사실 과거 현대라이프보트의 연원을 살펴보면 경일요트가 전신이다. 경일요트는 정주영 회장이 요트 사업을 하기 위해 1975년도에 설립한 회사다.

경일요트로 오다가 요트시장이 안 열리니까 현대정공과 합병해서 구명정 사업을 해오다 2000년에 현대라이프보트로 다시 분리된 회사다. 현대라이프보트는 37년동안 구명정 뿐만 아니라 페리오도 만들고 요트를 만들어 해외에 수출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혹자는 주방과 침실이 딸린 요트 사업을 한다면 현대라이프 보트에서 하면 되지 왜 굳이 현대요트를 설립하느냐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 기업 컨설팅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기존의 잘된 사업까지 잠식시키면 안된다는 생각에서 따로 회사를 만들었다.

지금까지는 판단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대요트는 정부에서 조차도 해양레저 산업에 대해 조언을 구하고 있는 선두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 송도 수상택시와 국제수준인 럭셔리 요트인 ASAN42를 만들었지만 아직 시장이 열려있지 않아 선두기업으로서 부담이 있다. 시장을 만들기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다. 선두 기업으로서 이미지는 남기고 있지만 회사기업 실적을 반영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요트의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요트는 조선과 IT의 결합체이다. 조선부분 세계 1위, IT부분 세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요트는 제대로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도 해양레저와 관련해 요트 산업이 세계 반도체 시장보다 크다는 것을 밝힌바 있다. 정부에서 요트시장에 대한 육성의지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성화 되지 않는 것은 고급요트를 사는 사람들에 대해 세금이 과하다. 요트를 7억에 사게 되면 8천∼1억 원 정도는 세금을 추가로 내게 된다. 현대요트에서 만든 1호선을 상징적인 의미에서 내가 구입했지만 8천만원을 국세청에 세금으로 냈다. 세금으로 인해 국내에 들어온 수 백척의 요트 중 등록된 것이 극히 미미하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등록을 하지 않으니 해양레저 산업이 발달할 수 없다. 결국 불법을 부추기는 세금 제도가 문제다. 그러므로 해양레저 산업을 진정으로 육성하고자 한다면 세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대만, 중국, 터키, 브라질 등 세계 요트 제조회사들이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어 아쉬움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요트를 만들어 내고 있는 제조기업으로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현대라이프보트와 현대요트 직원들의 사기진작은

기업하는 사람들은 직원들을 가족이라 모두다 말한다. 실질적으로 행동으로 보이게 되면 직원들이 스스로 가족이구나를 느끼면서 성과로 보답한다. 겉으로만 가족이라고 이야기 했을 때 결과가 잘 안나타난다. 느끼게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현대라이프보트는 재미있는 직장, 창의적인 직장, 아침에 눈 뜨면 빨리 회사 나가고 싶은 직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높이 샀다.

현대요트의 경우, 인천 송도 해수 수로를 달릴 수상택시인 미추홀호 마무리를 위해 직원 12명이 4일간 교대로 작업을 한 일이 있었다.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서다. 그런데 직원들의 잠자리가 유원지 모텔이라는 말을 듣고 대표이사에게 화를 냈다. 바로 호텔방 6개를 잡아 체크인 했다. 또 다른 사례는 요트를 파는 것에 고민하던 중 주임이 신문 전단지에 홍보를 한번 해보겠다는 의견을 내 놓았다. 서울사무소 직원들이 이미지 손상을 생각해서 반대를 했으나 그대로 시행하게 했다. 물론 개인자금으로 투자를 했다.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그렇더라도 무엇인가 해보려는 직원들이 기가 꺾이지 않게 해야 한다고 본다.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근본적으로 사람을 신뢰했을 때 언젠가는 그 신뢰에 대한 반응이 나타난다. 먼저 믿어주면 믿음에 대한 보답을 한다. 시간적인 문제는 있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으로 되돌아 온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기업가 중에서 존경하는 인물은

국내에서는 정주영 회장을 존경한다. 현대라이프보트와 현대요트의 정신이 정주영 회장의 정신을 이어받자는 것이다. 정 회장은 기업가를 넘어서서 국가 경제와 후손들을 잘 살게 한 인물이다.

국외에서는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다. 그 두 분의 공통점은 기업가 정신과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분들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물려 받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냈던 분들이다. 이 분들의 정신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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