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선정 교수 
    원광대학교 산본병원 신경과
올해 43세인 A씨는 1년 전 사기를 당하여 큰 돈을 잃은 후부터 불면증이 생겨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저녁에 졸린 것 같아 자리에 누우면 온갖 잡생각이 떠올라 잠이 저 멀리 달아나고 정신이 말짱해지기 일쑤였다. 누워서 뒤척이다가 어렵게 잠이 들면 2∼3시간 만에 잠이 깨서 다시 잠들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그러더니, 3개월 전부터는 아예 잠이 오질 않아 고통이 말이 아니었다. 낮에는 무기력하고 기운이 없지만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A씨는 항상 우울하고 오늘은 또 어떻게 잠을 자야 할 지 아침부터 걱정이었다. 책이나 텔레비전 내용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증상으로 민간요법과 한방치료도 하였으나 효과가 없었다.

불면증의 증상들

A씨와 같이 불면증을 호소하는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1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불면증의 경우 다른 유발 요인 없이 생긴 '일차성 불면증'일 수도 있지만, 다른 내과적, 정신과적 질환에 따른 이차적인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치료에 우선하여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동반되는 다른 질환에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주기성 사지 운동증, 하지 불안 증후군, 일주기성 수면장애와 같은 다른 수면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 질환 등이 있으며,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과질환도 불면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증상에 따라서는 수면다원검사를 고려할 수 있다.

불면증을 치료하려면 불면증이 지속되는 기전을 이해하고 자신의 수면 습관이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알고 치료를 위한 행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수면시각이 다가올수록 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수면에 대한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오늘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면 내일 낮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정말 이대로 가다가 큰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닐까?" 등의 잠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함께, 수면이 좋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계속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불면증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잠에 대한 걱정은 자연스러운 수면의 유도를 방해하고 오히려 뇌를 각성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수면과 생활 습관 개선 필요

불면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로 나눌 수 있고, 약물치료는 신속한 효과를 보이지만, 수면 무호흡증, 심한 코골이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경우 호흡 기능을 억제하여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수면제의 부작용으로는 약물에 대한 내성이나 의존성, 약물 중단에 따른 반동 불면증 등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약물치료는 수면습관의 개선과 함께 비 약물치료에 병행하여 가능한 소량으로 짧은 기간 사용하여야 한다. 비 약물치료에는 인지행동치료와 광치료 등이 있으며, 약물치료에 비해 부작용이 없고 지속적인 효과를 보여 만성 불면증의 첫 번째 치료이다. A씨는 수면 클리닉에 방문하여 상담 후, 자신의 수면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교정하고 매일 규칙적인 수면시간과 운동,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여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생활에 자신감을 찾게 되었다. 이처럼 불면증은 원인이 다양하며 만성화되기 쉬운 질환으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잘 자는 것은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삶을 평안하고 풍요롭게 하는 조건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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