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일심 서울교구 여성회장, 서예대전 특선

서예는 육예의 하나로 단순히 글씨를 쓰는 행위가 아닌 인격도야를 위한 방법으로 여겨져 왔다.

제29회 대한민국 서예대전(국전)에서 특선을 수상한 홍일심 서울여성회장 역시 "서예는 일종의 마음공부와 같다"고 증언한다. 그는 화선지를 펴고 먹을 갈 때부터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며 한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는 "먹을 갈 때 한 순간 마음을 놓으면 반듯하게 닳지 않는다"며 "오롯이 한 마음일 때라야 반듯하게 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완전한 몰입이 이루어졌을 때라야 만족할만한 글씨가 나온다고 한다. 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분별성과 주착심이 없는 본래 마음처럼 텅 빈 화선지 위를 그의 붓이 지날 때마다 언어와 명상이 두렷해지고 글자 한 자 한 자가 새겨질 때마다 오히려 분별·주착심이 지워져 가는 모습이 상상된다.

그러나 마음공부가 한 순간에 이뤄지지 않듯 서예 역시 하루 아침에 명필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과정은 물방울이 돌을 뚫는 과정과 비슷하다. 홍 회장은 "어제와 오늘의 글씨가 달라 보이지는 않지만 어느 순간 과거와 비교해 자신의 글씨가 전과 다름을 스스로 알 수 있다"며 "그 순간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 바로 서예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 기쁨은 서예를 하는 사람, 그 중에서도 오랜 세월 꾸준히 정진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셈이다.

이렇게 서예에 정진하며 아무 욕심 없을 것 같은 그도 서예와 글에 있어서는 남다른 욕심이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 되어 그 시를 낭송하고 글로 써 낼 수 있는 서예가가 되고 싶었다"며 "현재 그 세 가지 모두를 이루었으니 참 행복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더해 국전 초대작가라는 또 다른 목표를 세웠다.

국전은 적어도 서력이 10년 이상 된 이들이 경쟁하는 무대인만큼 초대작가가 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전 초대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국전 수상을 통한 점수가 10점이 되어야 하는데 홍 회장은 25년 간 붓을 잡아 지난 10년 동안 5번의 입상을 통해 5점을 쌓았다. 그리고 올해 특선으로 3점을 보태 목표에 크게 다가섰다. 특히 올해 특선에 당선된 출품작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지은 자작시 '엄마의 강'을 소재로 한 것이어서 그 기쁨이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고.

시인으로 시낭송가로, 서울여성회장으로 활동하느라 밤이나 돼야 붓을 잡을 수 있다는 홍일심 회장. 그럼에도 결코 놓지 않는 그의 붓 끝에서 오랜 세월 익어가는 그의 글씨 속에 그의 도심도 무르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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