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응하는 사람

구인 제자로 이 회상 최초의 단을 조직하신 후에 대종사님께서는 '이 단은 곧 시방세계를 응하여 조직된 것이니 단장은 하늘을 응하였다'고 말씀하십니다.(서품6장)

하늘을 응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하늘이란 늘 우리와 함께 하는 물리적 하늘일 수도 있습니다. 가끔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달라집니다. 빡빡한 현실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죠. 하늘은 또, 하느님이나 부처님, 법신불 사은님 같은 진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천(天)· 도(道)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응(應)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응하고, 대답하고, 화답하는 것입니다. 하늘의 말씀을 듣고 거기에 응답하는 것이죠. 늘 진리의 소식에 귀 기울이고 거기에 답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말 속에서도 하늘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갖가지 일 가운데서도 진리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물의 변태와 천만경계 속에서도 은현자재하는 일원상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만물 가운데 하늘 아닌 것이 없기에 하늘을 응하는 것이 어려운 것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쉬운 것만도 아닙니다. 어두운 새벽에 남 먼저 일어나 심고를 올리고 좌선을 하는 것도 하늘과 소통하고 내 마음 안에 계신 하늘을 보려는 노력이고 공부일 것입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유무념 하나를 챙기는 것도 하늘을 응하는 마음을 챙기는 일입니다. 꽃 한 송이를 보고 인과의 이치를 감각감상으로 기재하는 것, 잠자기 전에 하루를 반성하는 것도 다 하늘을 응하고, 진리의 사명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대종사님 제가 어떻게 해야 단장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 것도 하늘에 응하는 공부일 것입니다.

<교화연구소장>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