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듯 '지금 여기' 바라보기

▲ '싱어송 라이터'를 꿈꾸는 박석 교수.

숨가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한번씩 숨을 돌리고 싶을 때가 있다. 가쁜 숨을 고르듯 마음을 고르기 위해 바라보기 명상이 좋을 듯 하다. 이를 위해 강화도에 위치한 오마이스쿨을 5월22일 찾았다. 심신을 클리닉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다. 숙소 배정을 받고 주위를 둘러봤다. 정호승 시인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내가 사는게 아닙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이 글은 정 시인이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중의 한 구절이다. 자신을 바라보는 명상의 핵심이 묻어났다.

상명대 박석(52) 교수가 중심이 된 바라보기 명상에 참여자들은 무언가 복잡함에서 자유로움을 원했다. 20명은 닉네임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세상의 이름에서 잠시 떨어져 나왔다. '돌봄'님은 "지금껏 나를 전혀 돌아보지 않는 삶이었다"고 말했다. 중년의 참가자는 "나이가 50이 되어가니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하다. 앞으로 살아온 날보다 살 날이 짧기 때문이다. 자기가 무엇을 즐거워하는지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다"고 고백했다. 직장생활을 위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을 마신다는 '늘 흔들리는 벽'님, 군대를 제대하고 혼란스러움과 팍팍함을 견딜수 없다는 대학교 2학년생 등 모두가 각자의 삶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었다.

명상에서 함께 하는 이들을 도반 즉 '길벗'이라고 부른다. 길벗은 같은 길을 가는 벗님들이라는 뜻이다. 길벗들에게 박 교수는 어떻게 길잡이를 할까 궁금해진다. 어떤이는 명상을 '영적인 등산이다'고 표현한다. 등산의 중요도는 길잡이다. 길을 어떻게 안내하느냐에 따라 등산객들을 정상으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명상의 첫 만남에서 기타를 들고 나왔다. 명상에 기타는 의외였다. 그리고 조용하고 잔잔하게 오픈송으로 마음의 문을 열게 한다. 노래가사는 '어깨에 힘을 빼고, 이런 근심 저런 걱정 모두 내려놓고, 들숨 날숨 그 속에서 내 마음을 느껴봐요. 숨가쁜 생활속에서 나를 잃고 살아가죠. 잠시라도 숨고르고 나를 한번 느껴봐요, 들숨 날숨 들숨 날숨.' 현실의 삶이 녹록히 담겨있다. 참석자들은 하나 둘 그 노래를 자연스럽게 따라 부른다.

박 교수는 "숨가쁜 생활속에서 숨을 고른다는 것은 자기의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것이다"며 "바라보기 명상의 모토는 내 감정, 내 생각, 욕구를 알아차리고 사회속에서 아우를 수 있는 조화로운 삶이 목표다"고 말했다. 이는 무념무상의 대해탈의 경지가 아니다. 현대인들이 사회속에서 건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기를 원한다. 현대사회는 속도를 가늠하기 힘들만큼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숨을 고를 사이도 없이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과 연관이 있다. 그러므로 그가 진행하는 바라보기 명상법은 진정한 영성, 진정한 깨달음은 내면적 영성만이 아니라 현실의 삶속에서 인격의 성장, 욕구의 조화, 사회적 실천 등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 바라보기와 소리 명상

먼저 몸을 바라본다. 몸은 긴장과 이완을 통해 바라보기가 쉽다. 몸 바라보기의 첫째는 척추를 펴는 것이다. 요가로 몸의 구석 구석을 자극 주고 나면 시원하고 맑아진다. 몸의 맺히고 뭉친 부위를 풀어줌으로써 근육 마디 마디가 풀린다. 그러면 마음도 주체적으로 찾아가게 된다.

박 교수는 "호흡에 대해서도 복식(복부) 호흡을 하라"고 권한다. 복식 호흡이 안되면 생각이나 마음도 산란스러워진다는 것이다. 호흡은 몸과 마음 상태를 말해준다. 몸이 가장 잘 느끼는 것은 호흡과 맥박이다. 호흡은 우주와 나의 소통이며 통로다. 감정과 몸의 상태를 뚜렷히 느낄 수 있다. 복식 호흡의 장점은 마음의 편안함을 가져온다. 호흡을 들이쉬고 내쉴 때는 여백을 두고 쉬어야 몸이 닫히지 않는다. 몸을 긴장하고 이완시킴으로써 내 몸 상태를 알아차리고 어루만져주게 된다. 귀기울여 바라보게 된다. 특히 소리명상은 낮은 음으로 할수록 깊게 바라볼 수 있다.

저녁 식사후 소리없이 어둠이 찾아오는 오후7시. 맑고 환했던 공간이 회색빛에서 어둠으로 변하는 시간이다. 둥글게 마주 앉은 사람들. 불을 켜지 않고 그대로 어둠을 받아들인다. 이때 박 교수가 기타줄을 매만지며 분위기에 딱 맞는 노래를 부른다. '소리없이 어둠이 내리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노라' 이어 찬트 명상이 이어진다.

박 교수는 "간절하고 사무치면 진리는 내 앞에 있다"며 "순수한 마음 뜨거운 마음만 있으면 진리는 반드시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속에 체험의 흔적이 묻어났다. 그는 깨달음을 얻기위해 1993년 단식기도를 했다.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먹지 않겠다는 각오로 '이 뭐꼬'를 들었다. 48일째 궁극적인 세계를 체험했다. 그후 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리 심오한 세계를 체험해도 자기 삶 속에서 어우러지지 않으면 관념일 뿐이다'는 것과 '깨달음도 결국 나의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한 과정이고 거름이다'는 것이다. 그는 악기를 다룰줄 모르지만 '싱어송 라이터'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명상은 결국 나를 찾아가는 것이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한다. 어느새 어둠이 방안을 가득 채울 즈음 푸른 강화도에 비가 내렸다. 길벗들에게 비도 명상음악처럼 들렸다. 어둠은 짙은데 마음의 빛은 촛불보다 밝았다.

▲ '몸은 긴장과 이완을 통해 바라보기가 쉽다'며 요가를 지도하는 모습.

걷기 명상

다음날 아침, 걷기 명상을 했다. 걷기 명상은 정상이 목적이 아니다. 그 과정을 중시한다. 느리게 걸을수록 '지금 여기'를 깊게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몸 바라보기의 핵심은 몸을 긴장 이완시키면서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몸을 빠르게 움직이지만 건성으로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천천히 움직일수록 깊게 세포 하나하나를 깨워내며 자신과 만나게 된다.

식사 후에는 주로 소리 명상이나 걷기 명상을 했다. 이어지는 노래 '영혼에서 왔으니 영혼으로 돌아가, 시냇물 흘러 바다로 가니 우리도 흘러 영혼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라는 감성을 울리는 노래가 이어진다. 여기서 영혼은 우주의 끝이 아니다. 지금 여기를 가리킨다. 현실의 삶 속에서 치열하게 깨어있기를 주문한다. 현실에 좀더 적극적이고 충실과 최선을 다할 때 명상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상은 가정과 직장, 사회적 만남속에서 중심을 잡아 가게 한다. 산속의 수행이 아니다. 현실속 호흡이다. 명상이 필요한 이유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맹자는 궁할때 '독선기신(獨善其身)'하라고 했다"며 "세상이 힘들수록 나를 지켜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바라보기 명상을 통해 변하는 속에 변하지 않는 것이 진리의 실체임을 알게 됐다. 그 실상은 개념이 아닌 실체적 체득을 통해 가능하다.

다시 세상 속으로 길을 떠나는 길벗들과 헤어짐의 악수를 했다. 비바람 속에서 푸른 나뭇잎들은 여전히 싱그럽게 살랑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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