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있는 노후생활로 삶의 만족도 향상

5월27일, 도심형 실버타운 용산 하이원빌리지 어르신들의 일상에 동참했다. 이른 저녁 7시30분. 하이원빌리지 기도방에서 살며시 목탁이 울린다. 경외심으로 가득찬 울림이다. 주문수행으로 일원상서원문, 휴휴암좌선문, 염불을 한 후 절 수행으로 정전 명상 108배를 올린다. 그리고 저녁심고를 하면 50여 분 소요.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며 신앙공동체를 가꿔간다.
▲ 매일 기도 정진을 쉬지 않는 하이원빌리지 입주 교도들.
기도로 윤택한 노후 가꿔
용산 하이원빌리지에 입주한 교도들이 중심이 되어 기도 정진을 쉬지 않는다.

기도 중에는 절전을 위해 불을 끄고 일심을 모은다.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기도방을 넘나들어 목탁소리와 어울린다. 기도하는 교도들의 나이는 평균 70대 후반. 그래서일까. 염불을 할 때는 세상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어머니 손길 같이 편안하다. 또 서방정토극락에 안주하고자하는 염원이 간절하다. 얼마나 성불의 염원이 간절했으면 정릉교당 심자심(71)교도는 정전 명상 108배 멘트를 다 외웠다.

남서울교당 홍지정(72) 교도는 "저희가 하는 기도는 일생을 잘 마치고 잘 갔다 오는 공부를 하는 뜻이다"며 "일원상서원문은 대종사님이 밝혀주신 진리의 진수를 체 받으려함이고, 휴휴암좌선문은 선심을 여의지 말자는 뜻, 염불은 일심을 모아서 이 생 끝마칠 때 까지 지성으로 청정일념을, 108배 수행은 업장 녹이고 참회를 하는 의미가 깃들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하이원빌리지에 입주한 교도들은 까닭 있는 공부를 통해 실버타운에서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가꿔가고 있다.
▲ 옥상 공원에서 게이트 볼 교실을 즐기는 하이원빌리지 입주자들.
생활 그 자체가 웰빙

하이원빌리지에 입주한 어르신들의 하루는 웰빙 그 자체이다. 아침에 일어나 옥상에 올라 해돋이를 보고 산책을 즐긴다. 하얀 선을 따라 10바퀴, 20바퀴 도는 것은 기본. 맨손 체조를 하고 벤치에 앉아 아침 명상을 즐기기도 한다. 대치교당 손성운(84)교도는 "최근에 입주 했는데 옥상에 올라가면 남산이 우리집 공원같이 가깝게 있어 편안하고, 아침에는 뜨는 해를 저녁에는 지는 해를 볼 수 있어 좋다"며 "이곳에는 복 받은 사람들만이 와서 사는 곳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좀 더 젊은 70대에 왔다면 인생이 더욱 더 편안하고 안락한 노후가 됐을 것"이라 한다. 그만큼 하루 생활의 모든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10층에 거주하는 심자심 교도는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올릴 때면 옥탑의 일원상이 창문 너머로 보여 마음이 잘 챙겨진다"며 "교당에 가면 교도들이 나날이 기운이 살아나고 있다고 칭찬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이원빌리지 입주를 위해 일상의 모든 것을 놓아 버리니 새사람이 되는 듯한 기운은 감출수가 없나 보다. 교도들은 심 교도의 변화된 모습에서 세간생활에 대한 비우고 놓는 공부를 배운다고.

하이원빌리지 입주 어르신들은 아침 식사를 한 후 9시 혹은 10시부터 주간 프로그램에 참석한다. 월·토요일은 게이트볼 교실, 화요일은 서예교실, 수·금요일은 기공체조 교실이 한 시간씩 열린다. 오후에는 2시부터 스트레칭교실, 미술수업, 노래교실, 영화감상, 사우나 프로그램이 월~금요일까지 진행된다.

방배교당 정양원(71)교도는 "발목이 안 좋아서 편안하게 살려고 여기 왔는데 용산 보화당에서 꾸준하게 치료를 했더니 다 낳아서 지금은 마음대로 걸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정 교도는 "이곳에 생활하면서 높으신 어르신들 다 뵙고, 원불교의 좋은 인연들 자주 만날 수 있어 인연복전이 따로 없다"며 "교도들이 빨리 와서 함께 법담을 나누며, 탁구도 치고 마음공부하면서 생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인 주택이나 아파트 생활과 달리 하이원빌리지는 교법에 의해서 운영되는 곳이라 일상생활에서 교법 실천이나 인연에 대해 많은 공감대를 줘 마음이 늘 살아있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구에서 생활하다 자녀들의 뜻에 따라 이곳에 입주하게 된 서울교당 이문성화(83) 교도는 "내가 무슨 복을 지어서 이렇듯 낙도 생활을 하는지. 생각할수록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어르신들의 생활 만족도를 위해 직원들은 정성을 다하고 있다. 특히 하이원빌리지 원장인 양진성 교무의 따뜻한 보살핌에 감동 받아 '원장 어머니'라 부르는 어르신도 있다고. 이곳에 입주만 하면 '행복한 노후생활이 펼쳐진다'는 점을 어르신들이 하나하나 생활속에서 증명하고 있다.
▲ 요가교실을 통해 몸의 유연성과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하이원빌리지의 향후 과제

하이원빌리지 운영에 대해 지현관 교무는 "전국 훈련원과 연계한 여가 나들이와 성지순례와 같은 여행프로그램 보완과 건물 내에 병원을 개설 해 어르신들 건강상담이 수시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부모보은을 실천할 뜻있는 의료인들의 자원봉사 활동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용산보화당한의원(민상준 원장)이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서울대 병원에서 내과 의사를 역임한 종로교당 김혜근 교도와 서울대 병원 간호감독을 역임한 도봉교당 정중현 교도가 매주 정기적으로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피며 의료서비스 향상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이원빌리지는 용산역과 지하철 버스 등의 교통이 편리해 국내외 재가 출가교도들의 게스트룸으로 편리를 제공하고 있다. 각종 세미나시설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개원1년을 맞는 하이원빌리지는 그 어떤 과제보다도 남아있는 세대를 빨리 분양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이에 대해 양진성 원장은 "1~2년 살아보시고 퇴소를 해도 좋으니 우선 비어 있는 방에 교도님들이 빨리 오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좋은 위치의 방을 교도들에게 분양하고 픈 마음이다. 양 원장은 "현재 입주한 어르신들이 편안한 가운데 생활하고 계셔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며 "일반인들의 입주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어르신 가족들이 방문할 때 가벼운 마음으로 부모님들을 찾아뵙고 있어 여러면에서 인지도가 상승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원빌리지가 도심형 실버타운으로 성공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여러 분야의 일손이 필요하다. 각종 취미·운동·생활·식사·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협력이 이어진다면 한층 활기를 뛸 수 있을 것이다.

칠순 기념으로 이곳에 입주해 말할 수 없는 즐거운 생할을 하고 있다는 어느 입주자의 말처럼 최상의 실버타운 시설에서 제 2의 인생을 계획할 수 있다면 그 같은 행복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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