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다름에 대한 이해 필요

다양한 형태의 종교·종교인들 사이에 공통적 삶의 지향성과 자유인으로서의 존재양태에서 서로 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는 왜 다양한 종교들이 발생했는가.

4일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동서종교사상의 화합과 회통'을 주제로 열린 2010년 한국동서철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질문한 내용이다.

이 물음에 김 교수는 "종교인들이 찾고 귀의하는 '궁극적 실재'의 무궁성과 '궁극적 실재'를 체험하거나 인식하거나 관계 맺는 인간존재 그 자체의 삶의 체험과 실존물음의 다양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구체적 종교는 그 시원에 대한 주장과 관계없이 현실적 실재로서의 '역사적 종교들'은 어김없는 '문화현상'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다양한 종교들 사이의 화합과 회통을 위한 '해석학적 개안(開眼)'을 강조한 그는 "현대사회에서 종교 간의 '화합과 회통'을 위해서 인간존재의 '해석학적 제약성과 초월성'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이어 그는 동서종교의 유형론적 특성을 불교, 유교, 그리스도교로 분류해 비교종교학적 측면에서 장점과 단점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리스도교는 불교로부터 연기적 실재관과 '비움과 충만의 반대일치' 진리를 배우고, 유교로부터는 능산적(能産的) 자연주의의 건실함과 천지인 삼재를 회통시키는 성숙한 인본주의 철학의 '우주신인적 영성' 곧 생태주의적 신유학의 비전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서종교사상의 화합과 회통을 위한 기본자세로 보편적 세계종교들은 결국은 '같다'는 동일성을 강조해서는 안된다" 며 "'차이와 다름'을 축복으로 인식하고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갖고 모든 종교들은 서로 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동서종교간의 대화, 협력, 회통은 지구촌 문제해결의 방편적 수단으로만이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종교들이 '창조적으로 변화'하는 모험을 무릅쓰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살아있는 종교는 아직도 '형성 중에 있는 과정'임을 인지해야 한다"며 박제화된 종교의 틀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인류문명을 양육해 온 세계종교들은 참으로 위대하지만 '진리'자체는 더 위대하기에 역사적 특정종교를 상대화시키는 '우상타파의 용기'를 지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그는 "구체적이고 상대적인 것을 통해서 절대적인 것을 증언할 수 있다"는 종교체험에서의 역설적 진실에 기초해 "'신앙인의 고백적 사랑의 언어'가 지닌 진지성을 이해하되 독단적 언어에로 변질되지 않도록 지성인들은 해석학적 조명등을 항상 비춰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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