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윤 교사 한겨례중·고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맹금류 중 하나라고 한다. 솔개는 40세가 되면 발톱이 노화되고, 부리가 길게 자라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고, 깃털도 짙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무거워져 날기도 힘들 때 솔개는 선택을 한다. 죽음의 길과 갱생의 길을.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산 정상부근으로 날아올라가 둥지를 짓고 바위에 부딪혀 부리를 깨서 빼낸다.

새로 부리가 돋아나면 발톱을 뽑아내고, 발톱이 돋아나면 날개 깃털을 뽑아내고, 다시 새 깃털을 얻는데 이 기간이 약 반년이 걸린다. 그러면 30년을 더 산다고 한다. 솔개와 비슷하게 살아 왔다. 내 몸도 솔개와 비슷하다. 머리털이 빠지고, 육근 동작도 예년 같지 않다. 이제 나도 선택의 시기가 왔다. 안정이냐, 변화냐. 고민 고민하다가 변화의 길을 선택했다.

대안교육에 입문한지 8년.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학교를 옮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헌산중에서 같은 법인에 있는 한겨레중·고등학교로 전보발령을 신청하였고 다행히 수락되었다. 그 동안의 습을 떼고 새로운 부리, 발톱, 날개를 달기위한 수행의 길이 시작되었다. 나 자신과의 싸움, 주변에서 들어오는 태클들이 새 마음, 새 생활을 하자는 다짐을 흔들어 놓는다. '내가 이 고생을 왜 사서하나'라는 회의가 들 때도 있었다. 내가 힘들 때마다 날 세워주는 이는 우리 학생들이었다.

헌산 부처님이나 한겨레 부처님이나 어느 한 부처님이 소중하지 않으리오. 그러나 한겨레 부처님들은 조금은 더 돌봐주고 안아 주어야 하는 학생들로 여겨진다. 이런 학생들이 오히려 날 감동 시키고 나에게 힘을 주는 원천이 된다. 해맑음, 순수, 열정 이런 단어들로 표현할 수 있을까? 70년대 중고시절을 보냈던 우리들의 그 순수함을 그대로 느낀다. 고등학교 2학년 1반 담임에 배정되자 주변 선생님들이 "힘든 반 맡아서 고생되겠다"고 하여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처음 반에 들어가는 날, 한 눈에 들어오는 남학생 몇 명이 있었다. 헤어스타일이 독특한 학생, 복장이 불량한 학생, 어깨에 힘 주고 있는 학생. '그래, 저 놈들만 잡으면 되겠구나, 근데 저 놈들은 북한 놈들인데, 우리 애들이랑 같을까?' 작업에 들어갔다.

초반에 승부를 내야하기에, 우선 이름을 익히고…. "난, ○○○처럼 터프한 친구들을 더 좋아한다. 선생님은 그동안 대안학교에서 근무했는데, 그런 친구들이 의리도 강하고 훨씬 남자답더라. 우리 재밌게 살아보자" 이 한 방에 친구들은 내 편이 되어 버렸고, 어려움이 있으면 이 친구들이 나서서 내 고민을 해결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이 되어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아온 우리 아이들이라 건강이 좋지 못한 친구들이 많다. 며칠 전부터 코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축농증 수술을 했으면 하는 학생, 한국에서 새 아빠를 맞아 엄마랑 갈등이 깊어지는 학생, 인플란트를 해야 하는 학생. 내 능력이 부족하여, 더 살피지 못함이 늘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어제는 학생취업을 위해 서울 구로에 다녀왔다. 주변에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어 늘 감사드리며, 우리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들이 무엇인가 고민해 본다.

이제 한겨레에서 4개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이 곳 생활에 적응이 되어 가고, 순수한 학생들과의 만남,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동료 교사들, 이런 것들은 새로운 환경에서 신선한 자극이 된다.

나는 무딘 부리, 발톱, 날개를 온전히 깨부수고 있는가? 아니면 적당히 타협하고 있는가? 다시 점검해 본다. 저 광활한 창공을 누비는 자유로운 솔개처럼, 대 자유인으로 거듭나는 활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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