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섬이 알고 있는 답은…

7월부터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전북 부안군 변산면 마포리에 위치한 하섬해상훈련원(원장 김정륜)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준다. 육지에서 직선거리로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하섬은 한달에 2~3일 음력 1일, 15일에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이때는 걸어서 내왕할 수 있다. 단 물때를 맞춰야 한다.

6월25일 하섬의 자연 경관을 만끽하기에 앞서 성천항에 도착했다. 항구에는 갓 잡은 멍게가 노란 바구니에 담겨져 있었다. 바다내음이 물씬 풍겼다. 곧이어 항구에 정박해 있던 연꽃호 안에서 구명조끼를 입었다. 10인승인 연꽃호는 시원한 물살을 가르며 3분만에 하섬 선착장에 도착했다.

일원상처럼 둥근 둘레길
하섬은 면적 11,346㎡이다. 새우허리처럼 굽었다 하여 새우섬(鰕島)이라 불렀다. 원기4년 소태산대종사는 변산 쌍선봉 법인기도 해제시에 제자 정산 송규, 사산 오창건과 이 섬을 바라보다가 "연꽃이 떠 있는 것 같이 아름답다. 장차 훈련도량이 될 것이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해진다. 정산종사는 그 인연으로 연꽃섬(荷島)이라 명명했다.

하섬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니 외로운 섬에 와 있는 느낌을 가진다. 하지만 자신과 깊게 만날 수 있는 성찰의 시간임을 직감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이곳에서 내면을 더욱 깊게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어둠이 오기전에 숲속을 거닐고 싶었다. 푸른 물결이 휘감아 도는 일원상의 물결을 느끼며 숲속을 거닐었다. 최대한 느리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휘리리~ 울어대는 새소리,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파도소리 등 대자연의 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이처럼 하섬의 숲길은 '그린닥터'다.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하섬은 오감(五感)을 자극시키고 마음을 깨어나게 한다. 해풍을 맞은 소나무 숲길을 한발 한발 걸을수록 묵어있던 마음들이 스스로 풀리는 듯 가벼워졌다.

무문관 훈련도량으로
가뿐한 마음으로 하섬을 한바퀴 돌고나니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연화관 기도터를 만난다. 기도터는 돌과 흙, 나무로 만들고 있다. 9월에 완공 예정이다.

김 원장은 "이곳은 바닷길과 숲길이 어우러져 무문관 훈련을 하기가 좋은 곳이다"며 "기도하고 순례하며 훈련하고 정진적공하는 도량이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섬이 훈련 도량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그의 의지가 묻어난다.

이를 위해 그는 '하섬해상훈련원'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연꽃섬을 무문관 정진도량으로 구상중에 있다. 신앙하고 수행하는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될수 있는 명품도량에 대한 포부가 드러난다. 자연을 닮은 사람들이 되어 수행의 맛을 느끼고 살아나야 교화도 살아나기 때문이다. 김 원장 역시 "내가 진리의 맛을 먼저 느껴야 교화도 된다"고 말했다. 하섬은 교화의 답을 알고 있는 듯 했다. 7대교서의 완창지이며 결집지인 하섬에서 공부와 훈련으로 신맥과 법맥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곳은 대산종사가 〈정전대의〉를 편찬했고, 교서편수발간기관인 정화사를 발족하여 원불교교서 편수도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로써 내변산 봉래정사에서 시작한 소태산대종사의 제법이 외변산 하섬에서 결집이 이뤄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숙박을 위한 하섬 방문은 사절한다.

하섬에서 만난 빗방울
회색빛이 짙어가는 저녁무렵. 오랜 가뭄을 해갈하듯 하섬에 단비가 내렸다. 연잎에 비내리니 적막강산으로 변했다. 다음날 120여 명이 훈련을 나러 온다기에 식당 조력에 들어갔다. "원불교하고는 깡통이요"라고 말하는 최연순(61)씨는 식당일을 도맡아 한다. 그는 평생을 변산에서 살았다. 식당근무 경력도 풍부한 최 씨는 "나는 무법천지 무식자다"고 운운하지만 할말은 다한다. 밤10시에도 바지락을 한 소쿠리씩 캐낸다. 일하는 솜씨도 재빠르다. "바지락 캐기는 김연아 못지 않다"며 빠른 손놀림을 자랑한다.

3~6월이 바지락 철이다. 이어 "바지락 젓갈을 맛있게 담그려면 어떻게 하나요?"라고 물었다. 최 씨는 "바지락을 까 가지고 씻어서 소금하고 버물러서 갖은 양념을 하라"고 말한다. 갖은 양념은 고춧가루, 통깨, 마늘, 파, 양파 등이다. 저녁식사에 나온 바지락국은 그의 말처럼 담백하고 쫄깃했다. 바지락이 간과 당뇨에 좋다며 신심을 북돋았다. 맛도 말도 맛깔스런 최 씨 덕분에 식사시간이 즐거웠다. 억척스러움에 담긴 속정이 음식을 건네는 손길에서 묻어났다.

하섬 8경
하섬을 좀더 깊게 감상하고 싶다면 '하섬 8경'을 추천하고 싶다. 음력 1일과 15일부터 간조때면 첫등에 트이는 바다 자갈길인 칫등해로(海路), 하섬에서 바라본 수평선 너머에 붉게 잦아드는 낙조의 장관인 서해낙조(西海落照), 쌍선봉 사이로 돋는 달인 쌍선명월(雙仙明月), 동암 앞 잔잔한 해면에 은파인가, 방광인가 달 기둥의 장관 동암월주(東庵月柱), 하섬 사면은 기암괴석의 만물상, 그 중에도 북면은 해금강 절경인 북해금강(北海金剛), 하섬 제일 청하정에 찾아드는 시원한 바람인 청정양풍(淸亭凉風), 칠산어장에서 만선의 배들이 채석강과 적벽강 용머리를 돌아 귀항하는 고깃배들 용두귀범(龍頭歸帆), 하섬을 중심으로 불야성을 이룬 고깃배와 변산반도 연안의 불빛인 변산야화(邊山夜火)이다.

다음날 오후2시쯤 하섬에 물이 차 올랐다. 연꽃호가 훈련객들을 싣고 선착장에 내렸다.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듯 온 자는 가야하는 인연의 이치를 실감한다. 다시 연꽃호에 몸을 실었다.
만나는 모든것은 오직 인연 일 뿐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고 밝혔다. 7월 여름을 맞아 길위에서 만난 훈련원을 게재한다. 느림의 철학과 더불어 명상과 쉼터의 공간으로 훈련원의 다가선다. 삼동원, 오덕훈련원, 우인훈련원 순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