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나로부터!

▲ 정돈이 잘 되어 있어 깨끗한 삼동원의 모습.
삼동원에 오르는 숲길을 따라 가다보면 꼭 누군가를 만날 것만 같다. 아는 얼굴이 아니어도 아는 얼굴처럼 인사하게 될 것 같았다. 그랬다, '마음 고향에 오심을 환영합니다'는 입간판을 지나 삼동원(원장 김혜봉)에 오르는 2.5km. 그 길 위에서 굳이 사람은 아니었어도 까투리, 다람쥐, 청설모 등 미물 곤충에 이르는 참 많은 생명들을 만났다.

그게 꼭 우연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삼동원을 둘러싼 천호산과 이름 모를 풀과 벌레들이 버무려 만들어낸 묘약의 향내가 '참 삶'으로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삼동원에서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됐다. 훈련관 사무실에 들러 방을 얻었다. 친절한 정성권 교무가 정진관 2층의 깨끗한 방 하나를 내주었다. 마침 원광대학병원 직원들의 마지막 훈련이 진행되고 있어 그들과 함께 해보기로 했다.

오후1시30분. 참 주인 되기 시간으로 박기홍 교무를 따라 일행들과 삼동원 주변 숲명상체험에 나섰다. 산에 숱하게 올랐으면서도 길옆의 풀꽃에 제대로 눈길을 준 적이 드물다. 대부분 그렇다. 그저 높은 곳에 어서 오르려는 급한 마음에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른다. 두런두런 떠오르는 생각들을 주워 담으며 토끼풀로 꽃반지며 시계꽃도 만들어보고 자박자박 흐르는 계곡에 발도 담가보았다. 운동장에 은박지를 깔고 벌러덩 드러누워 여름하늘도 눈이 시리도록 올려다보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후6시. 저녁 공양시간이다. 삼동원 식구들이 함께 둘러앉았고, 훈련객들은 다른 탁자에 자리했다. 모두들 접시를 싹싹 비워냈다.

오후7시30분. 저녁일과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렸다. 작은 촛불이 밝혀진 각자의 방에서 이현진 교무의 안내를 따라 절을 하고 나의 행복과 불행에 가장 영향을 준 '나의 소중한 당신모시기'에 집중해 보았다. 떠오르지 않는 생각을 애써 할 필요는 없었다. 물 흐르듯 생각을 툭 부려놓으면 그만이었다.

저녁 일과를 마치고 방에 돌아왔다. 어둠이 짙게 내리누른 삼동원엔 적막만 가득했다. 주체할 수 없는 고요와의 조우다. 무거운 침묵의 시간은 길었고 생각도 따라 깊어졌다. 포르르 풀벌레 소리가 여름밤을 울렸다.

새벽5시.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잠은 급하게 깨어나지 않고 차츰차츰 말갛게 깨어났다. 그 사이 대각전에는 훈련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오진명 교무를 따라 들숨과 날숨이 반복되는 가운데 간단한 요가를 배웠다. 반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반듯이 폈다. 가늘게 눈을 뜨고 호흡에만 신경을 곤두세웠다. 숫자를 세어가며 천천히 배꼽 밑에까지 숨을 들이마셨다 내뱉기를 반복했다. 쉽지만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니 호흡이 편안해졌고 몸도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훈련을 진행한 오 교무는 "삼동원은 마음의 고향을 찾아가는 곳"이라며 "많은 기대감을 갖고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때론 말 한마디의 위로보다 자연이 전해주는 반가운 미소가 큰 위안이 될 수 있다"고 다시 마음의 힘을 얻어 가는 출발점이 곧 삼동원임을 강조했다.

마침 삼동원에 머물며 소태산대종사 일대기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박용덕 교무를 만났다. 그와 함께 삼동원 훈련관, 종각, 정진관, 조실을 거쳐 황토방에 오르며 그에게 이곳에서의 하룻밤 중 가장 좋았던 게 뭐냐고 물었다. 아무 주저없이 그는 "맑은 기운"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곤 그는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해발 400여 미터의 이곳 공기는 수행에도 자연요양에도 딱 좋은 천혜의 장소"라며 상쾌한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 사이 짙푸른 숲은 귀까지 청명해지는 새소리를 들려주고 있었다. 잠시 대화를 멈추고 한참동안 산새가 들려주는 자연의 화음에 귀를 기울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바람에 나무 부딪치는 소리가 타닥타닥 들려오기 시작했다. '됐다고, 그래 안다고.' 토닥토닥 마음을 두드려준다. 솔숲이 깊었다.

다시 박기홍 교무의 안내로 묵산봉도림(默山奉道林)을 거쳐 '원불당(구 광산김씨 제각)'과 김집(김장생의 아들) 선생의 묘가 있는 천호산 상봉에 올랐다. 현재 삼동원에서는 천호산 일대 100만평 부지를 확보해 놓았다는 박 교무의 설명이 있었다. 일찍이 동쪽으로는 삼동정사(三同精舍), 서쪽으로는 천양원(天養院), 남쪽으로는 개판농장(開版農場), 북쪽으로는 만성전(萬聖殿)을 건립하고자 했던 대산종사와 역대 교무들의 유시를 받들어 이를 토대로 세운 삼동원의 장단기 계획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다시 신맥과 법맥이 실핏줄처럼 나있는 숲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문득 천호산이 내게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고. 위치도 시간도 가늠되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화답했다. '지금, 행복하다'고.
▲ 조실에서 황토방으로 가는 산책길.
▲ 삼동원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다람쥐.
▲ 숲명상체험-계곡에 발 담그기.
▲ 민들레.
▲ 원불당.



/여/행/길/잡/이/

삼동원(초창기 삼동수양원)은 원기52년에 계룡산 아래 신도안에 설립된 교단 최초의 훈련도량이다. 이후 원기69년 현재의 미륵불 용화회상의 원력이 깊숙이 배인 천호산 동편자락인 논산군 벌곡면 양산리 421-1번지에 자리를 잡고 자연함양과 자연요양, 자연훈련을 겸한 사실적 도덕훈련의 수련장이요 수행공동체를 지향해 가고 있다. 특히 산과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삼동원은 풍수상 '모계포란(母鷄抱卵)형'으로 어미닭이 계란을 품고 있는 명당자리이다.

현재 삼동원은 우주의 원리와 자성의 원리에 바탕한 진리적이며 사실적인 훈련으로 개인, 단체, 기업을 대상으로 연중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종교나 사상의 조건을 넘어 훈련도량을 개방하고 있다. 또 참삶훈련, 정기훈련, 교도훈련은 물론 정신수련에 관심 있는 일반 단체들이 언제든지 수련장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익산 중앙총부에서는 국도로 1시간 30분 거리. 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논산IC 또는 벌곡IC를 이용하면 된다. 대전역이나 논산역이 있어 기차로도 찾아오기가 쉽다.

숙박 및 훈련문의 (041) 733-9216
홈페이지 http://www.samdongw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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