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는 떠드는 것이다"

▲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학습코칭에 참석한 학생들이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영어 강의를 한 권상은(사진 오른쪽)교도.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드라마 '공부의 신'이 큰 인기를 누렸다. 그만큼 한국사회 교육풍토는 학업성적이 1순위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놀토'(토요일에 논다)지만 청소년들에게는 학습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놀토를 행복한 분위기로 이끌고 있는 종로교당을 10일 찾았다. 오전8시40분. 종로3가역에서 낙원상가를 거쳐 교당으로 향하는데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들과 학부모가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이 먼저 합장으로 인사를 건넨다. 이들은 종로교당에서 주최하는 '원 학습코칭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해 바쁜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공부방법을 알면 나도 우등생이 될 수 있다'는 공부법이 학생들을 교당으로 이끌고 있다.

원 학습코칭의 원은 원(Want, 願)이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최고의 학습 전략을 말한다. 체계적인 마음공부법에 기반하여 전문가들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계획을 세워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강의가 시작되는 오전9시. 종로교당 소법당에는 앉는 방석 대신 책상의자가 빼곡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나 둘 자리를 차지하는 학생들. 어느새 자리가 부족해 종로교당 김영주 교무는 계속 의자를 공수해 왔다.

마음공부로 자존감 향상
오늘 특강은 영어 공부다. 강사는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권상은 교도. 권 교도는 "영어공부를 할 때 시켜서 해요? 아니면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해요?"라고 서두를 꺼냈다. 학생들은 대부분 "시험을 치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답했다. 권 교도는 "여러분들이 공부하기 싫은 이유는 여러분 탓이 아니다"며 " 윽박지르는 어른들의 탓이다"고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언제 내가 영어 때문에 수치심을 느끼고 비교심을 느꼈는지에 대해서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조용히 눈을 감고 영어에 대해 안 좋았던 기억을 찾아보는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입정을 마치고 그 기억들을 공유했다.

A학생은 "영어 점수가 낮아서 매를 맞고 방과 후에 남아 학습했다"고 말했으며, D학생은 "엄마가 영어 선생님이었는데 방학 때 영어 공부만 시켰다"고 토로했다. H학생도 "부모님의 극성에 초등학교 2학년 때 고등학교 문법을 배웠다"고 힘없이 말했다. 부모들의 극성이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오히려 공부에 거부감을 초래한 사례들이 대부분이었다.

권 교도는 "내가 못났고 머리가 나쁘다는 생각을 다 버리라"며 "원인을 풀어내면 공부는 다시 좋아진다"고 격려한다. "영어는 언어과목으로서 학교 점수를 잘 받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의사소통하고 영어로 된 정보를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영어는 일단 "떠드는 것이다"고 말하니 학생들의 표정이 순간 밝아진다. 학생들의 코드에 맞는 언어가 적중한 듯 분위기가 화기로워졌다.

영어는 새가 날개짓 하듯 연습해야
영어는 스터디(study)가 아니다. 훈련하고 연습(practice)하는 것이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수 없는 날개짓을 하듯이 영어로 말하고 듣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무리 영어문법을 많이 알아도 영어로 말하지 못하면 무용지물. 영어 공부의 핵심은 말로든 글로든 의사소통이다. 영어는 뇌세포 훈련을 요구하기에 자꾸 자꾸 친해져야 한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꿈을 크게 갖고 희망을 가지라"고 긍정의 말을 이어간다.

원 학습코칭은 크게 세가지 맥을 잡고 있다. 마음공부, 학습플랜, 학습전략이 그것. 마음공부는 마인드컨트롤을 통한 자존감 향상으로 집중력을 도와준다. 학습플랜은 시간관리와 학습습관을 개선하며, 학습전략은 공신의 과목별 특강과 석박사의 멘토 상담, 뇌기질별 공부법을 습득케 한다.

이는 교육평등 실현을 위한 원불교의 '타자녀교육(他子女敎育)'의 교리정신에 바탕하여 최고의 강사와 멘토들이 수익성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최고의 지도자를 만나 마음껏 배울 수 있고 교육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어떤 환경에서든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멘토(Mentor)란 경험없는 사람에게 오랜 기간에 걸쳐 조언과 도움을 베풀어 주는 경험자나 선배를 뜻한다. 명문대 선배들이 1:1 멘토링을 통해 맞춤형 학습법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준다. 그러므로 최희공 원무는 "원 학습코칭은 과외가 아니고 공부법만 가르쳐 준다"고 말한다.

심규진(고2) 학생은 "예전에는 무턱대고 공부를 했는데 이제는 확실한 목표를 세우고 시간관리도 철저히 하니 공부가 재밌다"고 말한다. "진짜 노는 것을 좋아했다"는 심 학생은 수원에서 아침7시에 출발한다. 멘토 선배가 알려준대로 하니 공부가 재미있고 성적도 오르고 있는 중이다. 멘토인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박대성 교도는 "멘토는 낚시밥을 던져주는 역할이다"며 "일단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기에 이야기를 많이 들어준다"고 말했다. 먼저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부터 하라고 권하다.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전체적으로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식 정보처리 능력 키워라
권 교도의 영어공부에 구체적인 학습법이 시작됐다. "이 공부법으로 학원을 끊고 성적이 오른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먼저 "한국어와 영어 구조가 다름을 인식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면, 한국어로 '나는 어제 일원이와 축구를 했다'는 영어로 'I played soccer with Ilwon yesterday.'다. 여기서 핵심은 직독직해다. 영어식으로 정보처리과정을 바꾸어줘야 한다는 것. 미국식 정보처리는 뒤에서 말을 계속 붙여 나가기에 덩어리식으로 해석을 끊고 나가는 연습이 필요하다. 'I played/ soccer/ with Ilwon/ yesterday.' (나는 했다/ 축구를/ 일원이와 함께/ 어제) 식으로 하면 된다. 끊기는 주로 은/는에서 끊되 덩어리 밑에 해석을 쓰라는 것이다.

이처럼 영어식으로 정보처리를 하면 된다. 그러므로 영어로 책을 읽을 때도 정독보다는 다독을 권한다. 정보처리 능력은 훈련을 해야 바뀐다. 뇌세포 훈련이 영어 학습의 기본이자 전부라고 강조한다. 영어발음은 파도타기와 같다고 덧붙인다.

특강 후 김 교무의 주례로 법회가 이어졌다. 법회는 '일주일 동안의 자신을 되돌아보자'라는 주제로 학생들의 마음을 살펴보게 했다. 김 교무는 "원 학습코칭은 좋은 강사진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며 "아직은 법회와의 흐름이 미흡해 자연스럽게 묻어나올수 있도록 연마중이다"고 말했다.

원 학습코칭은 매주 토요일, 대상은 중1~고2 학생들이다. 멘토링은 매월 1,3주에 20명에 한정하며, 학습특강은 놀토인 2,4주 오전9~11시에 종로교당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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