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활용 넘어 자신의 개성 표현

▲ 조선혜 작품.
▲ 우정임 작품.
▲ 김명희 작품.
▲ 박주하 작품.
현대인들에게 있어 실내 공간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됐다. 생활환경 중 실내공간은 삶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현대인들은 장식적, 예술적, 기능적 요소들은 물론 시각적 아름다움과 정서적 안정까지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장식물을 요구하게 됐다. 실내 공간은 사회생활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윤택한 안식처일 뿐 아니라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한다.

이러한 실내 공간 활용을 위한 보편적인 것으로 가리개를 들 수 있다. 가리개는 개개인의 공간에 독립심을 갖게 하여 공간심리에 큰 영향을 준다.

〈새국어대사전〉에서는 가리개에 대해 '간(間)과 간(間) 사이를 가로질러 막음, 또는 그 막는 물건으로 실내 공간을 유효적절하게 분리하여 다용도용으로 사용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가리개는 주로 건축의 구조체와 독립되어 가볍게 설치하는 막으로 시각차단, 음 차단, 열 차단 등의 차단 효과가 있다. 심리적으로는 개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준다. 또한 공간을 정리, 정돈하여 보기 싫은 부분을 감출 수 있으며 적절히 실내 공간을 구분하며 동선 유도의 기능을 갖고 있다.

가리개의 변천
가리개의 기원은 분명치 않으나 인류의 주거 생활과 더불어 발달해 왔음을 예측할 수 있다. 기온의 변화에 대처하고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문(門)의 개념과 같이 생겨난 것이 발이라 추측되어 진다.

선사시대의 발은 나뭇가지나 풀 등의 재료로 엮는 방법에 의해 사용됐고 점차 재료의 종류가 다양해 졌다. 삼국사기에서는 발의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방법이 지나치게 화려하고 고급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를 금했다는 사실도 기록되어 있다. 신라시대 때에는 계급에 따라 오두품(五頭品)이상은 수제에 치는 발에 사용되는 비단의 질을 제한함으로써 당시 사치 성향을 줄이고 동시에 신분질서도 바로 잡았다.

그리고 고려시대에는 귀족들의 방마다 호화로운 발이 쳐져 있었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에는 수렴청정이라 하여 왕비가 어린 왕을 대신하여 발을 치고 정사를 관여한 예도 있었다. 우리 전통발의 종류로는 가마발, 주렴, 대발, 모시발, 방장 등이 있다. 한여름에는 대발, 모시발을 이용해 그늘을 만들어 시원하고 운치 있는 생활을 하였고, 겨울에는 솜을 누빈 방장을 이용해 추위를 막았다.

가리개의 역할

가리개의 '가린다'는 폐쇄된 공간을 벽채로 나누지 않고 각 공간의 기능을 부여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서양의 경우 시선을 맞추는 특성에 맞게 가리개도 완전히 투시하는 유리나 아니면 완전 차단의 경우가 많다. 동양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시선을 피하는 문화이기에 발이나 병풍은 방장들처럼 반만 투시하고 반만 가리는 것들이 있다. 이에 따라 가리개가 갖는 효율적 기능은 실내 공간에서 하나의 장식용으로 겸할 수 있고 보기 흉한 부분을 감출 수도 있다. 직접 들어오는 햇빛, 소음, 시각을 차단시켜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방의 분위기를 아늑하게 바꿀 수 있으며 불필요한 내벽처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공간의 성격에 따라 그 역할이 다양하며 완전폐쇄형, 반차단형, 개방형 등이 있다. 반차단형은 음향차단, 열차단, 시각차단 등 독립된 실내의 유지를 위해 눈높이 이상의 패널형 칸막이를 말한다. 개방형 가리개는 칸막이라고 하는 음차단, 열차단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심리적인 시각차단을 통해 실내공간을 구분하여 사용하는 경우이며, 가리개를 따로 설치하지 않고 단순히 가구의 배치로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리개의 분류와 특징
가리개는 과거 한정된 재료에서 벗어나 목재, 금속, 유리, 도자재, 직물 등과 같이 각각의 특유의 재질을 바탕으로 한다. 열기차단용, 시각차단용, 단순한 공간 분할 등에 따른 적절한 재료로 분류되어 진다. 또한 높낮이, 디자인의 형태, 쉽게 움직일 수 있는 부피와 무게 단위 형태로 제작되어 각각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동이 가능한 구조 및 부피와 무게로 가구 밑에 바퀴를 부착하거나 단일형 칸막이나, 연결형 칸막이 연결부분에 경첩을 달아 넓이를 조절한다. 주로 병풍들이 해당된다. 가리개는 이동식 가리개, 개폐형 가리개, 루버형 가리개, 널판형·패널형 가리개, 고정형 가리개로 나눌수 있다.

이동식 가리개는 보기 싫은 부분이나 보여서는 안 될 것을 가린다. 개폐형 가리개는 현대 주택의 내부공간을 기능별로 폐쇄하여 답답하고 좁은 느낌을 주는 것을 지양하고, 공 간을 개방하여 그 속에 여러 가지 기능을 통합시켜 공간의 크기와 때에 따라 여닫고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개폐식으로 좁은 공간에서 넓은 공간까지 부담 없이 쓸 수 있다. 루버형 가리개는 공간을 심리적으로 분리시키고자 하는 실내에 설치할 수 있는 간이 칸막이다. 통풍 및 프라이버시는 지켜지고 시각 차단, 음향 차단, 열기 차단이 전혀 되지 않은 장식적 칸막이다. 널판형 ·패널형 가리개는 건축, 실내 디자인 장식에 사용되는 얇고 넓적한 것을 말한다. 가구형 가리개는 독립된 작업영역을 가구로 구획함으로써 성격을 명확히 하고, 외부의 시선을 차단시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여 업무 능률을 향상시켰다. 고정형 가리개는 건축할 때부터 고정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가리개로 벽체의 기둥이나 문기둥과는 별도로 개방된 공간의 구획을 하기 위해 이용한다.

가리개는 단순히 가리는 것을 떠나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하여 미적 아름다움과 소비자의 편리함, 개성 측면을 중시하며 우리의 실생활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실내공간에서의 활용가치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복잡하고 다양한 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주거공간이나 사무공간은 단순히 생활하는 곳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려는 성향이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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