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48: 원불교 교무님들도 삭발하시나요?

답: 원칙적으로 삭발에 관한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모든 여자 교무님들은 쪽진 머리를 하고 계시지만 수행의 표본으로서 삭발을 하시는 남자 교무님들이 가끔 계십니다. 불교 스님들의 삭발은' 출가 수행자(스님)의 모습'으로서 '세속인'과 다름을 구분 짓고, 또한 '세속적인 번뇌를 단절함'을 의미합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삭발의 이유로 수행자(승려)의 길을 걷겠다는 결의의 의미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원불교에서는 출가와 재가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세속적인 번뇌와 단절을 의미하는 삭발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고 하여 '세속적 욕망의 상징'으로 봅니다. 그래서 삭발은 세속에서 벗어나 구도의 대열에 들어선 출가자의 정신의 상징이고, 청정수행의 의지의 표현인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무님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 무명초를 삭발하는 것이 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삭발하는 것이고 그렇지 안다면 자율적 의사 결정에 맡기고 있는 것입니다.

머리카락을 모두 자르는 종교는 아마도 불교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불교에서 삭발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불교수행자가 되기 위해 출가한다는 말을 "머리를 깎는다"는 표현으로 대신하는 것도 삭발 의식이 불교 수행자의 증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 불교의 수행자들이 삭발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부처님이 출가를 결심하고 마부 찬다카와 작별을 고할 때 "지금 나는 사람들과 더불어 고(苦)에서 해탈할 것을 서원하는 뜻으로 삭발하겠다"고 경전에서 전하고 있지만 부처님을 묘사한 불상이나 불화 어디에도 삭발한 부처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곱슬머리모양(실은 소라모양)의 나발(螺髮)을 하고 계실 뿐입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나발은 부처님이 열반한 후 불상을 조성할 때 일반스님이 중생과 구분 짓는 위대한 선각자의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표현된 하나의 형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이 스님 또는 일반인과 또 다른 모습으로 부처님이 몸에 갖추신 뛰어난 묘상 또는 상호를 '32상 80종호'라고 하는데, 80종호에 속하는 나발도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다겁생에 쌓은 선근과 공덕으로 이 길상(吉相)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에게서 삭발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한양대·중곡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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