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송(松) 정령들이 사는 반야용선의 땅

▲ 강원교구 우인훈련원 전경.
▲ 등산하고 내려오는 관광객.
▲ 구월사로 넘어가는 다리.
▲ 양철지붕과 장작이 이채롭다.
▲ 훈련원 옆 감나무.
하늘을 깨물었더니
비가 내리더라
비를 깨물었더니
내가 젖더라.

정현종 시인의 '하늘을 깨물었더니' 시처럼 7월의 오대산은 하늘 비에 젖어 여행객을 감싼다. 우인(禹因)훈련원은 오대산 자락에 있지만 강원도 강릉시에 속하는 지역이다. 멀리서 강원도를 찾았으니 오대산의 월정사와 상원사를 그냥 갈 수 있으랴. 시간이 촉박하지만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진부IC로 나와 월정사~상원사 비포장 8km를 자동차로 천천히 드라이브 했다. 약속 시간만 여유가 있었다면 걷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 하고 오대산 진고개길이 있는 6번 국도를 따라 목적지로 향했다. 송천계곡을 지나 조금 있으니 우인훈련원의 간판이 보인다. 이곳 삼거리 표지판에 우인훈련원이 2.2km가 남았다고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을 보니 교통의 접근성이 수월했다.

자동차에서 내리니 계곡의 물소리가 시원하다. 걷기 위해 등산화를 동여매는 순간,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빼어난 미모의 소나무들. 그 옆을 흐르는 계곡물이 벌떡 일어나 고함을 치며 달리고, 물 속 바위들이 부딪치면서 내는 '꾸웅'하는 소리가 할 말 못하는 속세의 울음을 대신 하듯 들린다.

시멘트포장된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을 때 쨍한 날씨가 민얼굴로 마주하기에는 부담스런 햇살이 질펀하다. 같은 산이라도 강원도의 산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달콤한 공기의 맛이다. 도시의 공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깨끗함에 여행객의 몸과 마음을 한 순간에 정화시키는 느낌이랄까. 등허리를 적시던 땀방울 마저 도반(道伴)이 되어 작은 메아리에 응답하듯 흘러내린다.

교단의 훈련원이라는 곳은 대체로 계획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오랜 세월 공을 들여 조성한 것이 특징이라면 우인훈련원은 김정상 원장이 사재를 희사해 직접 만든 곳으로 교단 역사의 드문 이력을 소유하고 있는 장소다. 그래서 우산과 인타원(김지성 정토) 법호 첫 글자를 따서 이름지었다. 강릉시 연곡면 퇴곡리 700번지, 2003년부터 이곳을 개척하기 시작해 훈련원의 중심부인 13,223㎡를 복토하고, 석축을 쌓아 올리는 기반공사에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연곡천에 물안개 차오르면 환상적
절반 정도 걸었을까. 먼 산을 향해 '야~호'하고 외치자 메아리가 되어 내 귀에 대고 떨리는 소리로 정겹게 이야기한다. 메아리를 산의 정령(精靈)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지만 산의 울음과 반향(反響)이 바로 메아리다. 우인훈련원이 있는 곳은 도로가 잘 발달된 편으로 곳곳에 개인 휴양시설이 눈에 띈다. 이와함께 작은 마을이 계단식 논과 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시골집 텃밭에 있는 붉은 자두가 여행객의 식욕을 자극하자 이내 입속에 침이 고인다. 집 뒤로 세상의 숲을 모조리 장악한 칡넝쿨의 기세는 여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작은 활엽수를 쉽게 점령해 버린 그 오만 방자한 위세는 오르지 못할 나무가 없는 듯 큰 나무를 향해 돌진하고 있다.

칡넝쿨은 생태 숲의 최대 적이다. 반면에 칡은 한약재로 뿌리는 갈근(葛根), 꽃은 갈화(葛花), 새순은 갈용(葛茸) 등으로 쓰이고, 갈증·발열·구토 및 저린 증상을 없애고 음기(陰氣)를 보충, 해독(解毒)작용을 하는 효능이 있다. 이런 면에서 자연이 스스로 그러하듯이 치유의 기능이 있는 숲은 이런 칡넝쿨마저도 포용해 위대한 생태계를 형성, 인간에게 유익을 준다.

걸어서 올라가는 우인훈련원의 길은 표정이 다양하고 풍부하다. 꼬불꼬불하다가도 직선으로 뻗어있어 지루하지 않고, 암석에 자라는 소나무는 한 폭의 수묵화를 감상하듯 심미적 충만감을 안겨준다. 한마디로 눈 맛이 좋다. 우인훈련원에 이르는 동안 숲과 계곡은 여행객의 어깨와 함께하며 외롭지 않게 한다.

우인훈련원 이정근 교무는 "훈련원이 자리 잡은 든바위골은 일조량이 많아서 눈이 와도 빨리 녹지만 지형적으로 4월까지 눈이 내린다"며 "가장 환상적인 장면은 비가 온 후 물안개가 연곡천 가득 피어오르는 것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우인훈련원의 주변 풍광이 좋다는 의미다.

토굴 기도실·석간수(石間水)·산악자전거
훈련원에 다 닿을 쯤에 만나게 되는 정법종 총본산인 구월사 아치형 다리. 계곡 넘어에 절이 있는 관계로 이렇게 다리를 만들어 길을 냈다. 사실 여기까지 시멘트 도로는 끝이다. 여기서부터 비포장 임도(林道)를 따라 300m 걸어가니 큰 감나무가 인상적인 우인훈련원이 한 눈에 딱 들어온다. 주변에 자귀나무꽃이 한창이고 층층나무, 산초나무, 싸리나무, 큰까치수영, 산딸기가 때를 맞춰 피고 져 조화를 이룬다. 원래 훈련원 자리는 절터였고, 제7안식일교회 터였고, 무당이 신력을 얻는 굿당터로 쓰일 정도로 기운이 성한 곳이다.

뒷산인 만월봉(滿月峰)에 올라보니 훈련원의 지형이 양쪽에 계곡물이 흘러 흡사 반야용선(般若龍船)의 모양이랄까. 풍수지리를 아는 사람은 이곳을 전형적인 음택지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쑥이 왕성하게 자라는 것을 볼 때 음택이지만 양기운이 승한 곳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조량이 상당히 많은 것이 장점이란다.

우인훈련원 옆 작은 폭포가 밤사이 내린 비로 손님을 정겹게 맞는다. 재잘대고 찰랑거린다. 뛰어내리는 모양이 우렁차다. 다채로운 아우성은 산의 정령(精靈)이 말을 거는 듯하다. 물의 살집도 제법 좋다.
우인훈련원에서 3년째 단체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분당교당 교도들은 올해도 역시 훈련원을 통째로 빌려 도반과의 한 여름 밤의 추억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의 자랑은 바위 틈에서 샘솟는 맛좋은 약수가 사시사철 나온다는 것이다. 또한 토굴형태의 기도실은 영단을 모으는 데 일품이며 훈련원 옆의 임도는 산악자전거 타기에 매우 좋은 조건으로 동오대산의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2시간 정도 타면 주문진 항에 도달한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금강송이 훈련원 주변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훈련원에서 바라본 앞 산의 곡선이 와불(臥佛)처럼 보이는 것은 내 마음에 연유한 것일까. 아무튼 훈련과 휴양, 관광이 잘 어우러진 우인훈련원은 동해의 주문진·경포대 해수욕장을 20분이면 갈 수 있고,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소금강은 10km 떨어져 있으니 올 여름에 꼭 훈련원에서 하룻 밤 머물 것을 권하고 싶다.

우인훈련원 연락처 033)662~7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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