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공동체 의식 발휘
암묵적 차별과 위화감 해소
현장과소통

원불교의 출가자를 보통 '전무출신(專務出身)'이라고 부른다. 이와달리 교역자(敎役者)라는 용어는 일반 종교에서 통용되는 보편화된 호칭이다. 〈원불교교헌〉 전무출신규정에 따르면 '전무출신이란 출가 교도로서 정신과 육신을 오로지 교단에 공헌하는 자를 말한다'고 제시되어 있다.

전무출신 제도는 교무, 도무, 덕무 품과를 두어 적성과 희망에 따라 교단에 공헌하도록 했다. 품과별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교무'는 교화를 비롯한 교단의 모든 분야에서 전무하며, '도무'는 교육·행정·자선·연구·기술·의료 등 전문분야에서 전무하고, '덕무'는 근로와 기능 등의 분야에서 전무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어떤 조직을 이끌기 위해서는 제도가 필수적이다. 특정 조직의 이념과 목적은 다양한 제도를 통해서 구현된다. 하지만 제도는 그것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구속함으로써 개인의 자율성을 침해하기도 한다. 제도와 조직만 있고 개인의 성공이 없다면 그 조직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사람을 위해 제도를 만들었지만 제도가 오히려 사람을 구속한다'는 말처럼 자칫 사람을 위한 제도가 선순환 하지 못하면 제도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상황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직된 조직문화는 경쟁에서 낙오될 수 밖에 없고, 제도의 혁신을 체질화하는 유연한 조직은 우월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책연구소의 최정풍 교무는 원불교 재가·출가교역자제도 혁신세미나에서 "전무출신 직종을 나눔에 따라 나타난 전무출신 내부의 위화감 해소가 시급하다"며 "출가 교역자의 경우 현재 교무, 도무, 덕무로 나뉜 제도를 '교무'로 단일화하자"고 제시했다.

이는 품과제도로 발생하는 출가교역자 간의 암묵적 차별 현상을 해소하고 불필요한 박탈감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다. 교역자에 대한 복잡한 정의와 그에 따른 세분화된 품과 및 직책의 구분은 오히려 교단의 통합적 운영을 방해하고 공동체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원광고등학교의 김성길 덕무도 "똑같은 전무출신으로서 출가교역자의 명칭이 통일되어야 한다"며 "법회를 보러 가서 사람들에게 덕무에 대해 설명을 해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제도가 오히려 교역자의 사기 진작과 교화활성화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원불교100년을 앞둔 교단은 다양한 어려움에 봉착했다. 교화의 핵심 주체인 교역자들의 사기저하와 그로 인한 교화의 장기적 침체는 그 단적인 징후다. 수위단사무처 〈분석과 전망〉에서 '전무출신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 '현재 교단의 출가교역자들은 피로누적, 선후진간의 유대감 약화, 교단내 소외집단의 증가와 무관심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출가교역자에 대한 혁신이 뒤따르는 대목이다.

결국 사람이 답이고 인재가 키워드이기에 제도적 측면의 개선과 더불어 출가교역자의 개인적 실력 양성에 고도의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