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는 모든 법의 조종이요, 모든 이치의 바탕이라
"허공이 되면 꽉 차 있는 것이 참 마음이다"
"성리공부를 하다보면 갑자기 공에 빠지게 됩니다"

▲ 박성경 원로교무(오른쪽)와 박성창 교수.
"누군가 내게 '무엇 때문에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영원히 진급되고 영원히 은혜를 입도록 까지 살고 싶다'라고 답할 것이다."
일생에 두 번, 소태산대종사를 친견한 숭타원 박성경(83) 원로교무의 평생 화두이다.

이렇듯 자신을 반조하는 삶으로 일관해 온 박 원로교무를 원광대학병원 영상의학과 박성창(38·약촌교당) 교수가 만나 '어떻게 공부해야 모두 희망을 갖고 행복할 것인가, 제생의세를 실천하는 의사로서 세상을 이롭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나눴다.

- 주변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좋은 직업으로 알고 존경합니다. 그런데 과연 세상에는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이 있는지요?

의사는 병고를 덜어주고 생명을 연장해 주는 것을 본업으로 삼습니다. 그러기 위해 어려운 학업과정을 통해서 성실한 인내와 근면으로 전공분야에서 일가견을 갖추신 분들입니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의사에게 한없는 은혜를 느끼고 진심으로 존경하고 장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오랜 시간을 기다리더라도 그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분을 찾아 진료받기를 원하는 것도 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나 의사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욕심에 끌려 사람을 속이고 이익을 취하는 사람도 간혹 있습니다. 그러므로 의사는 만인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음을 각성하고 본업에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또 성품자리에서 보면 좋은 직업도 나쁜 직업도 없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늘 양심을 회복하여 일을 하면 좋은 직업과 나쁜 직업을 벗어나서 상생과 선연의 길을 갈 수 있습니다.

- 일상생활에서 시시때때로 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접하게 됩니다. 제가 최근에 하는 연구는 주로 동물을 통하여 사람의 질병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사람에게는 유익하나 결국은 살생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고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과학이 발달하면 동물을 살생하지 않고도 질병에 대한 연구를 하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그러나 부득이 살생을 할 경우 동물의 영혼을 천도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종사님과 다람쥐에 관련된 예화를 살펴보면, 대종사님께서 금강산 유점사를 가시는 도중 쉬시는데 어디서 다람쥐 한 마리가 앞에 나와서 재롱을 부렸습니다. 대종사님은 귀여운 마음이 나서 무심히 손에 쥐셨던 돌을 던진 것이 다람쥐에 명중되어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대종사님은 무수히 애석하게 여기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이곳에서 나 오기를 기다렸더냐. 내가 이번 길에 소창하고 모은 정신을 네게 쏟아 너의 영로를 밝혀 주리라"하시고 총부에 오셔서까지 무수히 심고를 드려 천도를 해주셨답니다.

다람쥐가 몸을 벗어나서 진급이 되려면 몇 생을 닦아야 될까요? 아득합니다. 이렇게 성인의 은혜 속에서 몸을 바꾸면 얼마나 다행입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살생을 하지 말아야 하지만 연구를 위한 살생은 개인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고, 전 인류의 생명을 위해 병원 윤리위원회가 정한 규칙에 따라 실험을 하는 것이니 그 동물들이 반드시 진급으로 천도받을 수 있도록 지성으로 기도를 드리는 것이 도리입니다. 그 동물들은 대중을 위해 생명을 바쳤으니 이차인연공덕(以此因緣功德)으로 반드시 진급의 은혜가 함께 할 것입니다.

- 원불교 성리공부를 하다보면 갑자기 공에 빠질때가 생기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원불교인으로 수도하는 삶 속에서 저희는 어떻게 공부하며 살아야 하나요?

성리자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진공묘유인데 정(靜)하면 진공(眞空)이요, 비었으되 빈 병처럼 빈 것이 아니라 진리가 가득 차 있다는 의미입니다.
묘유란 차 있어도 아무렇게나 있는 것이 아니고, 유이비유(有而非有)로 없는 것처럼 있는 것입니다. 이 진리를 잘 연마하여 인격을 원성(圓成)하고 삶 속에서 이상세계를 건설해 갑시다.

대종사님께서는 〈대종경〉 성리품 9장에 "성리는 모든 법의 조종이요, 모든 이치의 바탕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대산종사님께서도 "성리에 토가 떨어져야 크고, 넓고, 밝아서 탐진치가 녹아난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이 허공이 되면 만물이 꽉 차 있는 것입니다. 참 마음입니다. 마음을 비우면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허공같이 텅비고 한가롭고, 맑고, 여유롭습니다. 모든 경계들은 인연에 의해서 왔으니 배려하고 함께하며 넉넉하게 상생상화하며 살아야 합니다. 또 살아가는 동안 공덕을 짓는 한편 종적과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지금 여기서 지금 이 순간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수행이며, 그 수행이 바로 생활인 것입니다.

- 훈련 기간 중 선진님들의 설법을 듣고 도반과 같이 이야기할 때는 그리 행복할 수가 없는데, 일상으로 돌아와 지내다보면 어느 순간 반복적인 삶을 사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항상 훈련기간처럼 사는 방법을 좀 알려주십시오.

대종사님께서는 우리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훈련기간처럼 살 수 있는 방법을 일러 주셨습니다. 신앙과 수행을 한결같이 할 수 있도록 쉬운 길을 안내해주고 계시지요. 먼저 신앙길로는 곳곳이 부처님이니 일마다 불공하라(處處佛像 事事佛供)하셨으며, 수행길로는 언제나 마음공부, 어디나 선방(無時禪 無處禪)이니 한순간도 쉬지말고 정진하라고 간곡히 당부하셨습니다.

경산종법사님께서는 "습관된 나에서 훈련된 나를, 중생의 나에서 부처의 나가 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시방삼계는 우리의 마음입니다.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곧 마음을 쓰는 법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지혜의 극치가 자비와 은혜입니다. 공이 살아있는 불성이니 빛이 속에 있으면 겉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 능력이 자비입니다. 즉 지혜와 자비와 은혜가 세상을 윤택하게 하고 평화롭게 합니다.

부자가 되어서 부자로 죽는 것은 명예롭지 못합니다. 진짜 부자가 되어야지요. 은혜와 사랑이 깃든 일은 영원합니다. 그러므로 습관에 찌든 나에서 훈련된 나로, 중생의 나에서 부처의 나로 변화해야 합니다.

내가 인(因)이요, 타인은 연(緣)입니다. 인이 먼저 바뀌어야 연도 바뀝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급을 하고 은혜를 입도록 까지 정진해야 합니다. 교법으로 마음공부를 하여 자신성업봉찬을 하고, 교화대불공으로 교화사업에 힘써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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