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맞는 건전한 장묘문화 선도

▲ 영모묘원 전경.
교단에서는 그동안 죽음에 대해 대체적으로 화장 또는 매장을 대표적 장묘문화로 여겨왔다. 또 전무출신 열반의 경우, 왕궁 영모묘원에 모시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러나 소태산대종사를 비롯 역대 종법사에 대한 장묘문화는 달랐다. 이는 원기83년(1998) 9월17일에 열반한 대산종사의 경우, 소태산대종사, 정산종사와 마찬가지로 다비식을 거친 후 성해로만 10년이 넘도록 봉안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당시 중앙총부 영모전에 안치되어 있던 대산종사의 성해는 좌산종법사를 비롯한 원로교무, 그리고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단한 의식절차를 마친 후 신조실로 옮겨져 안치(10월9일 오후1시30분)됐다. 당시 좌산종법사는 대산종사의 성해를 미리 준비된 장소에 모신 후 "대산종사를 모시고 있다가 앞으로 교단적 공의가 있게 되면 그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후 대산종사의 성해는 교단적인 논의를 거쳐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에서 성업봉찬 5대지표 핵심과제 보은대불사를 대산종사기념사업으로 정하고 현재 '대산종사성탑 조성'의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본지 1529호 4면 참고). 이렇듯 성탑과 성해는 원불교 장묘문화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장법이 지닌 상장의례로서의 기본적인 의미는 모두 같다고 할 수 있다. 즉 ▷살아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에 대한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죽은 사람의 생전 공덕에 대한 회고이고 ▷죽은 사람의 영혼으로 하여금 안식을 얻게 하고 ▷죽은 사람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기리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면 인간 삶의 마지막 모습을 자연에 의탁하고자 기대하는 사람들의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근원적인 욕망의 표출이 아닐까 싶다.

원창 장례사업부 '천도'에서 18년간 재직한 서정직 교무는 "OECD 국가 중 최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는 게 우리나라다. 부모가 죽어 매장을 해도 이를 관리할 자식의 수가 모자란다. 따라서 호화 분묘를 꾸미는 것이 효도라는 일부의 그릇된 인식부터 고치고 국민정서에 맞는 화장시설의 현대화와 납골당의 증설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일본 동경은 시내 빌딩 사이와 주택가 근처에 묘지가 있고 묘지는 산 자와 죽은 자가 수시로 만나 대화하는 장소이며 공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제 장묘문화는 우리 원불교인이 앞장서서 개척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소태산대종사, 정산종사, 대산종사 등을 다비로 모셨고, 정산종사는 법어 예도편 8장에 화장에 관한 법문을 밝힌 바 있다. 또 일반사회에서도 지도층 인사들이 속속 화장문화를 선도해 가고 있는 중이다.

교단적으로도 시대와 변화에 맞는 건전한 장묘문화의 정착을 위해 호화로운 장례의 번잡함보다는 검소하면서도 격조 높은 새로운 장묘문화를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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