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경·배려심·겸양 배우고 예를 갖춘다

▲ 여자 어린이들이 다도예절에 대해 경청하고 있다.
▲ 남자 어린이들이 양반다리를 하고 다도예절을 익히고 있다.
무더위를 부추기는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움직이기만 해도 이마엔 연신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만다. 한 여름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학을 이용해 생활예절과 다도예절, 전통악기 배우기에 여념이 없는 어린이들이 있다.

7월26일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예절학교를 방문했다. 평소 집에서라면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보며 응석부리고 개구쟁이인 어린이들. 예절학교에서는 어림없는 행동이다.

예절의 의미

여자 어린이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남자 어린이도 한복과 도포, 복건을 쓰고 다소곳이 앉아 예절을 익힌다.

예절(禮節)은 예의범절의 준말로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을 그에 합당한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예의(禮儀)는 남의 인격을 존중하고 경애하는 정신, 공동 생활의 조화와 질서를 보존하고 촉진하는 공동체의 규정이나 관계이다. 범절(凡節)은 모든 일의 순서나 절차를 말한다. 그러므로 예절은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약속 해 놓은 생활 방식을 마음을 다해 상대편에게 갖추어 응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원불교 예전〉에는 예의 근본에 대해 "첫째는 널리 공경함이니 천만 사물을 대할 때에 항상 공경 일념을 잃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매양 겸양함이니 천만 사물을 대할 때에 항상 나를 낮추고 상대편을 높이는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요, 셋째는 계교하지 않음이니 천만 예법을 행할 때에 항상 내가 실례함이 없는가 살피고 상대편의 실례에 계교하지 않는 정신을 가지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전통예절
안동예절학교에서는 주자가례(관·혼·상·제례)에 근거를 둔 전통배례, 공수법, 위계질서 및 호칭법, 한복 바로입기 등 전통문화계승, 인사예절, 기초행동예절, 생활실천예절의 실습을 통해 가정이나 학교에서 실천하도록 익힌다.

예절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최춘남 교사는 "남을 배려함에 교육의 주안점을 둔다"며 "과거에는 자녀들이 많아 형제간 우애하는 마음이 저절로 형성이 되었는데 요즘은 배려심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배려심을 통해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함을 강조한다.

최 교사는 요즘 어린이들의 경향에 대해 "한 두 자녀가 되다보니 소중하게만 생각한 부모들이 어린시기에 가르칠 것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 자기중심적이다"며 "가정에서 부모가 먼저 부부간 예를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줄 때 자녀들도 따라서 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절학교 김행자 원장은 "우리 사회는 황금만능주의와 가치관의 혼란, 자기중심적 사고, 권위와 사랑이 결핍되어 가고 있다"며 "핵가족 시대에 미래 사회를 주도해 나갈 청소년들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바른 품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계기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며 보다 건전한 가치관을 확립해 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전통예절 체험을 통해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 고조와 조상의 얼과 슬기를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사고 전환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생활예절 교실에서는 남·여 절하는 법, 손님 맞이하는 법, 식사예절, 생활인사법 등 기본자세부터 상세히 학습한다.

남은비 어린이(입암초 6년)는 "한복 입는 것과 인사하는 것을 배우니 재미있다"며 "평소 절하는 법을 잘 몰라서 생각대로 대충 했었는데 예절학교에서 절의 의미와 손의 모양 등 확실한 방법을 배워 좋았다. 집에 가서도 부모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잘하겠다"고 말했다.

다도예절과 악기, 서당

생활예절 수업을 마친 어린이들은 다도예절을 배우게 된다.
차 마시는 예절도 삶을 청결히 가다듬는 하나의 방법으로 다식을 만들고 차를 우려내어 손님에게 접대하는 모든 절차를 직접 배우고 익힌다. 그 속에 공경과 사랑을 담아내는 선조들의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마음씨를 체험한다.

어린이들은 차를 우려 낼 때의 예절, 차를 낼 때의 예절을 배우며 예와 차를 함께 마신다는 의미에 주안점을 두고 학습한다.

다도예절을 가르치고 있는 최선자 교사는 "아이들이 처음 학교에 입교할 때는 산만하고 제 각각으로 정신 집중이 어려운데 몇 시간 예절 교육을 한 후에는 행동이 차츰 달라진다"며 "퇴교 시 손을 배 위에 가지런히 모아 인사를 하는 모습은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다"고 말했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최 교사는 "차를 접하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상대방에게 예를 갖춰 배려하는 법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흔히 마시는 것은 물이지만 전통차를 마실 때는 차를 우려 내 준 상대방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과 공경한 자세로 예를 올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지현 어린이(영양초 6년)는 "다도예절이 재미있었다"며 "차 우려내고 다식 만드는 법을 배워 집에 손님이 오면 직접 응접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양음악에 친해진 어린이들에게 전통악기를 통해 우리가락을 익히며 아름다움과 신명을 알게 한다. 한문서당에서는 명심보감, 사자소학, 시조, 속담, 고사성어를 학습하며 선조들이 밝혀준 지혜와 자연에 대한 순응을 익힌다.

요즘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화 하려는 움직임에 전통예절과 다양한 문화가 차츰 되살아나고 있다. 서구 사상의 유입으로 인간관계 역시 평등한 가운데 예절이 강조되고 있다. 또 세계화에 힘입어 예절을 갖추어야 할 대상과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예로부터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동하지 말라'했다. 어른이나 어린이를 막론하고 누구나 예절교육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를 소중히 알고 실천하는 것은 모두를 향상케 하는 아름다운 모습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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