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절 문화 새롭게 부활시킬 수 있어야

▲김덕권 교도 여의도교당·원불교 문인협회 회장

- "창립정신, 법인정신이 살아있으면 그 조직은 백년이고 천년이고 이어집니다."
▲오세웅 교도 의정부교당·원불교 중앙청년회 회장

-"법인절 기간만이라도 그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고 공감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합니다."
▲오세웅 교도 의정부교당·원불교 중앙청년회 회장

-"법인절 기간만이라도 그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고 공감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합니다."
▲오세웅 교도 의정부교당·원불교 중앙청년회 회장

-"법인절 기간만이라도 그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고 공감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합니다."
원불교100년을 맞는 교단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원불교만의 문화를 어떻게 형성해나갈 것인가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등 기성종교는 성탄절과 석가탄신일 등 그들의 교단적 경축일의 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원불교신문〉은 8월 법인의 달을 맞아 교단의 4축2재중 하나인 '법인절 문화 창출 어떻게'라는 주제로 법인절의 다양한 문화를 어떻게, 어떠한 방향으로 형성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 놓는 좌담을 진행했다.

문화란 사회 구성원에 의해 공유되는 지식·신념·행위의 총체라는 점에서 법인절과 직·간접적 관련성이 있거나 또는 각 단체나 분야를 대표하는 출가·재가 교도가 한 자리에 모였으며, 법인절 문화형성의 필요성과 현 상황에 대한 진단, 법인절이 갖는 현대적 의미, 법인절 문화형성의 방향성 등을 들어봤다. 원불교문인협회 김덕권 회장, 영산사무소 오광선 교무, 교화훈련부 이순주 교무, 원불교중앙청년회 오세웅 회장이 5일 서울회관 회의실에서 만났다.

오광선= 예로부터 창립정신이 살아있는 조직은 그 끝이 한량없을 것이고 창립정신이 죽어있는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교단이 이 법인기도를 통해 법계로부터 인증을 받게 되었는데 창립정신의 핵심이 바로 법인기도에 들어있습니다.

단순히 기도를 정성스럽게 했다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내용으로 기도를 했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교법적으로 봤을 때도 핵심은 4대강령이며 그 중에서도 다시 무아봉공으로 집약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교법의 중추가 법인기도를 통해 형성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법인기도 내용에 우리의 목표와 실천해야할 방향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법인절을 맞이하고 그 문화를 형성해나가는 데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법인절 문화는 일선교당에서는 법인절 특별기도 하는 정도와 더불어 법인절 당일에 기도와 기념식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영광교구에서는 영산성지가 가까이 있는 관계로 출가교화단 차원에서 매년 10일 단위로 구인봉 기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 교구 내지 지구단위에서도 법인절 합동기도와 법인정신을 사회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김덕권=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창립정신, 법인정신이 살아있으면 그 조직은 백년이고 천년이고 이어집니다.
얼마 전 어느 시골교당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10여년 전만해도 청운회가 창립되고 여성회와 봉공회를 잇달아 창립하면서 교화가 활성화됐는데 불과 10년이 지난 오늘날 7,8명만 법회를 보고 있습니다. 원인이 어디있을까요? 저는 그 원인이 창립정신이 희미해진 데 있다고 봅니다. 사무여한과 무아봉공의 정신이 희미해지면서 소통이 단절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재가와 재가, 재가와 출가, 출가와 출가 사이에 소통의 통로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소통이 살아나야 법인정신이 살아납니다.

이순주= 원불교의 4축2재중에서 법인절의 위치는 다른 경축일에 비해 크게 두드러진 이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원불교의 95년 된 역사 속에서 아직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교단에서는 대각개교절에 큰 의미를 두고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각개교절에 큰 의미를 두는 만큼 법인절도 그에 견줄만한 경축절이 되기는 합니다. 그런데 법인절은 기도가 중심이 되고 정적인 면이 강조되다 보니 문화적인 면이 접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지금 영산성지에서 법인기도를 7회째 하고 있는데 이 기도도 기존의 교단 내부적인 기도로 출발했지만 7회째 하고 있는 현재의 기도는 '성자의 혼을 체받는다'는 주제 아래 이웃과 세상을 위한 대사회적인 기도, 초창기 법인정신을 살린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무더울 때 진행되기는 하지만 교당의 참여도 역시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서원을 세워 기도에 참여하는 교도님들도 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볼 때 법인절이 앞으로 교단의 경축문화행사로써 크게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됩니다.

오세웅= 우리 교화가 살아나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교법정신이나 창립정신이 살아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데 공감합니다.

대종사님께서 대각을 이루시고 혈인을 통해 법계인증을 받아 회상을 시작하셨습니다. 법인절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도라는 의미라기보다는 기도는 하나의 수단이고 기도를 통해 무엇을 이루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기도를 통해 이룬 것은 무엇인가? 대종사님께서는 기도를 통해 '부활'을 이루셨습니다. 기독교의 부활이 육신의 부활인데 반해 육신을 버림으로써 영적인 마음의 부활로 새로 태어나게 한 것입니다.

때문에 입교를 하면 부활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영산성지에 모여 기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정신을 살려내고 마음의 부활을 이끌어 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법인절과 관련된 학술대회라든지 문화공연 등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오광선= 맞습니다. 법인절은 말 그대로 법계의 인증을 받은 날을 기념해 제정된 날 아닙니까? 그러면 우리가 무엇으로 법계의 인증을 받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기도를 했다는 것이 중요하고 나와 내 가족의 울을 넘어서 널리 세계 인류를 구원하고자 하는 기도를 벌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뒤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단을 위해 기도를 하는 것이 곧 세상을 위한 기도가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너무 교단주의에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러한 고민들을 담아 전 교단적으로 지정한 날짜에 기도를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교단적 분위기도 그렇게 형성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덕권= 몇 년 전 영산성지에서 진행되는 법인기도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삼밭재에서 철야기도를 하는데 참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 기도가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그곳까지 갈 수 있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 한 교도가 법인절 기도에 맞춰 향후 10년간 문화행사를 진행하겠다고 공언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3년만에 끝나고 말았습니다. 호응도가 낮고 기운이 안 모이니 맥이 풀리는 것입니다. 영산에서 법인기도를 7회째 하고 있는데 적어도 그 정도의 문화행사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제부터라도 원불교만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능력있는 교도들에게 조금만 지원을 해줘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실정입니다.

이순주= 문화라는 것이 교법정신을 바탕한 대사회적 운동을 원불교에서 할 수 있는 법인절 행사 중 하나라고 봅니다. 우리는 아직까지 교단 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성숙이 안 되다 보니 밖으로 내보일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다른 종단에서 부활절 사순절을 기념해서 이벤트나 행사가 만들어지듯 우리도 법인절을 내세워 8월 중 세미나, 발표회 등 문화행사를 열 수 있습니다. 이번 대각개교절에 보니 예술인협회에서 꽃꽂이협회는 꽃꽂이를 하고 문인협회는 시화전을 하는 각 단체가 문화행사를 진행하니 행사 자체가 다양하고 다채로워졌습니다.

법인절에서도 교단 내에서는 기도도 하지만 외적으로는 사회와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행사들을 많이 만들어 낸다면 충분히 법인절도 교단 내적 행사뿐 아니라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들도 많이 발견될 것입니다.

오세웅= 그런데 이와 관련해 교리나 교사적 학습이나 교육이 너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사실 법인절 기간만이라도 그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알고 공감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고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순주= 지금 우리는 입교를 하면 법명을 주지만 대종사님은 당시에 기도가 끝난 후에 법명을 주셨습니다. 8월 법인절을 기념해서 법회시간에 자기 법명에 대한 재해석을 위한 강연회라든지 감상담을 발표하는 것도 법인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김덕권= 천주교나 기독교에서는 부활절에 달걀을 주는데 이것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이 됐습니다. 전북교구에서는 덕진공원에서 풍등제를 했습니다. 여름이니까 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자신의 서원을 써서 하늘로 올리니 일반 시민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오광선= 이와 함께 법인절의 의미를 잘 살리고 법인절을 상징화 할 수 있는 방법들도 찾아봐야 합니다. 법인정신의 핵심인 생명나눔과 무아봉공이라는 차원에서 헌혈을 장려한다면 이러한 의미를 보다 쉽게 전달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오세웅= 그동안 4축2재를 위한 기도비를 내면 대부분이 교당이나 교단을 위해 사용됐습니다. 앞서 언급됐던 결국 이런 기도와 정성이 교단 안을 향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도비를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은혜의 손길을 내미는 활동들, 세계에 봉사할 수 있고 세계와 연계할 수 있는 활동들에 사용한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김덕권= 결국 우리 교단이 앞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제2의 혈인성사가 나와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과 정성이 뭉쳐 법인정신이 더욱 밝게 드러나고 원불교 문화창달에 기여하기를 기원해봅니다.

사진 육관응 yuk@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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