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 음식이 곧 약입니다 "

▲ 식재료들은 친환경 농산물과 제철음식을 사용한다.
▲ 함정희 대표.
추억을 만들어 주는 곳이 있다. 음식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듬뿍 담겨 있다. 한마디로 시골밥상이다. 어머니 손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한 상 차려진 음식마다 각각의 질감과 향이 넘쳐난다. 먹을거리를 통해 사람과 자연을 연결시켜 주고 있다.
이는 국산콩 사랑으로 똘똘 뭉친 함정희(58) 대표가 운영하는 '함씨네 밥상'을 두고 한 말이다.

그는 전주 수목원 근처에 있는 덕진구 반월동에서 음식점을 열게 된 동기를 설명한다.

"음식점을 시작한지 1년 됐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콩 음식을 즐겨먹었던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윤추구보다는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순수한 자연 음식과 제철 음식을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거든요."

마늘 청국장환으로 신지식 농업인장을 받은 그의 말은 간단하지만 의미가 있다. 그는 손님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위해 늘 최선을 다한다. 이로인해 손님들이 늘 붐빈다.

오전11시30∼오후2시30분까지 진행되는 점심시간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저녁은 오후 5시30∼8시30분. 식재료에 비해 가격은 높지 않다. 대인 15,000원, 소인(초등) 5,000원이다. 어르신 동반(65세)일행, 외국인 다문화 가족 일행, 10인 이상 단체모임에는 20%의 할인 가격이 적용된다. 그의 마음씀이 읽혀진다.

"여기에 있는 음식들은 제가 평소 해 먹던 음식들입니다. 어쩌면 이런 음식 먹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전에는 이런게 음식 취급을 받지 못했지요. 손님들이 집밥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음식을 먹고 있어요. 속이 편안하다고 말합니다. 이런 음식을 먹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런만큼 그는 음식에 인위적인 화학첨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게 한다. 천연 그대로의 맛을 유지하면서 음식을 만든다. 손님들이 일시적으로 포만감을 느끼지만 자고 일어나면 몸이 부대끼지 않는 이유다.

"음식의 본맛을 살리기 위해 양념을 약하게 합니다. 손님들의 건강을 최대로 지키기 위해서 입니다. 건강은 음식을 통해서 옵니다. 그러므로 먹을 거리가 가장 중요합니다."
▲ 검정보리밥.
▲ 현미찰밥.

그의 이야기를 듣다 벽면을 살펴보았다.
'함씨네 밥상은 친환경, 국산, 직접 담은 장을 재료로 사용하여 정성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는 문구다. 이를 위해 식재료인 콩, 고추, 깨, 천일염, 채소 등에 이르기까지 사용 약속을 철저히 지킨다.

건물 뒤쪽에 가지런히 자리잡은 간장, 된장, 멸치젓, 새우젓을 담은 항아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그의 의지가 느껴진다. 이것은 약식동원(藥食同原)의 원리를 아는 그의 철학이다. 그에게 있어서 모든 음식이 곧 약인 셈이다.

약식동원의 신념으로 몸에 유익한 식재료들을 사용하며 건강밥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약식동원의 뜻만 알아도 훌륭한 사람입니다. 자연적인 것보다 인위적인 것을 먹으니 몸에 고장이 납니다. 몸이 자연인 셈입니다. 암(癌)은 병든 음식을 산처럼 먹었을 때 생깁니다. 약만 가지고는 병을 고치기 힘듭니다. 병든 음식을 안 먹어야 암이 낫습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들이 더 싱그럽게 느껴진다. 맛깔스럽게 보인다.

개인밥상에 놓인 접시 위에 음식을 조금씩 담아 본다. 가짓수가 많기도 하다.

김장김치, 새로 담은 김치, 열무 물김치, 진 콩나물, 계란찜, 검정보리밥, 우리밀 국수, 현미찰밥, 구운 생김, 조기, 새우젓, 멸치젓, 호박나물, 부추전, 호박잎, 다시마, 모싯잎 송편, 국산깨, 호박죽, 황태 순두부탕, 고추장, 간장, 청국장, 생 청국장, 청국장찌개, 양념 된장, 생 된장, 두부 등이다.

그는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에 대한 설명도 아끼지 않았다. 많은 설명 중 몇 가지만 기억에 남는다. "열무물김치는 배, 사과를 넣어 단맛을 내고 죽염이나 굵은 소금을 씁니다. 멸치젓과 새우젓은 3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담습니다. 생 된장은 손님들이 좋아하지요. 다시마와 두부를 같이 먹으면 좋아요. 많이 드세요."
▲ 유기농 상품을 판매하는 코너에는 특허및 인증서와 각종 상장이 걸려있다.

▲ 숙성되고 있는 간장, 된장, 고추장, 젓갈 항아리 .


그의 자상한 배려에도 많이 먹을 수 없었다. 손님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듯 잔반을 방지하기 위해 써 놓은 문구가 있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숨어 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땀이 스며 있습니다. 음식을 귀히 여기는 마음이 하늘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매일 버려지는 음식, 잔반 없이 드시면 고맙겠습니다.'

"처음에 오시는 손님들은 유념을 잘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오면 버리는 사람이 없습니다. 손님들 스스로 아는 것이지요. 먹을 수 있는 만큼만 가져가니 환경에도 좋습니다." 그는 음식 재료 뿐 아니라 그릇에도 신경을 쓴다. 스테인리스, 사기, 천연유약을 사용한 옹기 그릇을 쓴다. 그 많고 많은 그릇 중에 플라스틱 그릇이 없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몸에 해가 되는 것을 최대한 피합니다. 뜨거운 음식을 만들때 플라스틱 그릇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담는 그릇은 정말 중요합니다. 맛을 살아나게 합니다. 음식도 상하지 않아요. 건강과 직결됩니다."

그는 음식을 소중히 생각하는 만큼 종업원들을 섬긴다. 종업원들에게 새로운 음식, 좋은 음식을 먼저 대접한다. 종업원을 섬기니 결국 종업원들이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한다는 원리다. 이런 그의 신념은 종업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는 자연을 전해주는 에너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음식점을 나오다 둥근 모자가 트레이드 마크인 그의 웃음진 둥그런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본다.

콩 제품 연구에 심혈을 쏟고 있는 그에게 '콩처럼 생겼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찾아 오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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