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의 심사·심우·심인이었소

인타원 영가시여~! 이제 정녕 떠나시나이까? 벌써 당신의 열반 후 49일 종재를 맞았나이다.

오늘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동안에 가졌던 애착과 탐착과 원착(怨着)을 모두 놓고 청정일념(淸淨一念)에 귀의하여 모든 업장을 소멸하고 마음의 자유를 얻어 새로운 인연을 찾아 나서는 것임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은 어떤 인연을 찾고자 합니까? 법연의 끈을 단단히 잡아 이 회상에 다시 오시어 일원대도의 공부와 사업에 대불과(大佛果)를 얻을 수 있기를 발원하며 그런 선연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인타원! 이제 당신과 함께 했던 50년 인연도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순간입니다.회상컨데 우리의 50년은 대체로 매우 아름답고 행복한 인연이었지만, 결코 모든 것이 순탄치 만은 않은 인생 역정이었습니다.

우리는 해로움에서 은혜를 낳는 은생어해(恩生於害)와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자세와 심법으로 살기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 속에서 역경과 고통은 또 다른 희망의 씨앗으로 삼았으며, 고와 낙에 크게 묶이지 않고 마음의 자유와 행복을 얻어 나가는 공부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런 삶의 모습에서 당신은 의연하고 당당했으며, 거짓되지 않고 사리(私利)만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옳은 길이고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를 대종사님 교법을 통해 분명히 알고 이를 지켜나갔습니다. 특히 당신은 삶의 역경과 여러 병고(病苦)의 고통을 즐거이 수용하며 대범하게 살았습니다. 당신은 모두를 잘 이겨냈습니다. 희생과 봉사의 정신으로 이를 실천한 일생이었습니다.

교단은 사후(死後)에 당신에게 정식 법강항마위(法强降魔位)의 법위수여로 이를 증명해 주셨습니다. 당신을 알고 있는 교단의 스승님들과 재가출가의 모든 분들, 집안 친척들과 당신의 친구 등 모든 인연들이 당신의 열반을 진정으로 애석해하며 잘 살았다고 칭송하고 있으니 당신은 잘 살고 간 것이 분명합니다.

인타원! 나는 당신에게 발인식 고사(告辭)와 교당 추모법회에서 행한 추모담을 통하여 당신의 인간됨과 삶의 모습의 일부분을 당신의 허락도 없이 드러냈습니다. 당신은 비록 갑자기 떠나가기는 했지만, 많은 스승님들과 법 동지들과 일가친척 그리고 가족의 사랑과 축원을 흠뻑 받으며 행복하게 떠났습니다. 아마 이것도 평소에 당신이 지어놓은 복을 받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이런 사랑과 축원 속에서 당신이 해야 할 일만이 남았습니다.

생사해탈, 이것 멋지게 해 봅시다. 그동안 불생불멸의 진리와 인과보응의 이치를 비롯하여 수많은 생사해탈 법문을 받들었으니 이제 실천만 남은 것 같습니다. 나와 우리 모두는 그런 당신을 믿고 안심하고 보내드립니다.

인타원! 당신은 떠나면서 몇 가지 아쉬움과 미진함이 있을 줄 압니다.

9월 출산을 3개월 앞 두고 손녀를 안아보지 못하고, 또 이 아이를 키워주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감이요, 석진과 석원 두 자녀의 성혼(成婚)을 시키지 못함이요, 당신이 그토록 사랑을 준 나에게 노후를 보살펴 주지 못함이요,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을 5년 앞두고 이 성업의 여러 사업과 행사를 참관하지 못하고 떠나감 등등의 일입니다.

나도 이를 매우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인타원! 이제 정말 모두를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훌훌히 잘 가기 바랍니다.
당신이 입원하여 3일 만에 그렇게 홀연히 떠나감도 진리의 또 다른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시다.

나도 이제부터서는 당신 덕택에 보이지 않는 진리세계를 찾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해탈의 공부에 열중하려합니다.

인타원! 오직 서원일념(誓願一念)만을 잘 챙기고, 모두를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잘 가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내생에는 더 좋은 복전(福田)을 만나 금생에 못다 이룬 대업(大業)을 성취하시기를 바랍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두 가지 단어는 사랑과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과 나는 50년을 소태산대종사님과 일원대도 교법과 우리 회상을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서로 사랑했습니다. 사랑하면 행복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이를 당신도 전적으로 동감하리라고 확신합니다.

인타원! 당신이 있어 나는 행복했습니다. 사랑하고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당신은 나의 심사(心師)요, 심우(心友)요, 심인(心人)이었습니다. 우리가 비록 육신은 헤어졌지만, 마음 달은 서로 비추는 심월상조(心月相照) 합시다. 당신의 영원한 행복을 빕니다.

원기 95년 8월 8일 종재식에서

윤광준(을중)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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