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부처님 우리대종사!

▲ 황상운 그림
중빈에게 친 동생처럼 변함없이 도와주던 김성섭이 제일 먼저 찾아온다. 이어서 그림자처럼 곁에서 도와주던 아낙도 찾아온다.

"지난 날의 의심들이 대낮 같이 밝아지셨소. 내가 한문을 좀 배웠기로 자네의 큰 깨침에 비교되겠는가? 이제는 자네에게서 배워야겠네."

"아이고, 어르신 천지신명께서 소원을 들어주셨어요."
중빈에게는 이 두 사람의 은혜가 한없이 고마웠다.

'나의 깨침은 은혜로 이루어졌다. 하늘과 땅의 은혜가 그 첫째요. 나를 낳고 길러준 부모가 둘째며, 성섭과 저 아낙과 이 세상 모든 인연들이 셋째다. 그리고 세상을 평화롭게 유지시켜주는 법률이 넷째로다!'

그는 기뻐하는 가족들을 보면서 더욱 은혜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다.
"네가 내 아들이냐? 그리고 넌 큰 딸…."

노모와 양씨부인, 돌 지난 아들과 딸이 바르게 보인다. 가족의 소중함이 보인 것이다.
중빈의 바쁜 생활이 시작된다.

먼저 고유의 신앙과 유교, 도교, 불교등 성현들의 가르침에 눈을 돌린다.

"성경 좀 빌려주시오. 기독교의 진리를 알고 싶소. 사서삼경을 빌려주시오. 유교의 진리를 알고 싶소. 금강경을 빌려 오시오.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알고 싶소."

오랜 세월 홀로 구도에 전념한 박중빈은 무엇부터 손을 댈지가 막막하다. 외세를 물리치기 위해 세운 동학이 다가왔고, 민족 고유의 바탕으로 일어난 증산교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 이 깨침, 이 진리. 조목조목 짚어 보니 버릴 것 하나 없네.'

공자님의 도덕과 인의 사상, 예수님의 사랑, 석가모니님의 자비 정신이 중빈의 깨우침, 일원사상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중빈을 감탄시킨 것은 부처님의 마음작용, 금강경이다.

'금강은 내 마음에 갊아 있는 자성의 바탕이로다! 또 반야는 자성광명이 아니겠는가!' 불갑사에서 구해온 금강경을 읽어 내려가던 중빈이 무릎을 탁치며 올린 탄성이다.

'만민을 구원한다는 종교들이 서로 다툰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모든 종교의 뿌리는 둥그런 울타리 안에 받아들여 불교의 참 정신으로 엮어서 새롭게 펴나가야겠다' 는 그의 다짐은 금강석보다 더 단단하다.

그를 낳은 영광은 불법의 성스러운 자취가 서린 곳이다. 불교를 처음전한 '마라난타'존자가 첫발을 디딘 법성(法聖)포가 법의 성지고 그가 읽은 금강경도 불갑사의 것이다.

깨달음을 얻은 노루목은 법성포에서 구수산 밑까지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 들어와 포구에 올라서면 바로 닿게 되는 해와 달과 별이 머무는 성스러운 곳이다.

스물여섯 한 젊은이가 부름을 받아
새롭게 태어난 소망의 땅이요. 일깨움의 땅이다.

먼동이 터 오르는 봄날의 이른 아침 우렁찬 소리에
하늘이 열렸어라. 만유가 한 체성 만법이 한 근원
두렷이 깨치었네. 새 부처님 우리대종사.
기쁘다 대각하셨네. 새 회상 열으셨네. 기리세 대종사님!

노루목 대각의 만고일월(萬古日月)
온 세상 구원의 빛이 퍼져나가도다.
새 부처님 우리대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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