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오토바이〉

▲ 조두진 장편소설 / 예담 · 값10,000원
오랜만에 읽어 본 장편소설이다. 조두진의 장편소설 〈아버지의 오토바이〉는 처자식을 먹이고 입히느라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바치며 살아온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이다.

역사소설 〈능소화〉와 〈유이화〉를 통해 안타까운 사랑과 절절한 가족애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전해 준 작가 조두진이 〈아버지의 오토바이〉에서 1960년대와 1970년대, 1980년대를 지나온 한 집안의 가족사를 통해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는 남편들과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제 좋은 일, 제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무책임한 강자가 되기보다책임을 아는 약자로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삶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가족애를 돌아보게 한다. 사소한 말과 행동만으로도 우리삶이 얼마나 넉넉해질 수 있는지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아버지에게는 정신지체의 큰 아들과 똑똑한 둘째 아들이 있다.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이 조금 귀찮고 거쳐야 하는 절차로만 여겨진다. 아버지는 관심 밖이었다. 원망과 포기의 대상으로 멀기만한 존재였다.

이 소설은 1970~80년대 산업화가 한참 이루어질 때 자신의 가족을 위해 온갖 궂은 일도 마다않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오직 가족과 아들의 행복이 전부인 사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이 '처 자식이 배 곯는 것이요'라고 대답하는 내용에서 우리들의 아버지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소설 속 아버지는 악착같이 돈을 번다. 도박장에 사채에 윤락 등등…. 그런 아버지는 세상에 암적인 존재였고, 남에게 부끄러운 아버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작가는 강조한다. "다른 사람 모두가 네 아버지를 손가락질하고 욕하더라도, 너 자신만은 아버지를 위해 오열하고 통곡하고 눈물 흘리고, 보듬어 줘야 하는 거라고. 네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한게 네 아버지이고, 네가 이렇게 먹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버지 때문이야."

"그가 자신의 인생을 걸고 모험을 하지 않은 것은 남자답지 못한 게 아니라 아버지다웠기 때문이야. 아버지이기 때문에 모든 걸 걸 수 없고, 보다 안전하고 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만 생각한거야."

마지막 가는 길까지 아이들에게 누가 될까 염려하는 아버지. 항상 돈을 벌어야하기 때문에 가족과 멀어지기만 하는 아버지를 우리들에게 보다 사실적이며, 심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매일 늦은 귀가를 하는 이 시대의 아버지, 아버지의 빈자리를 원망하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고단한 이 땅의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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