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먼저 기부문화에 나서야 한다"

▲ 기부하는 모습.
▲ 기부금 마련을 위한 봉사활동.

최근 국내외적으로 다양한 기부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다. 기부문화의 교단적 관심과 촉구를 위해 모금활동 전문가 양성, 국제구호 사업의 현주소를 알아보고자 한다.

기부서약운동

최근 세계최고 부자인 빌 게이츠와 워렌버핏이 미국의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는 '기부서약'운동을 벌이고 있다. 포보스(Forbes)400이라는 목록에 있는 억만장자들을 접촉해서 6개월만에 40명이 호응하여 1500억 달러(175억원)를 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두 사람은 이 운동을 전세계로 확산시키기 위해 중국, 인도의 부자들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버클리대의 폴 피프 교수가 한 실험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보다 기부를 더 많이 한다는 심리적인 현상이 있다고 한다. 그 이유를 피프 교수는 빈자들 사이에서의 인정에서 찾았다.

사실 미국은 종교적인 이유를 포함하여 초창기부터 기부문화가 발달했다. 다만 기업인들의 기부는 사회적인 압력에 의한 요소가 많다. 미국의 기부행위는 두 번의 티핑 포인트가 있었다. 석유왕 존 D. 록펠러와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 등이 사회적 압력에 떠밀려 거액을 기부했던 20세기 초반이 1차 티핑 포인트였고 지금 워랜 버핏 등의 자발적 기부가 2차 티핑 포인트이다.

부호들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엄청난 과소비를 즐겼던 1870~1900년까지를 미국 역사가들은 도금시대(Gilded Age)라고 부른다. 철도 부호 반더빌트 가문이 프랑스의 고성을 뉴욕 맨하탄으로 통째로 옮겨와 과시형 소비를 일삼았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1877년 총파업으로 200여명의 노동자가 숨지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계급갈등의 공포가 전 미국에 확산되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도덕적으로도 머크레이커(Muckraker) 혹은 '추문폭로꾼' 등으로 표현되는 언론인들의 활약으로 이들의 추악한 면이 드러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길이 바로 '기부'다. 록펠러는 이전에도 적지 않은 돈을 기부했지만, 이후 미국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구 퍼주기' 시작한다. 또한 미국 정부는 소득세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의 활동도 작금의 양극화 확대 상황에서의 대응으로 분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업과 기업인, 개인이 다른 우리나라 기부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몇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기업의 기부와 기업인 개인의 기부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국내 기업의 기부금 규모는 해외 주요기업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또 기부금 총액에서도 기업의 기부금은 우리나라 전체의 법정모금기관 기부금 총액의 60%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다. 또한 월마트, 포드 등 다른나라의 기업들과 비교해도 큰차이가 없다.

하지만 기업인 개인들의 기부는 찾아보기 힘들다. 삼성과 현대가 불법적 활동 때문에 사회적 지탄을 받자 사회에 재산 일부를 환원한다고 내놓은 돈 말고는 대규모의 기부는 찾아보기 힘들다.

참고로 한국지방재정학회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연소득 6000~8000만원대 기부액은 소득 1000원당 20.1원인데, 2~3억원계층은 18.8원, 3억원초과계층은 16.4원으로 소득대비 기부금은 상위층으로 올라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둘째, 기업기부에서 점차 개인기부로 주체가 바뀌고 있다. 국세청 자료를 기준으로 한다면 2008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 기부금은 8조9100억원이며 그 중 4조1400억 원을 근로소득자가 냈다고 한다. 이는 기업의 37%와 자영업자 등이 내는 종합소득세 신고자의 15%가 기부했다고 한다.

이렇게 된 데는 2000년도부터 개인기부금에 대한 공제한도를 최고 100%까지 높이는 등 제도를 개선했기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국한되어 있는 법정모금단체 지정을 확대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기부금의 87%가 기업의 모금이고 일반모금기관에서는 14~50%정도여서 기업들이 세제혜택이 높은 공동모금회에만 기부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셋째, 종교기관에 대한 기부가 가장 많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부현황을 보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2.8%이며, 이중 종교기부가 36.5%이다. 사실 어느나라나 전통적으로 종교에 기부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에도 1980년대에는 종교에 기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갔었고, 최근에는 비중이 감소하여 36%정도로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가장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종교활동을 위한 기부도 일반기부로 인정하고 있어서 기부통계가 부풀려져 있다고 볼수 있다. 다만 최근 각국의 기부형태가 다양화 되고 있는 것도 공통된 현상이다.

기부문화 발전과 종교

그렇다면 기부문화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첫째, 기업인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압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기부는 현재 수준으로도 결코 적지않을 뿐 아니라, 기부로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바람직 하지않다. 그들은 보다 더큰 규모의 역할 즉 세금을 냄으로써 국가차원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다르다. 부의 세습은 물론이고, 개인들의 기부에 끼치는 영향까지 고려한다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스스로 착해지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각종 세제개혁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2000년 세제개편으로 법인기부와 개인기부가 7대3에서 4대6으로 역전되었다. 지금 지표상으로는 GDP대비 개인기부금 비중은 평균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기업인들의 기부가 그만큼 적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따라서 개인기부에 대해 더 많은 혜택을 주어야 한다. 기업의 기부금 확대는 기업성장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방향은 개인기부를 최대한 활성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셋째, 종교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 적지않은 종교들이 기부에 대해 종교활동에 대한 기부로만 받아들이고 있어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비록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기부문화가 성숙되지않은 상황에서 종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세상의 소금 역할을 하는 종교가 기부문화에서도 소금의 역할을 해야한다.

▲ 정창수 좋은예산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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