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개펄을 보시오! 수 만평의 옥토로 바꾸리다

▲ 황상운 그림
"세상에 태어나 보람 없이 살다 가면 허무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장항대각을 이룬 박중빈이 김성섭을 찾아가 묻는다.

"그대가 도를 얻은 것은 만민이 기뻐할 일이네. 마땅히 뜻을 펴서 만민을 구제하는 일에 나서주기 바라네."
대각을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준 김성섭이다.

"나는 이름 있는 집안의 자손도 아니요 재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배운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나를 믿으려 할까요?"

"그대가 20년 동안 홀로 공부하여 진리를 깨친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세. 나라가 이렇게 어지러울 때 만민을 위해 훌륭한 일을 할 사람은 자네뿐일세."
김성섭은 이렇게 말하면서 힘껏 도와 줄 것을 약속한다.

"형님의 도움이 태산 같은데, 나는 무엇으로 갚아드리죠?"
"그렇다면 내 청을 하나 들어 주겠나?"
"청이라뇨?"
뜻밖의 말이라서 중빈이 어리둥절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 대의 제자가 되기 위해 찾아오거든 나도 함께 거두어 두게. 그대에게 진리를 배우고 싶네."
"형님의 깊으신 뜻을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손을 굳게 잡는다.

김성섭이 중빈의 첫 번째 제자가 된다. 근방에서 제일가는 한학자요. 재산도 나이도 많은 형님이 제자가 됐다는 소문이 재빠르게 퍼져 나간다.

이어서 탈이섬 장사로 나갈 때 도와주던 이인명이 찾아오고 장에 나갔다가 '세상을 구할 스승이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이재풍이 온다 어느새 제자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40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그들 중에는 박중빈이 병을 고쳐준다던지 재물을 얻게 하는 등 신통력을 바라보고 오는 사람도 눈에 띈다.
중빈은 이들 중에서 진실되고 믿을 만한 여덟 사람을 챙긴다.

"그대들이 나를 따르는 것이 무슨 일을 하기 위함인지 말해 보시오."
"스승님께 법도를 배워 만민에게 널리 펴기를 원합니다."
"그대들이 원하는 일은 하늘이 지켜볼 것이오. 도중에 마음 변하지 말고 공부해주기 바라겠소."
여덟 제자가 굳게 다짐한다.

스승이 된 박중빈은 모임의 짜임새를 갖추기 위해 열사람이 모여 앉도록 하고 중앙 한자리를 비운다.
그 자리가 2년 후 경상도 성주에서 스승 찾아 나선 송도군의 자리다.

큰 깨침을 배우는 9인 제자의 이름은 김성섭, 김성구(친구), 박한석(동생), 유성국(외삼촌), 박경문(조카), 이인명(친구), 오재겸(친구), 이재풍(오재겸 인도), 송도군(정산)이다.

이들 스승과 아홉 제자 아홉 사람이 한 마음이 되어 회상 건립의 주춧돌을 놓는다.
먼저 정관평 방언공사를 시작한다.

원기3년(1918·무오戊午) 3월이다.
"저 개펄을 보시오 저 수만 평의 개펄을 옥토로 만들 것이오."
"아, 어떻게 그 큰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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