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 어르신 가족과도 한가족, 훈훈함 가득

▲ 점심 시간 후 어르신들이 흥겨운 노래를 하며 활력을 찾고 있다. 이때 직원들의 춤도 함께한다.
▲ 안성 보은의집과 안성교당(뒷 건물) 전경
안성시내 주택가에 위치한 안성교당과 안성보은의 집. 입구 텃밭엔 줄 콩이 주렁주렁 열렸다. 호박, 옥수수, 고추 등 각종 채소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마치 교당과 보은의집의 푸르른 미래를 보는 듯 했다.

훈훈한 생일잔치

8월26일, 입소자 이종선(82) 어르신이 생일을 맞았다. 새벽부터 출근해 생일상을 마련하는 최봉덕 조리사. 입소자 가족들이 외부에서 점심을 시켜 준다고 하지만 보은의집에서는 정중히 거절한다. 간호사로 근무하는 최현지 정토는 "부모님께 드릴 생신상인데 정성이 빠지면 안된다"며 조리사와 함께 바쁘게 상을 차린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이종선 어르신 가족들이 하나 둘 도착했다. 막내딸 이영미(43) 씨는 "다른 시설에도 아버지를 모셔 보았으나 적응이 어려웠다"며 "여기서는 아버지가 편안하게 잘 적응하고 가족같이 대해주니 만족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아버지의 안부가 궁금할 때면 시내에 인접해 있어 수시로 찾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보은의집은 입소 어르신들의 가족과도 한가족이 되어 언제든지 방문을 환영한다. 규모가 크지 않으니 입소 어르신의 상태를 한 눈에 볼 수 있어 개별 간호가 가능하다. 그래서 입소문을 타고 한 명 두 명 입소자가 늘어간다.

직원들의 주인정신

처음 이곳은 소규모요양시설로 9명의 어르신만 입소할 수 있었다. 지난해 안성교당으로 부임한 황윤도 교무가 여러 지역 상황을 파악했다. 소규모요양시설로는 발전이 없음을 인식하고 2·3층을 증축해 3월16일 허가를 마쳤다. 현재 입소 어르신은 22명. 입소정원을 채우려면 아직 10여 명 더 입소가 가능하다.

안성 지역에서 간접 교화를 위해 시작하게 된 보은의집. 입소자 중 교도는 많지 않다. 이웃종교인도 일반인도 모두 입소가능하다. 최 간호사는 "어르신 중 원하시는 분은 일요 법회에 모시고 간다"며 "일반인의 경우 석존성탄절에 부모님 만나러 왔다가 교당 기념식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렇게 몇 번 참석하면 교전을 선물로 주며 원불교를 인식 시킨다.

처음 안성교당에 부임한 황 교무는 보은의집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자주 인근 병원을 찾았다. 황 교무는 "어르신들의 경우 갑자기 병원에 입원을 하거나 수술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때 가족들은 당황하기 마련이고, 수술 후 단기간 요양할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 교무는 이러한 상황을 파악해 어려움에 처한 환자 가족상담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또 도우미 역할을 자처해 요양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도왔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보은의집으로 퇴원한 어르신도 있다.

최 간호사는 직원들에게 "내가 어떤 보살핌을 받고 싶은지 자문 해 보라. 그러면 답이 나온다"며 "어르신들에게 그렇게 하면 된다"고 강조한다.

보은의집 직원들은 입소 어르신들의 수양딸, 아들이 되어 호칭도 '엄마, 아버지'로 부른다. 직원들의 애틋한 보살핌이 감동이 되어 입원한 어르신들의 친구, 가족들의 친구 등 입소문을 타고 입소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 2명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보은의집도 이제는 요양보호사가 10명, 복지사, 간호사 등 직원을 갖추게 됐다. 윤선민 사회복지사는 "직원 모두 주인정신으로 임하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고 어르신을 내 아버지, 어머니 모시듯 진심으로 보살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 최현지 정토가 정성으로 보살피는 입소 어르신들.
▲ 안성교당과 보은의집을 운영하는 황윤도 교무.


한 가족 되어가는 교도와 직원들

황 교무는 보은의집과 연계한 교화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황 교무는 "이곳은 가톨릭 성지가 있어 천주교 신자가 많다"며 "교당 주위 사람들도 원불교를 잘 알지 못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올 4월 대각개교절에 나원중 교도 부회장이 빵을 희사해 줘 교당 주위에'훈훈한 빵'을 나누며 원불교를 홍보했다. 조금만 더 안정이 되면 교당 인근의 게이트볼장과 노인정에 원불교와 보은의집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다. 또 동사무소와 연계한 반찬봉사도 생각 중이다.

요즘 김재윤 교도회장을 비롯해 젊은 교도들은 자원봉사도 자발적이다. 김 교도회장은 쌀과 생필품, 나 부회장은 간식을 후원한다. 박원종 청운회장도 바쁜 사무실 일을 뒤로하고 보은의집의 급한 상황에 발 벗고 나서서 돕는다. 또 조성원 원무는 안성시 양성면 2580부대 군법회를 진행해 주고 있다. 유덕선 교도는 문자메시지로 교도들에게 법회 참석을 독려한다.

안성교당에는 황 교무, 최현지 정토와 딸 소연이(중2) 세연이(초등5)가 함께 생활한다. 정토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보은의집 정상화도 어려웠을 터이다.

황 교무는 "보은의집은 주로 정토가 직원관리 등을 운영 총괄을 하고 나는 조언하는 형태이다"며 "내년부터는 교화에만 전념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최 간호사는 "젊은 교도들이라 교무님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것을 빨리 이해하고 공감을 하는 것 같다"며 "자녀들도 어린 시기에 함께 지내니 아빠인 황 교무님이 하는 일을 빨리 이해하고 안정되게 잘 자라주고 있다"고 말했다. 딸 세연이는 장래 꿈이 '교무님'이기도 하다.

최 간호사는 "법동지들이 기운으로 밀어주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며 "물질적 후원도 함께 해 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화숙(50) 요양보호사는 "최 간호사와 일을 하면 어려움 보다는 보람이 더 크다"며 "일을 재미있게 유도해 주니 힘든 것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이렇듯 보은의집 직원들은 스스로 말없이 각자가 주인되어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이제 보은의집의 즐거움이 넘쳐 곧 교당교화도 활짝 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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