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현송 교무·원불교기획실(논설위원)
원불교100년의 희망을 떠올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한다. 유능하고 다양한 인재를 영입하는 일을 위해 기간제 전무출신제도 도입이나 정무제도 시행, 원무제도 확대 등이 논의되고 있고 전문대 졸업한 편입생의 연령을 35세로 조정하는 등의 노력도 하고 있다. 그와 아울러 전무출신들의 공동체의식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이 복지, 문화, 교육, 군종 등 여러 영역에서 급성장을 해온 교단은 구성원 상호간에 소통되지 못한 채 크고 작은 오해와 갈등 요소를 지니고 있다. 작은 규모의 가족 같은 공동체에서는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서로 다른 조직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교역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조차 얻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용금 체계로 인해 공동체 의식이 결여되고 상대적 위화감마저 감돌고 있기도 하다.

원기95년 현재 교단적으로 퇴임자 283명을 포함하면 1,934명의 전무출신이 있다. 현직에 있는 전체 1,651명중에도 휴무 80명(4.8%), 대기 41명(2.5%), 휴양 16명(1%)을 제외한 1,514명(91.7%)이 집무를 갖고 있다. 근무하고 있는 장소도 국내외 20개교구 570개 교당, 기관교당 52개를 포함한 교화기관에 919명(60.7%), 육영기관 4개를 포함한 교육기관 24개에 150명((9.9%), 73개 기관 등의 복지기관에 132명(8.7%), 30개 훈련기관에 74명(4.9%), 42개의 산업기관에 59명(3.9%), 7개의 문화기관에 41명(2.7%), 기타기관에 4명(0.3%)이 근무하고 있다.

작년에 전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장과 국장을 치르면서 전 세계적인 인지도가 높아지는 등 오늘날 교단의 위상과 역할은 모든 교역자가 각각의 일터에서 최선을 다해 함께 쌓아온 결실이다. 이를 생각할 때 전무출신 한 사람 한 사람이 참으로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약사가 싫어 전무출신을 서원한 동지가 교단의 자립경제를 위해서 기꺼이 약국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원광대학 초창기에 학교를 일구는 일꾼으로 파견되어 일해 오다 보니 정년이 되었다고 하는 분들을 비롯해 원불교학을 발전시키고 학술적으로 고양하기도 하고, 복지기관을 통한 교법실천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기도 한다. 원음방송 등 교단 내 미디어를 통하거나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원불교 문화를 위해 주력하기도 하고, 훈련기관에서 혈심을 다하는 동지들이 있는가 하면 총부나 교구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직접적인 교화기관이 아닌 기관에 근무하는 교무들에게는 '왜 교당에 나가서 교화하지 그렇게 기관에 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들 한다. 나름대로 각자의 현장에서 자신들의 몫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화하지 않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한 상황이 아닐 것이다. 더구나 사회적 급여체계에 의해 급료를 받는 경우도 법의 정한 바에 따라 의무성금을 냄으로써 교단에 많은 경제적 기여도 하고 있다. 올해 중앙총부 전체예산 중에서 교금수입이 18.6%이며, 의무성금 수입이 15.6%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사회복지법인이나 대안학교법인, 사단법인등은 법인전입금을 위해 일부 환급하기도 하지만 원광학원이나 원창학원 등에서 근무하는 전무출신들의 의무성금은 어려운 교당의 용금지원 등에 큰 자원이 되고 있다. 그러기에 의식헌금을 통한 교금수입은 교단의 3대사업인 교화·교육·자선(복지)사업에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각자 맡은바 직장에서 그 일 그 일에 힘과 마음을 다하면 곧 천지행을 함이 된다'하신 전무출신의 도 12조의 말씀처럼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전무출신으로서의 자긍심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풍토 속에서 공동체적 삶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교단의 모든 전무출신이 서로를 신뢰하고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정서적으로 긴밀하게 하나 되는 사회자본이 커질 때 원불교100년의 희망은 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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