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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동화 〈새 부처님 우리 대종사〉 영산방언상 3
■ 연재동화 〈새 부처님 우리 대종사〉 영산방언상 3
  • 황혜범 작
  • 승인 2010.09.17
  • 호수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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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몸으로 물구멍을 막다니!
▲ 황상운 그림
조합원들에게 상상도 못했던 물막이 공사(방언공사)가 현실로 다가 선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의 생각도 달라진다.

"오메, 저 둑 좀 보소.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네. 저런 정성이면 바위라도 뚫겠네.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올까?"
"이제 보니, 저 구수산도 바다로 옮겨 놓을 사람들이야."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모여든다. 중빈이 저축조합원들만으로는 마무리 공사를 할 수 없으므로 일손을 구한다는 광고를 냈기 때문이다.

"영산 방언공사장으로 품팔러 가세!"
"조합 땅이 되면 소작농을 할 수도 있을지 몰라?"
농한기가 되니까 사람들이 다투어 공사장으로 몰려든다.

공사가 한층 활기를 띈다.
옥녀봉이 움직인다, 촛대봉에 불 밝혀라.
김가 이가 옥토인가, 박가 최가 옥토인가.
우리 여기 나락 심고 밤낮으로 거두어서
늙은 부모 봉양하고 처자식도 먹여보세.

호강일세. 호강이야 이 많은 것 어찌할까.
다 큰 자식 장가가고 다 큰 딸년 시집간다.
호강일세. 호강이야 이 많은 것 어찌할까.
일가친척 함께 먹고, 영광거지 나눠 주세.

쓸모없던 영산개펄이 옥토로 변해가는 모습에 농부들의 얼굴에 구슬땀이 솟아나고 노래 가락이 아흔아홉 봉오리 구수산에 메아리친다.

아낙네들은 들밥을 나르고, 철부지 어린이들도 '야 재미있다' 소리치며 개펄로 들어와 야단법석이다.
"이놈들 다치겠다. 조심해야지."
어린이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중빈이 '저 아이들도 이젠 밥을 굶지 않겠지'생각하며 밝은 미소를 짓는다.
가을이 다 가고 추운 겨울이 다가올 무렵이다.

저축조합을 중빈 다음으로 이끌고 있는 김성섭이 횃불을 들고 방언 둑을 지킨다.
"엇! 무슨 소리야?"
소스라쳐 놀라며 살펴보니 방언 둑 안쪽으로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겠는가? 구멍이 크게 뚫린 것이다.
그 동안의 흘린 땀과 정성이 물거품이 된다는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하다. 저축조합원을 부를 겨를이 없다.

'할 수 없지 이 몸으로' 김성섭은 몸으로 구멍을 막는다.
겨울 바닷물이 뼛속까지 저려오고 정신이 흐려진다. 다행스럽게 다른 조합원이 몸이 식어가는 김성섭의 죽음 직전을 발견하고 구조한다.
수포로 돌아가려던 영산방언공사를 구해낸 김성섭은 사흘이 지난 뒤에야 의식을 되찾는다.

'장하도다! 그 이름 김성섭, 그 희생정신은 영산방언 공사의 공덕으로 영원하리라.'
중빈과 조합원들의 김성섭에 대한 한결같은 생각이다.
이렇게 고비를 넘긴 공사는 착착 마무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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