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변화되고 거듭나면 기적을 얻습니다"
하루 한 끼로 놀라운 체력·건강 유지, 소박하게 사는 삶 자연과 더불어 즐겁게

▲ 이태근 이장이 유기농 배를 한입 깨물고 있다.
▲ 생활관과 서재.
산야가 온통 가을이다. 전북 임실군 임실읍 정월리 당목교 근처에도 가을 정취가 물씬 난다. 구수골에 접어들자 방향을 알리는 작은 이정표에는 잠자리 한 마리가 졸고 있다. 이정표를 따라 얼마쯤 가다보니 막다른 길에 도달한다. 마루가 있는 다섯칸 황토 기와집이 언뜻 보인다. 근처에 물소리가 청량하다. 배산임수다.

돌계단으로 오르자 구레나룻을 기른 이태근(60) 이장이 손짓한다. 자연 그대로의 피부다. 웃통을 벗은 몸매 역시 구릿빛이다.

"하루 한끼 생식을 하고 있어요. 심심하면 집 근처에 있는 농약을 치지 않는 과일을 따먹는 정도입니다. 저녁에는 감식초에다 양봉 꿀을 타서 마시지요. 이렇게 먹고 하루종일 일해도 충분합니다. 한옥 건축일을 하다 보면 농사일은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가 처음부터 이런 생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30세에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이후 자연식, 소식, 채식, 무예 등으로 건강이 회복되면서 자신감을 가졌다. 40세에 면역억제재를 끊었다. 기적을 체험했다. 10여년 전에는 산골에 들어 왔다. 자연을 택했다.

"자신이 변화되고 거듭나면 기적을 얻습니다. 끊임없이 몸을 움직이고 흙집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살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자연과 하나되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어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됩니다."

그는 숲속의 작은 들꽃 하나, 아침이슬, 떨어진 낙엽, 토방돌 옆에 웅크리고 있는 꽃뱀, 자연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을 체험했다. 자연과 함께하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기적은 자신이 만들기 때문이다.

"자연에 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 자신도 감사한 사람이 됩니다. 수많은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은혜로움과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면 내 안에 평화가 깃듭니다."

그는 자연과 가깝게 되면 될수록 먹는 것 또한 단순해졌다. 간단히, 더 간단히, 이루 말할 수 없이 간단히 하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박하고 단순하고 가난하게 먹을 때 자연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장이 비어 있어야 마음이 비워집니다. 뭘 먹어도 소화흡수를 하게 됩니다. 장이 가난해야 복이 있습니다. 마음도 비어 있어야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입니다. 항상 비어있는 마음,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일 때 건강해 집니다. 내 삶이 건강해져야 바꿔지고 거듭나고 새로워집니다. 몸이 적게 먹는 것에 적응되면 자연스런 삶이 됩니다." 먹는 것에서 자유로울때 비로소 내몸과 마음이 자유롭다는 지론이다. 그는 이를 통해 자연의 신비를 깨닫게 되고 몸과 마음이 맑아지며 의지력과 자제력이 길러진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그는 자연과 하나되는 길을 더 이상 미루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것이 소박한 밥상이다. 밥상 혁명이다.

"생식을 하게 되면 자연식보다 음식을 더 많이 씹어야 하기 때문에 치아와 잇몸에 운동을 시킵니다. 충분한 타액이 분비되므로 소화가 쉬워집니다. 배설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요리를 맛있게 하면 과식이 됩니다. 생식은 과식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죠." 그러면서 그는 날곡식, 날 채소, 과일속에 들어 있는 효소는 인체에 필수임을 밝혔다. 곡식은 곡식대로, 채소는 채소대로, 과일은 과일대로 그 세포속에는 효소가 있다는 것이다. 인체내에도 무수한 효소가 있어 화학반응과 촉매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살아있는 음식인 생식을 해야 우리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음식물을 익히고 조리하다 보면 효소가 없어져 버립니다. 음식의 생명력을 파괴시킵니다. 원래 먹을거리는 가능한 자랄 때의 형태와 비슷한 형태로 남아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만큼 그는 음식물이 곧 약임을 안다. 히포크라테스가 말한 내용을 예로 들었다. 음식물을 의사 또는 약으로 삼으라는 것과 음식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고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철종 6년에 저술된 조재삼의 〈송남잡식〉(松南雜識)에 기술되어 있는 산거사요의 내용을 소개했다. '몸이 한가한 것은 마음이 한가한 것만 못하고, 약으로 보하는 것은 음식으로 보하는 것만 못하다'는 구절이다.

"음식물이 약이고 움직이는 것이 약입니다. 인공적으로 만든 화학약품이 우리 몸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자연적인 것이 좋습니다. 암환자의 경우에는 단식을 한 후 그 다음 생식을 하고 자연식을 해야 합니다. 원인을 알면 해답이 나옵니다. 체험하고 겪어봐야 압니다."

마침 10일 단식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 일행에서 벗어나 잠시 마루에 앉아있던 암환자에게 눈길을 주며 음식물에 대해서 강조했다. 나머지 일행은 낮 시간동안 산속에서 운동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전 오후에 과일 단식을 하게 합니다. 과일 단식은 최고의 단식입니다. 몸에 현저한 변화를 일으킵니다. 저녁에 감식초를 섞은 꿀 한잔을 마시게 합니다."

단식에 대한 질문을 끝으로 인터뷰가 거의 마무리 될 쯤 집근처에 있는 과일나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야구공 만한 배, 사과, 복숭아가 자라고 있었다. 배를 장대로 따낸 후 껍질 째 바로 먹는 것을 볼 때 간소한 그의 식사에 경이를 느꼈다.

그는 여기서도 영양가 있게 먹지 말라는 것과 뜨거운 음식 피하기, 껍질째 먹기, 물을 많이 마시지 말 것을 이야기했다.

8백(白)식품인 흰쌀, 밀가루, 소금, 조미료, 설탕, 우유, 두부, 닭고기 등을 피할 것을 말했다. 그의 자연 사랑이 느껴진다. 하늘을 올려 보았다. 너무 맑은 가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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