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택 교도 제주교당

어떤 정권이 특정한 종교를 탄압하는 것이 잘못인 것처럼 어느 특정한 종교집단이 정권의 발목을 잡거나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무님들이 4대강사업 중단 성명서를 내고 세상에 그 의미를 알리고 있다. 교무님들은 교리가 '나가라'라고 했다며 교리대로 살라는 가르침을 따른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원기100년대 대자비교단을 지향하고, 대종사님의 교법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환경단체를 다시 만든다고도 한다.

'4대강 살리기'가 필자의 눈에는 잘못된 정책이 아닌 것 같은데 왜 개벽교무단이 비판의 선두에 서 있는지. 물론 종교계도 국가 정책이나 현실 문제에 관해 의견을 표시할 수는 있다. 그러나 종교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전문성을 요구하는 정책의 찬반운동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릇된 것인지 교도들은 헷갈린다. 이런 판국에도 좌선과 마음공부에 전념하는 교도들이 고맙고, 쪼들리는 살림살이를 축내고 참으면서 원기100년을 준비하고 계신 교도들이 자랑스럽다.

대종사님은 하늘과 땅, 일월의 밝음과 풍·운·우·로의 혜택으로 장양되는 그 산물로써 살고 있는 크나큰 천지은에 감사하고, 금수초목도 연고 없이는 훼손하지 않는 것이 동포은에 보은하는 길이라고 가르쳤다. 그 대종사님이 1918년(원기3년)부터 1년간에 걸쳐 구인제자를 독려하여 영산성지 길룡리 앞에 조수내왕 바다를 막아 정관평 언답(貞觀坪 堰沓)을 만들었다. 그 후 정산종사님이 대종사님의 유훈을 받들어 1955년(원기40년)부터 3년간에 걸쳐 보수 증설한 것을 제2차 방언답이라 교사에 기록되어 있다.

대종사님의 입장은 자연을 이용하고 보전하며 조화를 지향하는 것이었다. 방언공사는 이러한 정신 위에 교단의 창립 터전의 기초가 되었고, 원불교는 방언공사를 통하여 기미독립운동에 직접 나서지 않고도 이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애국운동의 횃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제1차 방언공사에 이미 둑의 길이가 약 1,632m, 전체 면적이 135,537㎡였고, 이 중에서 농토가 85,950㎡가 되었으니 적지 아니한 '자연 훼손'이었다. 그러나 대종사님은 교단 창립의 물질적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영육쌍전·이사병행의 정신을 실현하고, 무시선 무처선의 수행 태도를 확립했다. 9인 제자들은 이 일에 일치단결하여 창립정신을 구현하는 모범을 보였다.

4대강 살리기가 원래의 대운하공사는 아니라고 하지만 물길을 잘 잡고 물을 보존하지 않고는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없어서 토목·개수 공사를 해 보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니(汚泥)가 쌓여 갈수기에는 바닥이 드러나고 폐수가 흘러가는 '죽은 강'에 생명을 불어넣고 환경도 개선하고, 물 부족 사태에 대비하자는 것이 4대강 살리기의 핵심이다. 솔직히 교도들 가운데에는 사회개벽교무단의 모습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만일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적극 찬동하는 어떤 교도집단이나 종교집단이 이를 반대하는 성직자집단이나 종교집단과 서로 충돌하면, 그 때에는 교단 꼴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도 정신 차려야 한다. 결국은 원불교의 사회적 행위는 원칙의 문제이고 가치관의 문제이다.

사회참여니 환경보호니 생명존중이니 사회정의실현이니 하는 애매한 주장은 그만 두고 대종사님의 일원상 깃발 하나만 올려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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