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마음공부가 제일이고 교화는 덕화가 제일
마음이 열리면 신심 생겨

▲ 서세인 원로교무.
대종사의 성안을 보고 싶어 군중들 사이를 폴짝대던 부산의 7살배기 꼬마아이는 이제 구순을 바라보고 있다. 원기27년에 출가해 60여년의 세월을 교단과 함께 한 서세인 원로교무. 서 원로교무는 좌포·신도·신흥·동래·정읍·일본·미국 등 국내외의 다양한 교화현장을 누비며 새회상 법음의 전파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도양교당에서는 야학을 운영해 전무출신 인재를 발굴하며 교화와 교육사업에 열성을 다했다.

3일 중앙여자원로수도원에서 서 원로교무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원광대학교 교내 중앙동아리인 원불교대학생회에 활동 중인 박준양(전기정보통신공학부·23)교도가 함께했다. 대화는 대종사 친견과 청년·대학생 교화, 부산서부교구장 재직시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 처음 뵌 대종사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대종사님을 처음 뵈었을 때는 원기 16년. 7살 때였다. 익산에 총부를 두고 다음 교화지로 생각하신 곳이 부산과 서울이었다. 당시 부산 하단 지역에 교화의 터를 잡은 장적조 교도가 '불법연구회 하단출장소'란 현판을 붙였다. 교도가 점점 생기기 시작하자 총부에 연락했다. 대종사께서 부산에 오시게 됐다. 대종사님은 부산교화의 미래를 보고 싶어 하셨다. 대종사님의 부산 방문이 확정되자 장적조 교도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산부처님이 오신다'며 광고를 하고 다니셨다.

어린 나이인만큼 호기심 많을 때였다. 보통 부처님이라고 하면 절에 가만히 앉아만 있는데, '부처님이 걸어다닌다' 생각하니 우스웠다. 체구도 당당했으며 키가 크셨다. 둥근 얼굴에 안경을 쓰고 미소짓는 모습은 진정한 생불님이었다.

- 현재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복학은 했으나 진로에 대한 뚜렷한 그림은 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종사님은 어떤 방법으로 이 어려움을 해결하게 했을까요?

조언을 받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을 것이다. 본인이 깊게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가까이 하며 자꾸 물어봐야 한다. 대종사님도 산신을 만나기 위해 5년을 매일같이 삼밭재를 오르내렸다. 인생 정로를 가르쳐 줄 참스승을 6년동안 찾았다. 이렇듯 많은 인생의 스승을 만나 조언을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연이 잘 닿는다면 손쉽게 해결점을 찾을 수도 있지 않은가? 조언을 받는 것을 절대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 계속되는 취업난과 이기주의로 인해 청년 교화가 많이 힘들다고 합니다. 학교 및 일선 교당 등에서 청년교화를 촉진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부산 동래교당에 있을 때이다. 그 때 한참 청년교화를 위해서 더욱 정성을 들였다. 당시에는 전 청년들이 함께하는 부산교구 축구대회, 배구대회 등을 했다. 각기 서로 다른 교당이지만 한데 모여 친목을 다지고 새로운 인연도 쌓았다. 이 시기에 부산교화가 큰 발전을 이룬 것으로 알고 있다. 청년교화는 일반교도 교화와 다르다. 일반교도는 법으로 신앙으로 접근하는 반면에 청년교화는 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목을 다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들이 서로 친목할 수 있는 공통점을 만들어주는 것은 교화의 한 방법이다.
▲ 원광대 원불교대학생회 박준양 청년(왼쪽)


- 재가교도로 청년교화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화를 책임지고 있는 것은 교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원래 사람이란 인연에 있다. 어떤 이는 많은 관심을 갖지 않아도 먼저 교당을 찾는 이가 있고, 어떤 이는 욕심이 나서 공을 들였지만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도 인연에 대한 정성을 놓지 말아야 한다. 본래 사람 인연이라는 것은 '정'이 있지 않은가?

자꾸 얼굴을 보고, 연락도 하며 인연을 만든다면 정도 들며 서로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그러면서 사이는 자연스러워 진다.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교당에 잘 나오는 사람도 기존 인연들을 잘 챙겨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미주총부 건설이 초읽기가 들어갔습니다. 국제교화에 임하는 교역자들의 자세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동래교당 교무로 있다 미주교구장겸 LA교당교감으로 발령받게 됐다. 처음 갔을때 주변이 흑인촌이었다. 한국사람들이 흑인만 보면 싫어하고 도망가니, 흑인들도 한국사람들을 많이 괴롭혔다. 교당도 예외가 아니었다. 밤이면 밤마다 교당 문을 두드리고 지붕에 와서 뛰고 난리를 피웠다. 그러던 중 교당 마당에 있던 '아보카도' 열매를 따서 교당을 찾아오면 나눠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이들이 나중에는 먼저 인사를 했다.
이처럼 교화는 덕화를 보여야 한다. 공부는 마음공부가 제일이듯 교화는 덕화가 제일이다. 먼저 베푸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신심이 나면, 먼저 베푼다. 외국교화든 국내교화든 무엇보다 덕화를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 현장에 있는 후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씀은?
사람은 살아가는 방법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사람이 자기 혼자 해결할 일도 아니고 대중에 어울려서 같이 사는 세상이다. 성직자는 여유를 갖고 성급한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정성을 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도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교화는 덕화가 제일이다. 자신이 먼저 손을 내민다면 그 손에는 그 사람의 양손이 잡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직자로의 자존심, 아만심이 어렵게 하는 것 같다. 자존심 지키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가 잘났는가 자신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자존심 아만심이 많다고 잘난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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